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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56

숙소 돌아가는 길

2019년 6월 11일


빈을 여행하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차고에 로엥이를 주차하고 혼자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빈에서 머무는 이틀 동안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귀가할 때면 빈의 무더운 햇빛에 우리는 다들 녹초가 되어 있었다. 빈 시내의 주차난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수준인데 다행히 우리가 머문 숙소는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차고를 제공해주었다. 그래서 늘 귀가할 때면 먼저 숙소에 들려 부모님과 아내를 내려준 후 내가 혼자 차고에 가서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걸어 돌아왔다. 

    

5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왠지 모르게 설레었다. 잠시나마 혼자 배낭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운전기사에 가이드 역할까지 하느라 시내 여행 중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가 차고지에 주차하고 나오면 오늘 하루도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좋았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일상의 풍경들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빈에 왔다면 꼭 카페 자허에 가서 자허 토르테를 먹어봐야 한다고 <미중전쟁>에 나왔었다.
빈에서 유명한 카페 자허. 이렇게 먹고도 서울에 있는 평범한 카페보다 싸다는 걸 생각하면 서울의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다.

여행은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이라고 했던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큰 광장과 분수대 그리고 노천카페들이 많았다. 해 질 무렵에는 늘 아이들이 분수대 주변에서 뛰어놀았고, 젊은 어머니들은 그 뒤에서 유모차와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케밥집 앞에는 익숙한 듯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젊은 남성들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고, 광장의 벤치에는 노년의 남성들이 지나가는 트램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마다 그들의 일상을 엿보며 우리 부부가 빈에 살았더라면 저런 일상을 보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았다.   

  

나의 상상력이 다 해갈 때쯤 나는 어느덧 숙소 앞에 도착해 있었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누군가 나에게 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차고지에 차를 주차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그 시간이 제일 좋았기 때문이다.


여행 4일차만에 갖는 두 번째 외식. 벨베데레 근처 Salm Braeu에서 먹는 등갈비와 슈니넬.


쇤브룬 궁전 정원 끝에 있는 Gloriette. 이 곳에서는 쇤브룬 궁전 전체는 물론 빈 시내까지 조망할 수 있다.
이렇게 넓은 궁전과 정원을 소유했음에도 요제프 황제는 정작 대부분에 시간을 집무실에서 일만 하며 보냈다고 한다.
3대 오페라하우스 극장인 빈 오페라하우스, 공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엔 외관만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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