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비엔나
2019년 6월 10일
여행기를 읽으면 우리의 여행이 계획된 일정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당장 내일 머물 숙소를 정하지 못할 때도 있고, 다음 여행지로 어디를 가야 할지 마지막까지 고민할 때도 있다.
오스트리아 빈도 끝까지 고민한 여행지 중 하나였다. 아내와 부모님은 이미 여행으로 왔던 도시이기도 했거니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로 향하려던 우리의 여행 동선도 빈을 추가하게 되면 더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빈을 오게 된 건 내 욕심이 컸다. 최근에 읽은 김진명 작가가 쓴 <미중전쟁> 을 읽으며 소설 속에 묘사된 빈의 풍경이 궁금했다. 특히 소설 속 남, 여주인공이 '오스트리아 빈에 가면 꼭 호텔 자허의 '자허 토르테'를 맛봐야 한다는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허 토르테'를 꼭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여행을 하게 되었지만, 빈은 알아볼수록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였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을 여행할 수도 있고, 모차르트, 베토벤 등 천재음악가들이 활동했던 도시답게 다양한 연주회가 항시 열리고 있었다. 또한 비엔나커피의 원조(아인슈패너, 멜랑쥐)이자 초코 케잌의 시발점인 '자허 토르테' 등 다양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도시이기도 했다.
내 욕심 때문에 빈에 왔지만 아내는 지난 빈 여행때 보지못했던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부모님 역시 패키지여행으로 스쳐 지나가듯 여행했던 비엔나를 이렇게 자유여행으로 다시 오니 색다르다고 하셨다.
비엔나를 오지 않고 할슈타트로 바로 향했다면 비엔나의 매력을 모른채로 이번 여행을 마쳤을 거다. 유동적인 여행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언제라도 임의적으로 여행지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만나지 못할 뻔한 도시들을 방문해서 그곳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