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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48

우리가 사는 세상

2019년 6월 3일


세계여행. 


어떤 이에게는 평생의 꿈 일수도, 또 다른 이에게는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모두가 이 길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맞는 선택도 물론 아니다. 

    

부부가 뜻이 맞아 세계여행을 결심했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양가 부모님에게 여행의 당위성과 미래계획을 잘 이야기 해드려야 함은 물론이고, 다니던 직장, 살고 있던 집, 남아있는 가구 및 가전제품들을 처리하는 일까지 산 넘어 산이다. 물론 이와 별개로 세계여행준비 또한 끝이 없다.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실제로 아는 사람이 부부세계여행을 떠난 건 우리부부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부부세계여행자가 절대적인 숫자로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부부 세계여행자)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자주 느낀다. 이른바 부부세계여행자 상대성 이론이다. 


네이버 카페인 <부.세.프(부부세계여행프로젝트)>에는 약 1천여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고, 카카오톡 부부세계여행방 그룹카톡방에는 170여 명의 현직(?) 부부여행자가 세계여행을 하며 겪는 다양한 시행착오 및 노하우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루어진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성벽보다 더 <왕좌의게임> 드라마에 나올법 했던 부다페스트의 '어부의 요새'
대성당을 지키던 어부들이 쓰던 요새라서 '어부의 요새'라고 불린다고 한다.
슬로우부부님과 만나자 마자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쏟아져서 스타벅스로 피신했다.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도 다르고, 여행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지만 내가 만난 부부세계여행자들은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있었다.  

   

오늘은 부다페스트에서 부부세계여행자인 슬로우커플을 만났다. 우리가 갓 세계여행을 시작해 한 달 살기를 하던 '치앙마이'에서 만났던 분들인데 6개월이 지나 이렇게 유럽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인연이었다. (최근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내고 오셨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많이 타셨네요"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순례길을 걸으신 부부님들보다 우리가 더 까맣다니 우리가 몰디브에서 제대로 태닝을 하긴 했나 보다.)  

   

여행을 떠나온 배경은 다르지만, 세계여행을 하며 느끼는 고민과 고충들의 공감대가 있는 분들과의 대화로 인해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세계여행을 반 년 넘게 해왔음에도 이야기의 결론은 늘 "그래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는 물음표였다. 그럼에도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존재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된다.    


소나기 덕에 슬로우부부님의 부다페스트 숙소에 집들이(?)을 하게 되었다. 모던한 인테리어가 너무 좋았던... 집에 귀가하여 우리집을 보니...
여행자에게 고귀한 한식재료들을 듬뿍넣은 만찬. 이 얼마만에 맛보는 군만두인지.
슬로우커플과 함께, 집에 있는 한식을 염치없이 우리가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았다.

 

모든 부부세계여행자가 늘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행하기를,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겪고 보는 많은 감정과 즐거움을 주변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생각보다 훨씬 멋있었던 세체니 다리와 혓바닥이 없어 슬픈 사자상.
핑크빛 하늘과 부다페스트 국회는 그 하나로 작품이었다.
부다페스트 야경은 매일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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