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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18

여행을 즐기는 법, 날씨에 순응하기

2019년 5월 4일


장기여행이든 단기여행이든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날씨다. 화창한 날이냐 흐린 날이냐, 추운 날씨냐 더운 날씨냐에 따라 옷차림도, 화장발도, 심지어 사진발도 다르다.

    

이렇게 여행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그 날의 일정을 망칠 수도 있게 하는 게 날씨이지만, 정작 우리가 날씨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해선 날씨에 순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멋진 관광지라도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에는 최대한 이동을 자제하고 따뜻한 곳에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는 것이 좋다. 반대로 햇빛이 화창한 날이면 숙소에서 쉬고 있었더라도 다시 밖에 나가 멋진 일몰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피렌체를 떠나 발도르차 지역으로 향하는 날. 가는 길에 산 지미냐노를 들러 구경을 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던 날씨가 시에나 지방을 지날 때쯤부터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숙소가 있는 Lesa 마을에 들어서서도 비는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토스카나 지방의 한없이 펼쳐진 푸르른 밀밭을 기대하며 내려왔으나 우리에게 보이는 건 안개와 비 뿐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서 장작을 떼며 휴식을 취하는 게 최고의 여행이다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다행히 숙소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고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동안 날씨가 개기 시작했다. 먹구름으로 가득하던 하늘에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기예보를 찾아 보니 오후 5시부터는 맑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 하루는 숙소에서 푹 쉴 요량으로 옷마저 편한 옷으로 갈아 입었던 우리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발 도르차 평원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발 도르차 평원까지는 차로 약 1시간 거리. 우리는 '막시무스의 길'로 알려진 포인트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는 대포카메라와 삼각대로 무장한 여러 사진작가들이 저녁노을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태양이 푸르른 밀밭위로 떨어지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멋진 광경이 연출됐다. 심지어 한쪽 편에는 비온 뒤 대기중에 남아있던 수분덕분에 무지개가 피었다.


비 온 뒤 맑아진 발도르차의 하늘.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무지개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예정했던 대로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발도르차의 모습을 담기 위해 길을 나섰다면 어땠을까. 비오는 길을 운전하느라 지칠 대로 지치고, 우중충하고 안개 낀 발도르차의 모습에 실망하고 숙소로 일찍 돌아왔을 지 모른다.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날씨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날씨에 순응하며 여행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탈리아 발 도르차 평원을 여행하며 보았던 풍경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런 것이었다.
날씨에 순응하며 여행하는 것도 우리가 장기여행을 통해 배운 중요한 교훈이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열 번째 도시. 이탈리아 발 도르차(Val D'or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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