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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39

백수부부의 소신여행

2019년 5월 25일


크로아티아여행의 꽃은 단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요정들이 살고있는 곳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옥빛의 맑은 물과 푸르른 산이 어우러진 플리트비체 사진을 보며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플리트비체를 여행하는 주에는 일주일 내내 비 예보가 내려져 있었다. 맑은 하늘의 플리트비체와 달리,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미끄러운 산행을 하면 그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쉬운 마음에 대안을 찾다 발견한 곳이 바로 '크르카 국립공원(Krka National Park)'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스플리트에서 자다르로 향하는 길에 있는 크르카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크르카 국립공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했지만, 눈으로 직접 본 크르카는 정말 아름다웠다. 쉴 새 없이 여러 방면에서 쏟아지는 폭포와 투명한 물,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숲까지.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폭포를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설치한 나무 데크(Deck)였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크르카 국립공원을 수놓는 수많은 폭포와 물길들을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었다.

     

크르카 국립공원은 6월부터 9월까지는 폭포 밑에서 수영을 허용해 많은 유럽인이 이곳에서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아직 수영금지 기간이었지만 감시가 허술한 곳에서는 일부 여행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또한, 잔디광장에는 많은 젊은 청춘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유럽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여행지였지만 신기하게도 크로아티아 다른 여행지에서는 자주 보이던 한국 관광객들은 이곳에선 볼 수 없었다.   


푸르른 녹음과 옥빛의 폭포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산책로까지. 크르카 국립공원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크르카 국립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뒤 우리는 플리트비체로 가는 길목인 자다르 숙소에서 하룻밤 묵었다. 오후 느지막이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자다르에서 유명한 '바다 오르간'과 '태양의 인사'를 보러 시내로 나섰다. 


바다 오르간은 유명한 설치미술가의 작품으로, 파도만으로 오르간 소리가 나는 신기한 곳이었고, 태양의 인사는 낮 동안 태양열을 머금고 있다가 어두워지면 형형색색의 LED 조명이 바닥에 뿌려지는 곳이었다.

     

명성대로 자다르 시내에는 입구부터 관광객들이 많았다. 바다 오르간에 가까워질수록 많은 관광객 속에서 한국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젊은 한국 커플은 바다오르간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고, 패키지여행을 오신 듯한 어머니 여행객들은 태양의 인사 앞에서 소녀처럼 사진을 찍고 계셨다.     


파도가 칠 때마다 오르간 소리가 나던 신기한 <바다오르간>
낮동안 받은 태양열로 밤에는 LED 전구가 화려한 조명을 내뿜는 <태양의 인사>


'바다 오르간'도 '태양의 인사'도 좋았지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덜 알려진 '크르카 국립공원'이 더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우리가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여행 스타일대로, 우리의 성향에 맞게끔 여행하는 게 중요함을 또 한 번 느낀 하루. 모두가 가는 여행지보다는 우리에게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백수부부'다운 여행을 이어가야겠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열여덟 번째 도시. 크로아티아 자다르(Zad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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