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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49

월요병에서 벗어나기 Written by 백수부부 아내

2019년 6월 4일


5년 동안 성실하게 다닌 회사를 나온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 회사에 다닐 때도 시간이 빠르게 흘렀지만, 백수가 되어도 여전히 시간은 참 빠르다. 벌써 백수가 된 지 아홉 달이 되었고, 세계여행을 떠나온 지도 여덟 달이 흘렀으니 말이다. 

    

자유의 몸이 되고 무수히 많은 좋은 점 중 하나는 월요병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이다. (‘불금’과 ‘불토’의 기쁨은 반감됐지만) 일요일 오후부터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던 스트레스가 사라졌고, 늘 잠이 오지 않아 오래 뒤척였던 일요일 밤에도 애써 잠을 청하지 않는다. 읽고 싶던 책을 밤새 읽어도 되고, 영화를 한 편 봐도 된다는 사실은 아직도 짜릿하다. 월요일 아침,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출근해서 몽롱한 심신에 카페인을 들이붓지 않아도 된다. 가장 피곤했던 오늘 같은 수요일에는 다가올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다. (사실 불금에 들뜬 금요일 빼고 피곤하지 않았던 날은 없었지만. 흐흐) 

    

월요병자로 살아온 5년의 시간 때문에 세계여행을 떠나온 지금도 일요일 저녁과 월요일 오전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퇴사를 하고 한 달 후 떠나온 아시아여행에서도 이 짜릿한 기분은 이어졌다. 백수가 되면 요일 개념이 없어진다는데 희한하게 회사원일 때처럼 요일을 꼭꼭 마음에 새겼다.


월요일 아침 일찍일어나 세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날씨까지 화창했던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
세체니 온천 내부에서 야외 온천장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찾는데 꽤나 헤맸다.
월요일 아침부터 온천을 즐기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
길거리 주차장의 무서운 저승사자. 우리에게 이곳이 무료라고 잘못 알려주신 슬로베키아 분들도 여지없이 빨간딱지를 받으셨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과 망각의 동물이라고, 여행한 지 반 년 정도 되자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던 요일 개념이 사라졌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더라?”     


서로에게 묻는 날이 많아졌고, 둘 다 개념이 사라져 휴대폰을 확인하고서야 알게 된다. 이렇게 ‘월요병 해방’의 기쁨을 잊어가는 건가. 복에 겨웠다는 걸 알면서도 해방감은 반감되고 있었다.     


부다페스트여행 마지막 날인 월요일, 세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로마 시대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헝가리답게 노란색의 고풍스러운 외관을 보며 따뜻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워낙 사람이 많다 하여 부지런히 준비해 도착했는데도 오전 10시였다. 이미 온천을 가득 채운 사람들 틈에서 선베드 두 개를 겨우 잡았다.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다가, 온천물에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그러다 온천 안에서 문득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일주일 중 가장 정신없던 월요일 오전에 온천을 하고 있다니, 로마 황제가 부럽지 않았다.   


월요일에 노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온천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버이더후녀드 성을 잠시 구경했다. 날씨가 열일했던 날.
사진에는 무서운 숨은 그림이 사실 있답니다. 햇살 좋은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그림을 찾아주세요!

  

평생 이렇게 월요병이 없는 한량으로 살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이 여행도 끝날 것이다. 어디선가 다시 요일에 따라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월요병에 골골거리게 될 수도 있다.


“내가 한때는 월요일 오전에 부다페스트에서 온천하면서 푹 쉬었는데~” 라고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꼰대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되든 간에 오늘 같은 작은 행복이 모여 훗날의 힘듦을 반감시켜줄 것이란 확신은 있다. 우리가 보내는 이 황금같은 시간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리고 그 위에 다시 꾸리는 삶은 월요병에 걸려도 훨씬 단단해지지 않을까.


아니 카페 안이 이렇게 고급져도 되는건가?! 역시 명성대로 뉴욕 카페는 고급졌다.
젤라또 로사가 유명한 이유는 맛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장미모양으로 젤라또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다리가 길어보이는 학생복이 아닌 성 이슈트반 대성당 앞 사진.
부다페스트시도서관이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너무 좋았던 맥도날드와 맥카페.
이곳은 도서관인가 맥도날드인가. 지금까지 이런 맥도날드는 없었다.


자동차여행으로 우리 여행의 윤택함이 곱하기 10배정도 된 느낌이다. 매번 이렇게 운전하며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도 기분이 좋다.
자동차여행 48일째, 우리의 로엥이는 5천키로미터를 달렸다. 언제나 든든한 로엥이.
부다페스트 야경과 함께 즐기는 맥주. 역시 야경은 위에서 보이는 게 제일 예뻤다.
이 야경 하나때문이라도 부다페스트는 한 달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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