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9.13
여행기간 : 2015.9.13
작성일 : 2017.3.16
동행 : 선수들과 엄마, 아빠
여행컨셉 : 대회 참가
아빠 따라 철인 도전!
아들 놈들 이제 3학년, 1학년.
작년엔 창원에서 하는 어린이 아쿠아슬론에 큰 놈만 참가할 수 있었는데, 이제 작은 놈도 자격이 된다.
몸 쓰는 걸 좋아하는 남자들의 로망... 철인3종.
10년 넘게 이걸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수영을 시작했었고, 그게 바다수영으로 이어졌다가, 실제 철인경기에 참가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철인 경기의 메카.. 통영.
내가 처음 "머리 올린"(다들 이렇게 표현한다^^) 통영은 자전거 코스가 죽음의 코스다. 자전거에 제일 자신 있었던 나는 거의 100명 정도를 추월한 것 같았다. 신났었다. 그럼 뭐 하나... 마지막 달리기에서 100명 넘는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난 걸... 역시 마라톤이 제일 힘들다.
근지구력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신체구조가 원인이겠지만, 어릴때부터 과도하게 혹사시킨 무릎은 늘 마라톤에서 나를 힘들게 한다.
동호회 분들 말고, 지인들은 이런 취미를 즐기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3시간 가까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서 최선을 다하고 탈진 상태로 골인 지점을 통과할 때의 카타르시스(정화)는 진짜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 그 전까지의 나를 리셋하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느낌이랄까.
이런 아빠 탓에 우리 애들은 4살 때부터 수영을 배우게 했다. 그리고 초등학생이 되는 날만 기다리다가 인근에서 개최하는 '어린이 아쿠아슬론' 대회에 덜컥 신청을 해 버렸다는...
큰 놈이 처음 머리 올린 창원 대회는 수영 100m, 달리기 500m로 어른들 수준에서는 가뿐하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미션이었다. 그 작은 몸이 터지기 직전까지 가는 모습이 참 애처롭긴 했지만, 본인도 아빠도 뭔가 뿌듯한 느낌... 오래 갔다. 이건 정말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지라 글로 표현할 길이 없다^^.
형~아~ 화이팅!
을 외치며 관중석에서 응원만 하던 둘째까지 이번 울산 대회엔 동시 참여.
선수가 아닌 나도 긴장되는데... 큰 놈은 근심걱정이 많다. 물품을 지급받고 번호를 팔과 다리에 붙이면 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게 되는 법.
창원 대회는 트라이애슬론과 아쿠아슬론을 다 치뤘지만, 트라이애슬론은 초등 4학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었었다. 아쿠아슬론은 자전거를 뺀 것. 말하자면 "듀애슬론"이다.
모든 대회는 시작 전 물에서 몸 풀 수 있는 시간을 잠시 준다
울산 대회는 아예 듀애슬론 종목만 있다.
첫째는 창원때보다 두 배나 늘어난 코스를 치뤄야 한다. 수영 200m, 달리기 1km.
작년에 비해 배로 늘어난 코스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래도 유경험자의 여유가 좀 있는데 반해 둘째는 죽을 상이 영 안 펴진다.^^
꼭 그렇지 만은 않군^^.
어느새 긴장감도 사라지고 처음 써보는 실리콘 수모가 어색한 듯 형아랑 장난질에 빠져버린다. 애들이다.
막내, 머리 올리다
경기 시간이 다가왔다. 다시 수영복을 입고 문수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 트라이애슬론은 오픈워터 경기지만, 어린이 대상이라서 실내 수영장에서 한다.
초등 저학년부부터 시작.
저 때가 제일 긴장되는 순간이다. 신호가 떨어지면 그 다음부턴 머리가 하애진다는...^^
자유형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둘째지만, 그래도 꼴지로 나오지는 않았다. 바꿈터에서 자기 바구니에 있는 옷과 신을 신고 이제 두 번째 달리기 코스에 막 진입해서는 멀리 사라져 갔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선수^^.
갈 때와 달리 얼굴에선 전혀 여유나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다. 안타까운 맘에 부모들이 골인 지점까지 따라서 뛰는 경우도 많았다.
노란색 기억
이번엔 형아 차례.
저학년부와 달리 참가자가 제법 된다.
경기를 무사히 끝낸 작은 놈은 잠시후 자기처럼 죽을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될 형아를 목놓아 응원한다.
레인마다 2명 씩 입수한다. 옆 사람과의 경쟁이라... 쉽지 않다.
실제 오픈 워터에서는 첫 입수 때 1/3~1/2 정도가 대회를 포기한다. 출발 라인에서 수십 혹은 수백명이 동시 출발이다 보니 별별 일이 다 생긴다. 긴장한 탓에 초반 오버페이스로 사점을 못 넘기고 물을 먹는다거나 쥐가 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황당했던 경험은 나도 부지기수.
스타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등 위로 올라오는 사람이 있질 않나,
내가 앞지르려던 어떤 여자분이 스트록 중에 손톱으로 내 얼굴을 할퀴는 바람에 피를 흘리며 완영한 적도 있고,
앞 사람이 갑자기 방향을 트는 바람에 발 뒤꿈치가 내 얼굴을 그대로 가격해서 수경이 벗겨지고 한 동안 한 쪽 눈이 얼얼한 채로 경기한 거나 팔꿈치로 가격당한 적이야 수도 없이 많고...
몇 번 호되게 당하고 난 뒤로는 일부러 신호를 받고 사람들을 좀 보내놓고 출발한다거나, 무리에서 좀 떨어져 직선거리로 수영하지 않고 약간 돌아 가기도 한다.
저 잔잔한 풀이 정적을 깨는 부저와 함께 아드레날린으로 출렁이겠지.
고학년들은 역시 영법이 다르다. 제법 박진감도 준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나타난 녀석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영상을 보자니, 카메라가 켜져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게 같이 긴장했던 그 순간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잘 했어. 아들들~
아빠 잘못만나 니들이 고생이 많다. 하지만 오늘 사점을 왔다갔다했던 경험은 살면서 오래오래 큰 힘이 되어 줄꺼야~
그후 두 녀석은 지급 물품 중에 있던 저 샛노란 경기복을, 색이 바래고 보풀이 날리도록 주구장창 입어 댔다. 여름이면 거의 저 옷만 입으려 했던 걸로 봐서, 지들도 힘든 과정을 통해 얻은 어떤 전리품, 수확 뭐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