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9.20
여행기간 : 2015.9.20
작성일 : 2017.3.16
동행 : 광고 촬영팀과
여행컨셉 : 외근?
아침부터 바빴다.
광안리 회 센터에서 가서 살아있는 돌돔과 농어를 사고, 낚시도구와 촬영장비를 싣고 수영만 요트 경기장으로 갔다. 가는 중간에 노르웨이 출신 모델 '마크'도 픽업을 했고...
날씨가 아주 화창하진 않았다. 우리는 파란 하늘까지는 아니라도 저녁 놀이라도 예쁘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빌었는데...
우여곡절이 있었다만 여튼 "낚시대" 광고를 촬영하기로 한 날이다.
대만 낚시 용품 회사에서 카달로그 만드는 작업을 통으로 아는 지인한테 맡겼다. 그 아는 지인은 사무실을 같이 쓰는 후배의 아내. 그녀는 장가계 근처 출신 중국인이다.
두꺼운 카달로그에 들어갈 메인 컨셉 화보 촬영이 오늘 우리에게 내려진 임무다.
글로벌한 판매를 위해서 노란 머리 외국인이 모델로 등장하길 바란다는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 물색하고 몇 명과의 접촉 끝에 마크를 모셔오게 되었다.
마크는 키도 크고 호인형 얼굴에 쉽게 사귈 수 있는 성격이었다. 하루종일 부산 앞바다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무리한 부탁을 계속 해 댔지만, 싫은 내색없이 지시에 잘 따라주고 웃음도 잃지 않았다.
같이 일하기에 편한 스탈이라 다행.
아침에만 해도 생생하던 우리의 또 다른 모델(?) 돌돔과 농어는 공기발생기까지 장착한 큰 스티로폴 박스에서 점점 움직임이 둔해졌다. 워낙 대물들이라 박스가 좁았던 모양이다.
물론 그 놈들 회를 쳐서 오늘 촬영 뒷풀이를 계획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살아있어야만 하는데... 촬영을 서둘렀다.
내가 맡은 보직은 수중촬영.
미리 빌린 두 대의 보트를 나눠타고 수영만 요트장에서 오륙도까지 달렸다. 그 중 사진 배경이 되어줄 삐까뻔쩍한 보트는 시속 100km까지 가능한 무지막지한 엔진을 네 개나 달고 있는 녀석이었다.
물고기들 상태 때문에 맨 먼저 수중촬영부터 했다.
준비해 간 웻수트를 입고 물 속에 뛰어 들었다. 이 맘때 부산 앞바다 물이 제일 좋을 때다. 기온과 수온은 비슷한 온도로 움직이지만 해수 온도가 한 두 달 정도 늦게 따라간다. 즉 기온이 가장 뜨거운 7월말 8월 초와 달리 해수 온도는 이때가 연중 가장 높다. 그래서 굳이 수트가 필요없지만 혹시나 부력이 부족해서 촬영에 방해가 될까봐 갖출 것 다 갖추고 입수한다.
수중 촬영이라 해도 깊은 잠수가 아니라 해수면 근처에서 낚시에 걸려 막 들어 올려지는 물고기를 로우샷으로 찍는 컨셉이라서, 수면 근처에서 수중 하우징을 끼운 카메라로 돌돔을 담았다. 그래도 육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고 조류 탓에 바닷물이 계속 움직인다. 배도 약간씩 떠내려 가고, 나도 떠내려 가고... 돌돔과의 촬영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초점 범위 안으로 넣기도 난감하고...
우리는 결국 고프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영상에서 사진을 캡쳐하기로 그래도 메인 사진이고 인쇄물에 들어갈 거라서 해상도를 4k로 두고 촬영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돌돔은 퍼덕이기는 커녕 운명하기 일보 직전이시고...
겨우 약간의 움직임이 잡히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낚시대의 탄력을 이용해서 마치 힘차게 퍼덕이는 듯한 액션을 연출해야만 했다는...
이후로는 그닥 연기력이 필요없는 조연급 출연으로 전락해 버렸다.
덩달아 나도 배 밑에서 낚시줄에 탄력을 만들어 내는 임무로 보직 변경을 명 받고...ㅜㅜ
이 사진을 끝으로 제대를 명 받고, 이후는 그냥 좀 물속에서 노닐었다.
드론으로 고공샷도 좀 찍고, 반대쪽 배에서도 여러 컷을 찍고...
그러는 사이 난 배 사이에서 카메라나 물품을 이동하는 메신저 역할 정도 하면서 그야말로 오륙도 앞바다를 휘젓고 다녔다. 해운대하고는 또 다르게 물 빛이 훨씬 투명했다.
원래 있던 조류와 수시로 낚시꾼들을 실어나르는 어선이 오륙도와 신선대 부두 사이를 오가면서 남기는 여울까지 겹쳐서 한참을 떠 있다보니 우리 배가 좀 멀어지기도 했다.
촬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배에 올라왔더니 팀원 중에서 두 명은 배멀미로 자리 보전 중이시고...
배멀미라면 세계 제일인 나도 멀쩡한데 말야... 그러고보니 파도가 아주 심한 날이래도 수영 중에는 멀미를 잘 안했던 것 같다. 풀장에서도 1시간 이상 계속 오가다보면 멀미가 날 때도 있는데...
우리 촬영 지점은 이기대 끝에서 한 1km 정도.
촬영 컨셉에서 아파트 등이 나오면 안되어서 오륙도만 배경으로 담느라 심한 조류 속에서 시간 소모가 많았다.
선상 낚시말고도 갯바위 낚시와 노을 배경 컷도 찍어야 해서 서둘러 철수...
우리가 서둔 건 아니고 이 보트가 서둘렀다. 괜히 선장님한테 정말 시속 100km가 가능하냐고 물었다가 모두 배 밖으로 튕겨 나갈뻔 했다는.
잠시 광안대교와 나란히 달린 적이 있는데, 그 위로 달리는 차량보다 더 빠르게 가더라. 와우~
그 속력으로 질주하는 와중에 한 컷~
마크도 이제 공인이니 얼굴 노출되어도 인권침해는 아니겠지?
이 노르웨이 청년. 붙임성 짱이다.^^
이기대 갯바위 촬영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으로 다대포로 향했다.
아까는 그냥 뿌엿던 하늘에서 그나마 구름층의 윤곽들도 나와서 다행.
원래 몰운대나 낙동강 하구의 낙조는 정말 장관이라서 누가 봐도 감탄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아름다운 맛이 잘 나지 않는 날이라 좀 아쉬웠다. 그래도 뭐^^
우리 촬영 계획이 워낙 빡빡해서, 예매한 기차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마크는 먼저 보내고 남은 우리끼리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돌돔과 농어회로 행복한 밤을 만끽했다. 나중에 TV를 보다가 우연히 한화, 삼성 광고 등에서 심심찮게 마크의 얼굴이 나와서 깜놀했었다^^
참고로 이 두 회를 접할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농어 먼저 맛봐야 한다는 거.
돌돔 먹다 농어는 못 먹겠더라고. 육질이 다르다. 돌 돔이 몇 배로 비싼 이유가 있더라는...
늘 이렇게 돈도 벌고, 바다에서 수영도 하는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서도 죽어서도 최선을 다해 준 물고기 두 마리에 경의를 표하며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