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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40

무리하지 않기 (Ft.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여행기)

2019년 5월 26일


자다르를 떠나 우리가 향한 곳은 크로아티아 여행의 백미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이었다. '요정들이 사는 곳'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그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에는 그 아름다움이 반의반도 못 미칠 것이 분명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하는 주에는 계속 비가 오거나 흐린 예보뿐이었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그 아름다움을 숨길 수 없었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이곳의 흐린 날씨를 예상하고 전날 크르카 국립공원을 방문한 우리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가지 않을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플리트비체 근처에 있는 라코비카(Rakovica) 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체크인을 했다. 야속하게도 비는 계속 내렸고, 오늘은 숙소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비가 그쳤다. 화창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내일은 종일 비 예보가 있었기에 우리는 조금 흐리더라도 플리트비체를 방문하기로 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크고 작은 16개의 호수와 92개의 폭포가 있는 대형 국립공원이라 이곳을 즐기는 코스도 다양했다. 가장 짧은 A 코스부터 가장 긴 K 코스까지 자신의 체력과 시간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가장 인기가 많은 C 코스를 구경하고자 했다. 하지만 입장권을 구매하며 매표소에 문의를 해보니 지금 시간에 입산하여 C 코스를 관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C 코스를 보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우리는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플리트비체는 입구에서부터 옥빛의 호수와 장엄한 폭포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호수는 천연의 옥빛으로 관광객들을 매혹했고, 그 옆으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폭포들은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관광객이 많아 조금은 혼잡했던 코스 초반의 길도 입구를 벗어나자 호젓하게 코스를 걸으며 자연경관을 그대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적어졌다. 


    


우리는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더 관찰하기 위해 배를 타고 조금 더 안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C 코스의 절반 정도를 구경하고 안내소에서 얘기해준 갈림길이 나왔다. 안내소에서는 시간이 부족할 경우 이곳에서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서 배를 타고 간 후에 버스를 타고 하산하면 된다고 했다. 빠른 걸음 탓에 C 코스를 다 관광해도 충분할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하산하기로 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하산을 하는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지 않으면 옷이 꽤나 젖을 정도의 비였다. 아내와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하산하기를 참 잘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나눴다.   


야속한 빗줄기는 우리가 공원 내 유람선을 타자 더욱 굵어졌다. 주인과 함께 공원에 놀러온 귀여운 댕댕이도 의자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하산하며 내려다본 플리트비체는 높은 지형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더욱 아름다웠다. 특히 마지막 출구에 다가설 때 즈음 보이는 풍경이 장관이어서 우리는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이 우리가 처음에 관광객이 많아 쓱 지나쳤던 입구였다. 무리해서 더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어도 플리트비체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원 입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무리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보였던 아름다움이 아닐까.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열아홉 번째 도시.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Plit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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