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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29

크로아티아가 흐르바츠카라고?!

2019년 5월 15일


새벽 6시 15분 알람 소리에 얼핏 잠에서 깼지만, 다시 잠이 들었다. 15분 뒤 선원이 각 방을 돌아다니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우리가 일어난 시간은 7시 45분쯤이었다. 방문 밖에서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옷을 입고 갑판 위로 올라가 보았다. 배는 이미 두브로브니크 항구에 들어서고 있던 차였다. 

    

이탈리아 바리에서 배를 타고 크로아티아의 항구도시 두브로브니크에 가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차를 배에 실어 국가를 이동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큰 배를 타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우리의 객실은 차가 놓인 곳보다 아래층인 수면 아래에 있었다. 차는 지상에서 바로 주차를 했으니 곧 우리의 방은 해수면 아래에 있는 것이었다. 바닷속 객실에서 잠을 자며 국경을 넘는 건 신기하면서도 잠이 들기 전까지는 조금은 무서웠던 경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푹 잠이 들었고 항구에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던 것이다. 


(왼) 바리의 항구, 바리는 이탈리아 동쪽의 거점 항구도시다. (중앙) 우리가 탔던 선박회사 Jadrolinija (오) 여객선에 오르기 전 국경이동에 관한 검문을 받게 된다
(왼) 우리가 하룻밤 머물렀던 객실, 좁지만 생각보다 깨끗하고 푹신한 침구류덕에 푹 잤다 (오) 자고 일어나니 우리 배는 어느덧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항구에 도착했다

    

미리 일기예보를 통해 비가 올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막상 항구에 도착하니 비는 생각보다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 여권 검사를 받고 나온 시간은 아침 9시, 예약해둔 숙소의 체크인 시간까지는 3시간 넘게 남아있었다. 우리는 두브로브니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근교도시인 차브타트(Cavtat)로 향했다. 

    

우리의 첫 크로아티아 여행지 차브타트(Cavtat)는 작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항구도시였다. 크로아티아는 EU에 속하지만 화폐를 유로화가 아닌 자국화폐인 쿠나를 사용해서 우리는 가지고 있던 작은 슈퍼마켓에서 조금 환전했다. 카페에서 조금 쉬고 작은 동네를 산책하니 숙소에 체크인할 시간이 되어 두브로브니크로 돌아가려 했다.


크로아티아 첫 번째 여행도시인 차브타트(Cavtat), 두브로브니크에서 차로 30분거리에 있는 작고 조용한 해안마을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사건은 여기서 발생했다. 물가가 비싼 두브로브니크보다는 차브타트가 그나마 물가가 저렴할 것 같아 주차장 옆에 있는 ATM기에서 현지통화를 인출하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넣고 현금을 인출하려는데 화면에 HRK로 인출금액을 지불할 건지, USD로 낼건지 선택하라고 나왔다. 순간 HRK(?), 이게 뭐지, 이걸로 선택하면 이중통화가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USD를 선택했다. 그렇게 현지통화를 받아들고 집에 와서 통장 잔고를 확인해보고는 '악!' 소리가 나왔다. 인출한 금액의 10%가 넘는 돈이 인출수수료로 빠져나갔던 거다. 우리는 시간당 2천원인 주차료를 아끼기 위해 서둘러 정산하고 차를 뺐건만 멍청한 손가락이 USD를 선택해 수수료로 5만원이나 지불한 거다.

     

크로아티아(Croatia)는 사실 크로아티아어로 Hrvatska(흐르바츠카) 줄여서 HR로 표기한단다. 따라서 크로아티아 쿠나는 HRK였던 거다. 이걸 몰랐던 나는 ATM기에서 HRK 라는 단어가 나오자 순간적으로 나에게 친숙한 USD를 선택했고, 그 멍청한 손가락 덕분에 5만원이나 수수료를 물게 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USD를 선택한 나에게 이중환전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수료가 붙을줄은...

   

세계여행 200일이 다 되어가는 요즘 이런 멍청비용은 아시아여행 때 충분히 내서 이제는 더이상 이런 비용을 내지 않을 만큼 여행 짬밥이 쌓였다고 자신했던 터였다. 그래서 크로아티아에 들어오면서 운전, 환전, 통화, 언어 등 기본적인 공부를 조금 소홀히 했더니 이렇게 또 멍청비용이 나간 것이다. ATM 출금할 당시 뒤에 기다리던 사람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조금 천천히 구글로 환율을 검색해보고 진행해도 되었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실수는 이렇듯 상황에 익숙해져 긴장을 푸는 순간 찾아온다. 아내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다며 나를 다독인다. 자동차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 운전과 유럽여행에 익숙해져 조금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시금 잡아본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열네 번째 도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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