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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60

바람 쐬러 블레드 성이나 가볼까?

2019년 6월 15일


부모님과 함께 여행한 지 어느덧 9일이 되었다. 짧은 기간 여행을 오신 부모님에게 유럽 곳곳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려고 일정을 짜다 보니 하루하루가 쉴 틈 없는 여행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한적한 마을에 있는 우리의 숙소에서 종일 휴식을 취하는 것이 원래의 일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숙소에서 쉬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부모님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곳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늦게 일어나는 우리야 숙소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게 새로울 수 있지만, 새벽부터 일어나시는 부모님은 아침에는 늘 여유롭게 숙소 주변을 산책하며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셨다. 

    

아침을 먹고 나서 구글 지도를 보며 주변에 어떤 여행지가 좋을까 보다가 한 곳이 내 눈에 들어왔다.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Bled Lake)였다. 우리가 머물던 오스트리아 슐리아튼 숙소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어 드라이브 겸 가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내도 블레드 호수를 가보고 싶어 했으니 부모님과 아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관광지였다.     


숙소 발코니에서 보이는 동네 모습. 어머니는 이 앞의 성당건물과 야산이 보인다고 이 숙소를 좋아하셨다.
블레드 성으로 가는 길, 유채꽃이 만발해 드라이브를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좌) 슬로베니아 비넷도 추가해줬다. (우)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베니아로 국경을 넘어가는 길, 검문검색은 따로 없었지만 대신 터널 입장료를 지불하고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주말이라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을 때 조금 정체가 있었고,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기 전 휴게소에 들러 비넷을 구매하는데 시간을 조금 더 쓴 덕에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더 걸려서야 블레드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블레드 성에 가기 위해 주차장을 알아보다 성 입구가 아닌 마을에 주차했다. 덕분에 우리는 성 바로 입구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었음에도 (물론 나중에 성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유료 주차장에 주차함으로써 왕복 20분을 성 관람이 아닌 동네 야산을 걸어가는 데 사용해야 했다. (선불로 1시간만 주차비를 냈기 때문에 우리는 1시간 안에 주차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 이때까지만 해도 블레드 성 바로 입구에 무료주차장이 있는 줄 몰랐다. 덕분에 매 주말마다 등산을 하는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몬테네그로 코토르 마을에 있던 호수 위의 수도원이 생각나던 블레드 호수.
이 사진 한 장을 위해 블레드성 입장료를 지불했다. 사실 조금 아깝지만 그래도 안보기에는 아쉬운 뷰 포인트.
이 영롱한 에메랄드 빛은 블레드성에서 호수를 바라볼 때에만 볼 수 있다. 이후에 호수로 내려가서 본 물 색갈은 그냥 파란색이었다.

   

생각보다 비싼 입장료와 아름답지만 그 전에 더 아름다운 광경을 많이 봐버린 마이 아이즈(My eyes) 탓에 블레드 성은 큰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아무리 별 볼 일 없더라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별 것 없었네"하는 게 낫지 않은가. 


주차장으로 돌아간 우리는 호수 주변에 차를 대고 피크닉을 하려 했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여행지라 사전정보가 부족한 탓에 주차장을 찾는데 한참을 헤맸다. 힘들게 주차를 하고 호수 옆에 자리를 깔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0여분. 시간이 조금 더 넉넉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속에 짧은 피크닉을 마치고 우리는 서둘러 귀갓길에 올랐다.  


블레드성과 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나름 명당자리에서 피크닉을 했던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우리가 서두른 이유는 바로 U-20 월드컵 결승전 때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장까지 봐야 하는 터라 마음이 급했지만, 다행히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가벼운 드라이브로 생각했던 블레드 왕복투어는 왕복 5시간의 운전과 생각보다 많이 든 여행경비(비넷, 블레드성 입장료 등) 그리고 부족한 사전정보(주차장 때문에 두 번이나 고생했다)로 인해 지금까지의 여행일정 중 가장 만족도가 낮은 여행지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숙소에서 온종일 쉬는 것보다는 블레드 성을 다녀온 것이 잘한 결정이라 후회하지 않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올때보다 국경근처에서 더 심한 정체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한 구글 내비 덕분에 금방 빠져나왔다는 후문.
U-20 월드컵 결승전 경기를 심각하게 시청중인 파고. 생각보다 답답한 경기력에 2시간 내내 열받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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