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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46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을 거야

2019년 6월 1일


유럽 자동차여행을 시작하며 야심차게 캠핑장비를 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캠핑보다는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는 날이 많다. 오늘도 한적한 발라톤 호수 주변에서 오랜만에 캠핑을 하려 했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급하게 에어비앤비 숙소를 검색했다. 


체크인 한 시간 전에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맞이해준 Frank 아저씨. 헝가리인이지만 스웨덴에서 30년 정도 일하다 은퇴 후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한적한 호숫가 마을에 ‘효리네 민박’ 같은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을 지어 2층에서는 노부부 내외가 살고, 1층을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고 계셨다. 긴 마당 옆에는 직접 기른 포도밭이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본인이 재배한 포도로 담근 화이트와인을 선물로 주셨다.  


효리네 민박 집처럼 집으로 가는 입구에는 긴 정원이 펼쳐져 있고 그 옆에는 포토밭이 있다.
Frank 아저씨는 우리가 체크인 하자 본인이 재배한 포도로 담근 화이트와인을 선물로 주셨다.


비바람이 부는 날씨 덕에 호수 구경은 다음 날 하기로 미뤄두고 숙소에서 푹 쉬었다. 사실 관광지를 찾아 나가는 것보다 숙소에서 편히 쉬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숙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호스트를 관찰하게 된다. 


프랑스 트루아(Troyes)편에서 소개한 엘케아주머니, 이탈리아 토리노편에서 등장한 셰프출신 스테파노와 바리 편에서 ‘건물주 런닝맨’으로 등장한 아저씨까지 우리가 만난 호스트들은 각자 개성 있는 삶을 살지만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바로 모두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다. 비단 유럽 선진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여행했던 몬테네그로와 헝가리처럼 우리나라보다 GDP가 낮은 나라들에서도 공통으로 느낀 바다.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작은 나라들도 4시면 퇴근했고, 저녁에는 반려견을 산책시키거나 집 앞마당에 나와 화초를 가꾸는 등 여유 있는 삶을 갖는 듯했다. 우리는 심지어 예산 때문에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 가성비가 좋은 혹은 예산이 저렴한 숙소를 주로 사용하는데도 말이다. 


티허니 마을에 있는 수도원. 드라마 <아이리스>도 이곳에서 촬영을 했었다고 한다.

    

우리가 머무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어떻게 이런 여유를 가지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Frank 아저씨는 30년 넘게 열심히 일한 끝에 이 집을 마련하셨을 수도 있고, 프랑스의 Elke 아주머니는 사별한 남편이 집을 유산으로 남겼을지도 모른다. 아주 잠깐 그들의 삶을 엿본 것만으로 그들의 삶이 무조건 다 여유 있고 좋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우리가 퇴사하지 않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더라도 단지 '열심히 일하는 것' 만으로는 우리가 월급을 모아서 서울에 마당이 있는 집을 마련하고, 그것을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기는 불가능했을 거다.     


한창 일하고 돈을 벌 나이에 퇴사하고 떠나 온 세계여행이지만 우리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다만 둘 다 꾸준한 월급과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떠나온 만큼 얻고 싶은 답도 많다. 그중 하나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삶에,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얻는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우리만의 삶을 찾아 나가는 해답은 있을 거라고.


티허니(Tihany)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한 유럽식 호떡(란고로소) 맛집.
짧짤하게 양념한 밀가루 튀김위에 사워크림과 치즈를 듬뿍 얹은 이것을 우리는 유럽식 호떡이라 불렀다.
티하니 마을의 사진명소. 이 수도원 옆 산책길은 어떻게 찍어도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이 장면을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다.
헝가리 국도는 시속 50km로 제한된 곳이 많다. 곳곳에 카메라도 많아 파고는 이곳에서 정속주행을 하느라 속 터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스물두 번째 도시, 헝가리 티허니 (Tih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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