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총량, 비워야 채워진다
2019년 6월 26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부모님을 배웅한 후 우리는 원래 머물던 비스바덴 숙소에 하루 더 머문 후 독일을 떠나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로 왔다. 비스바덴에 있을 때부터 더워지기 시작한 유럽 날씨가 스트라스부르에 오니 절정에 이르렀다. 한낮 온도가 36, 37도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미친 더위'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머무는 나흘 동안 우리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는 여행을 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2주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장기여행자에게는 조금 벅찬 속도로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술잔도 비워야 채울 수 있듯 여행에도 총량이란 것이 존재한다.
유럽에 폭염이 오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머문 숙소에 에어컨이 있었더라면 우리는 나흘 동안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낮이면 37도에 다다르는 맹렬한 더위 속에 아주 작은 탁상용 선풍기 하나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던 우리는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내내 낮이면 시원한 카페를 찾아 시내로 향했다.
시내에 있는 백화점에 주차하고 근처에 있는 스벅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를 주문한다. 음료가 나오면 카페에 앉아 각자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오랜만에 여행이 아닌 일상을 사는 기분이 든다. 장기여행을 위해선 여행으로 채운 나날들이 있다면, 일상을 살며 비워내는 나날들도 필요하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머무는 동안 여행이라곤 해 질 무렵 유람선을 타고 시내를 둘러본 것이 전부였다.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도시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이었다. 많은 관광지를 둘러보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