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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58

자유여행 예찬론

2019년 6월 13일


자동차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패키지여행을 온 관광객을 많이 만나는 도시들이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이동하기 어려운 소도시일수록 그럴 확률이 높았는데, 체코의 체스키 크롬로브가 그랬고, 크로아티아의 라스토케 마을이 그랬다. 

    

잘츠캄머구트 여행 이틀째, 오늘은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할슈타트'로 향했다. 우리는 마을을 여행하기에 앞서 할슈타트를 조망할 수 있는 '파이브 핑거스' 전망대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전망대는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곳에 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니, 전망대까지는 얕은 구릉을 오르는 것처럼 완만한 길의 연속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햇볕이 따뜻해서 좋았던 파이브 핑거스 전망대. 부모님은 이곳을 참 좋아하셨다.

 

아침잠이 없으신 어머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주먹밥을 준비하셨다. 덕분에 우리는 신이 주신 경관을 보며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양옆으로는 설산들이 펼쳐지고, 언덕 아래에는 할슈타트호가 펼쳐진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3천 미터의 높이에도 햇볕이 따뜻해 반팔, 반바지를 입고도 춥지 않을 정도로 날씨도 좋았다. 저 멀리 마을과 호수를 내려다보며 벤치에 앉아 집에서 싸 온 주먹밥을 먹었다. 관광객이 적어 호젓하게 산책로를 거닐며 절경을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할슈타트를 패키지여행으로 오셨던 부모님도 케이블카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면서 케이블카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절경이라며 좋아하셨다.  

   

점심을 먹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할슈타트 마을'로 향했다. 마을 초입 주차장에는 단체여행자들이 줄지어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패키지여행을 온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마을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호수 마을을 기대하고 '할슈타트'에 왔다면 아마 실망하고 돌아가기 딱 좋을 듯했다. 패키지여행의 주된 코스인 '유람선 탑승' 역시 많은 여행객이 몰리는 탓에 선착장에는 배를 타고자 하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서 있었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호수 마을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사람많고 조금은 시끄러웠던 마을의 주요 거리들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단체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들에서 할슈타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의 메인도로 윗길이 관광객이 적어 훨씬 좋았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아 손쉽게 가족사진을 부탁드릴 수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거의 점유(?)했던 할슈타트 마을의 메인도로.
아내가 예전에 여행왔을 때는 비가내려 별 감흥이 없었다는 할슈타트. 이번에는 날씨요정님이 함께해주셨다.
할슈타트에 오면 꼭 한 장씩 찍게되는 대표 스팟에서 우리도 커플사진을 남겨보았다.
메인도로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나오는 윗길(?). 이곳이 훨씬 한적하고 좋았다.


다음날 다음 여행지인 오스트리아 리엔츠 마을로 향하며 들렸던 할슈타트 근교의 고사우가 할슈타트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여행할 수 있는 시대지만, 부모님이 우리가 여행하는 방식대로 유럽을 자유여행, 그것도 자동차여행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더욱 패키지여행으로만 유럽을 여행하신 부모님에게 조금이나마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안겨드릴 수 있어 기쁘다. 자식의 욕심으로는 부모님이 다음번에는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에 도전해보셨으면 좋겠다.


잘츠캄머구트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마을 고사우.
고사우 마을에서도 우리의 피크닉은 계속되었다.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며 우리부부가 가장 좋아했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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