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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36

내전의 상흔이 남아있는 도시, 모스타르

2019년 5월 22일


평화로운 코토르를 떠나 우리가 향한 곳은 보스니아 모스타르(Mostar)였다. 보스니아 국경을 넘자마자 눈에 띄게 오래된 차들이 많이 보였다. 20년도 넘어 보이는 자동차들은 가속할 때마다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도로 위를 힘겹게 달리고 있었다. 도로 곳곳도 보수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움푹 파여있거나 군데군데 깨진 곳이 많았다.     


그렇게 도착한 모스타르(Mostar).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워 보였지만 마을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건물 곳곳에는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도로는 낙후되어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보스니아 모스타르는 내전의 상흔을 안고 있었다.     


Don't forget 1991-1995, 내전을 잊지 말자는 이 문구는 보스니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스니아 전쟁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발발했다. 보스니아는 보스니아인,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였는데 보스니아인이 주축이 된 당시 정부가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을 선포하자, 세르비아인들이 반발하여 유고슬라비아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일으켰다.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 연합의 종주국 같은 나라다) 이 전쟁에서 세르비아군은 무차별적인 도시 폭격, 인종청소, 집단 강간 등 끔찍한 전쟁 범죄를 수없이 저질렀다.   

  

모스타르 마을을 가로지르는 네레트바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무슬림지역(보스니아인) 다른 한쪽은 기독교지역(세르비아인)으로 구분된다. 이곳에는 거리 곳곳에서 부고게시판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부고게시판도 이슬람은 초록색 테두리의 부고를, 기독교는 검은색 테두리의 부고를 올려 구분 짓고 있었다. 

    

숙소에서 스타리 모스트(오래된 다리)를 보러 가는 걸어가는 길 위에는 공동묘지가 자주 눈에 띄었다. 많은 묘비석에 적힌 사망년도는 1992년에서 1995년 사이였다. 다리 하나를 두고 이웃에서 적으로, 가족을 죽인 원수로 바뀌었던 내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그들이 다시 그 상흔을 잊고 진정으로 화합해서 살아갈 수 있을지 나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비가 내린 후 맑게 갠 모스타르는 에메랄드빛 강과 초록초록한 숲, 그리고 주황색 지붕을 가진 가옥들이 모여있는 색채가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가 슬픈 도시이기도 했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열여섯 번째 도시.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모스타르(M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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