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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67

한국행이 앞당겨지다. (Ft.쇼핑천국 독일)

2019년 6월 22일


벌써 독일을 여행한 지도 5일째인데 독일에 영 마음이 가질 않는다. 


웅장했던 노이슈바슈타인성(디즈니성), 아기자기하고 예쁜 로맨틱가도 마을들, 화려한 도시 뮌헨을 봐도 무덤덤했다. 유럽에 온 지 두 달이 지나 모든 게 비슷해 보이기 시작한 것인지, 워낙 큰 자극 (돌로미티와 빙하라는 대자연)을 경험한 후라 덤덤해진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뉘른베르크를 떠나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길, 로맨틱가도의 마지막 도시인 뷔르츠부르크에 들렀다. 뉘른베르크 성이 보이는 백화점 옥상 카페에서 값싸고 맛있는 와인을 한 잔씩 시켜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로맨틱가도의 시작도시 뷔르츠부르크. 독일의 주요 와인 생산지답게 도시 안에도 포도농장이 종종 보인다.
우연히 찾은 블로그에서 마리엔성을 맞은편에서 여유롭게 볼 수 있는 백화점 3층에 위치한 카페 정보를 알게됐다. 결과는 대만족.
운전자인 파고를 제외하곤 모두 와인 삼매경에 빠졌다.

무슨 맥락에서인지 ‘유럽은 가죽이 좋다’는 화두가 꺼내졌고, 아버님은 벨트 하나를 사고 싶다 하셨다. 어차피 뷔르츠부르크도 와보니 오래 관광할 도시는 아닌 것 같아 시간이 있으니 아울렛을 들려도 좋을 것 같았다. 검색해보니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아울렛이 있었다. 갑자기 분위기는 아울렛으로 흘러 우리는 홀린 듯이 아울렛으로 향했다. 아울렛을 가게 될 줄 모르고 방금 백화점에서 세일하는 버켄스탁 슬리퍼를 샀는데! 

    

아울렛에 도착하자 우리 넷은 각자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으로 흩어졌다. 나와 남편은 운동복 매장, 아버님은 벨트 그리고 어머님은 주방용품으로 향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40분이면 오는 베르트하임 빌리지는 아울렛 천국 미국과 동유럽 최대의 아울렛이라는 오스트리아 판도르프아울렛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할인율을 자랑했다. 게다가 독일은 25유로 이상만 넘어도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할인율과 세금환급을 떠나서 독일에서 유명한 브랜드도 정말 많다.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휘슬러, 헨켈, 우리가 좋아하는 슬리퍼 버켄스탁, 드럭스토어에 가면 열 개씩은 쟁여야 하는 Ajona 치약과 카밀 핸드크림까지. 독일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입에 달고 살았던 하리보 젤리도 독일 거였다! 배낭여행자가 아니었다면 Rimowa 캐리어를 사서 캐리어 안에 내가 나열한 모든 것들을 가득 채워 한국에 갔을 것이다.


베르트하임 빌리지 아울렛은 천국이었다. 우리는 쇼핑을 하며 계속 소리쳤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 가격이 나와?!"
쇼핑하면서 느끼는 현타, 언더아머를 한국에서는 왜이렇게 비싸게 주고 사야했던가.

     

불과 며칠 전, 오스트리아 스와로브스키 매장에 가서 봉인 해제된 내 물욕은 독일 아울렛에서 폭발했다. 


요가복계의 샤넬같은 ‘룰루레몬’이 본거지 캐나다보다 저렴했다. 나를 유혹하는 두 단어 ‘세일’, ‘프로모션’ 그리고 ‘4개사면 추가 30퍼센트 할인’까지 걸려있었다. 감히 독일 여행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가는 날이 앞당겨지더라도 오늘 사고 싶은 건 사야겠다고. 


그렇게 요가복 3개 (1개는 남편 거^^)를 사는 대신 한국행이 이틀 앞당겨졌지만 행복했다. 역시 쇼핑은 과학이며, 재미 중에 가장 큰 재미는 ‘탕진잼’인 것을. 나와 같은 재미를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독일 여행을 강력추천하는 바이다.


뷔르츠부르크의 Maria 성당. 성당은 부모님의 여행 주제 중 하나가 아닐까, 보이는 성당마다 모두 사진을 찍고 내부를 구경하신다.
유럽 소도시 여행의 즐거움은 맑은 하늘이 있어야 완성된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서른일곱번째 도시. 뷔르츠부르크(Wurz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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