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42
여행의 시대, 돈 버는 법
2019년 5월 28일
플리트비체를 떠나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우리가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나는 연신 감탄사를 내뿜었다. 도심에서는 차로 15분정도 떨어져있지만 가성비가 좋아 예약한 이 숙소는 특유의 인테리어 센스와 여행자를 세심하게 배려한 다양한 식재료와 주방용품들로 가득했다. 집을 보자마자 이곳이 왜 비수기인 5월에도 예약이 거의 다 차있고, 성수기인 7,8월에는 이미 많은 날짜가 예약이 마감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잘되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마다 우리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돈을 벌면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서, '날씨 좋고 살기 좋은 여러 도시를 선택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전업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큰 범주에서 '디지털 노마드(유목민)'가 되고 싶다.
백수 여행자가 되어 돈을 벌려니 생각보다 내가 가진 기술과 지식으로 꾸준한 수입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자주 느낀다. 그럴 때마다 아내와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과 같은 여행의 시대에 여행자가 되어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는 우리 같은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장기여행을 하면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 중에 우리가 가장 자주 접하는 건 바로 숙박업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숙박업의 소비자로서 수많은 도시에서 다양한 형태의 숙박을 경험했다. 유럽 여행을 시작하면서는 캠핑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숙소를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서 구했는데 에어비앤비를 사용할 때마다 이 기업이 바꾼 숙박업의 패러다임에 대해 매번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에어비앤비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집 전체 혹은 일부를 돈을 받고 숙박을 제공하는 공유경제다. 초창기에는 집에 놀고 있는 공간을 다른 이와 공유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수많은 도시에 에어비앤비를 운영해서 돈을 버는 사업자가 수없이 많을 정도로 숙박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에어비앤비를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이자 사용자로서 우리가 늘 감탄하게 되는 건 단지 방뿐만 아니라 거실, 부엌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호텔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유럽처럼 외식물가가 비싼 여행지에서 취사가 가능한 부엌이 있다는 점은 경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매일 한식을 잘 해먹을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이 존재한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농담처럼 '마당이 있는 한옥을 빌려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마당에서 아내가 요가 수업도 하고 목동이(목동에 있는 단골 카페의 반려견) 같은 대형반려견도 키우고, 코토르의 우리 귀염둥이 막내 같은 고양이(코토르 편 다들 잘 보셨죠?)도 길러야지'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매일 사용하는 에어비앤비 숙소 중에서 인기가 많고 잘 되는 에어비앤비들의 특징들을 잘 분석해서 유튜브로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하여 "여행의 시대, 돈 버는 법 : 잘 되는 에어비앤비의 특징"이다.
여행자마다 중시하는 숙소의 요소가 다르지만 그래도 잘 되는 에어비앤비 들은 그만의 특유의 강점이 있었다. 틈이 날 때마다 성공사례를 분석해서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적용해보려 한다. 물론 그때쯤 되면 한옥이 더 비싸져서 우리가 빌릴 수 없게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자그레브에 가기 전 방문한 마을 라스토케(Rastoke), 아기자기한 동화 속 마을같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스무 번째 도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