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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62

두 얼굴의 세체다

2019년 6월 17일


돌로미티 여행 2일차, 늦잠을 잔 우리와 달리 부모님은 아침 일찍 일어나신 후 숙소 근처를 산책하고 오셨다고 한다. 부모님과 함께한 지 열하루째,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속도에 조금씩 맞춰나가고 있었다. 

    

아침을 먹은 후 우리는 돌로미티 여행의 중심 마을인 오르티세이(Ortisei)로 향했다. 이곳에서 세체다(Seceda)로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세체다까지 왕복 케이블카 비용은 인당 32유로. 할슈타트 파이브핑거스 전망대와 라가주오이 산장 케이블카 그리고 세체다 케이블카까지. 케이블카에 쓴 돈이 만만치 않지만, 위로 올라갔을 때 한 번도 실망한 적은 없다.


중간에 케이블카를 한 번 갈아타야 하지만 20분 만에 우리는 2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로 올라올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 내리자 세체다의 넓은 평원 위쪽으로 해가 비추는 모습이 장관이다. 어제 봤던 마가주오리 산장에서 바라본 돌로미티와는 또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침에 오르티세이로 가는 길에 바라본 숙소에서의 전경. 꼭 산신령이라도 나올 것만 같다.
오르티세이(Ortisei) 마을에서 첫 번째 케이블카를 타고 위로 향하는 길.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을 보다보면 금새 중간지점에 도착한다.


세체다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각기 정반대되는 모습을 한 번에 지닌 일명 “두 얼굴의 세체다”가 아닐까. 


한쪽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눈이 쌓여있었고, 그 반대쪽에는 비스듬한 경사면에 푸르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 모습에서 3년 전 마주했던 마추픽추의 모습을 얼핏 보는 듯하다. 높은 산 위에 펼쳐진 드넓은 평원과 그 위로 비추는 햇볕의 모습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짙은 그림자와 절벽 그리고 눈이 쌓여있었다. 한 몸이지만 전혀 다른 두 개의 모습은 마치 이 산이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이 느껴졌다. 

    

세체다만의 또 다른 매력은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을 보며 트렉킹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드넓은 초원 위로 옹기종기 마을들이 모여있고, 산장의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온다. 들판 어디에든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곳이 뷰 포인트가 되는 곳, 바로 세체다였다. 


세체다의 매력은 눈 앞에 펼쳐진 드넓은 초원을 내려다 보며 트렉킹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억년전에는 바닷속에 있다 알프스의 융기로 인해 지상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는 세체다. 그 경이로움에 감탄한 파고의 모습.
저 멀리 세체다를 보며 걸어가시는 부모님의 사진을 찍어보았다.
깎아지를 듯한 설산의 초원에 핀 야생화. 어머니와 아내는 연신 야생화를 찍기 여념이 없었다.

    

트렉킹으로 유명한 돌로미티 국립공원에는 자신의 체력에 맞게끔 적절히 케이블카 혹은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중간중간 설비가 잘 되어 있었다. 우리는 트렉킹이 아닌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 전망을 구경하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마을로 내려갔지만, 천천히 풍경을 보며 마을로 걸어 내려가는 트렉킹도 충분히 멋진 경험일 듯했다.     


부모님과 함께 이탈리아에 왔으니 이탈리아의 맛도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 케이블카를 타고 마을로 내려온 우리는 미리 찾아둔 맛집으로 향했다. 매일 한식만 먹어서 그런지, 부모님도 피자와 파스타를 맛있게 드셨다. 뛰어난 자연경관에 의해 조금 가려져있긴 했지만 오르티세이 마을 또한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벽화 가득한 건물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아침 산책에 이은 세체다 산책까지, 두 번에 하이킹(?)으로 아버지는 숙소에 돌아가자마자 낮잠을 주무셨다. 그렇게 숙소에서 푹 쉬고, 오늘도 저녁은 숙소에서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마무리했다. 여행의 핵심이 ‘잘 먹고, 잘 쉬는 것’이라면 우리는 100점 만점짜리 여행을 하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탈리아에 오면 까르보나라가 진리다. 크림이 아닌 계란 노른자와 치즈로만 맛을 낸단다.
오르티세이 마을 건물 곳곳에는 아름다운 벽화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탈리아 젤라또를 다시 맛 볼줄 몰랐다. 유럽 곳곳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지만 젤라또는 역시 이탈리아다.
숙소에서 바라 본 저녁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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