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5.3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10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푸에르토프린세사 최대 쇼핑몰, 로빈손 플레이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시내 중심로와 연결되는 교차로 바로 옆이고 조금만 걸으면 팔라완에서 가장 큰 로빈손이라는 소핑센터가 있다. 사람들 말로는 최근에 생긴 거라고 하는데 필리핀에선 제법 유명한 쇼핑몰인가 보다.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유일하게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춘 커피숍이 여기 있다고 들어서, 나선 김에 커피라도 한 잔 먹으려고 그쪽부터 향했다. 사실 여기 말고는 딱히 갈 데가 없기도 하고...
멀리서도 잘 보이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로빈손몰은 상당히 규모가 크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한산하다. 설마 아직 오픈 전인 건 아니겠지?
가까이 다가갈수록 좀 불안하다. 문 앞에 한 사람 있긴 한데 들어가지는 않고...
우리말고도 엄마와 함께 온 꼬마들 가족도 있으니, 오픈은 한 모양이다.
그때 내 카메라의 셔터 소리를 들었는지 남자애 하나가 뒤를 돌아본다. 피부색도 옷차림도 낯선 이방인에게 자신이 지어보일 수 있는 가장 천진한 미소로 대한다. 허허 이놈봐라^^. 이가 하나 빠진 귀여운 꼬마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입구에 적힌 오픈 시간^^. 역시나...
졸리비 버거 (Jolibee)
입구 바로 옆에는 "졸리비"라고 우리로 치면 롯데리아 정도 되는 패스트푸드점이 있는데, 거기도 이미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전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코크를 즐기는 우리의 젊은피 "초이"군의 간곡한 요청으로 따뜻한 남쪽나라까지 와서 버거를 주문하게 생겼다. 어차피 아직 1시간은 기다려야 할 판이고...
'초이'는 그렇게 맛있는 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방금 조식을 빵빵하게 먹었으면서도 손가락까지 싹싹 다 빨아먹는다.
화끈한 스콜
다시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하늘이 시커매졌다.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그렇듯 장마철에 쏟아지는 비 소리에 익숙한 편인데도, 소리의 규모가 달랐다.
좀 과장하자면 마치 없던 폭포가 생긴 것처럼 소리로 먼저 비가 오는 걸 알려 준다. 그리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면 아직 여기까지 닿지 않은 굵은 빗줄기가 바닥을 적시며 다가오는 게 보인다.
신기한 경험이다.
그렇게 한 동안 퍼붓던 비 소리가 좀 약해 졌나 싶더니, 벌써 하늘 저쪽은 파랗다. ^^
Jennine, Nylerynn, Cristian, Oscar, Jasper(?)
그렇게 넋 놓고 스콜을 감상하고 있는데 내 카메라 앞으로 누가 자꾸 알짱 거린다.
본인 사진을 찍어달라는 듯... 이 녀석, 아까 그 천진한 미소의 꼬맹이다.
왼쪽에서부터 제스퍼, 오스카, 크리스티안 삼형제
한 두 살 터울의 형, 동생으로 보이는 이 녀석들 표정이 가히 예술이다. 엄마로 보이는 분께 사진을 찍어도 괜찮은지 눈으로 사인을 보내니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이 녀석들 본격적으로 포즈를 취한다.^^
셋 다 미남에 너무나 매력적인 미소를 담고 있다. 우리 꼬맹이들 데리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보다 우리 꼬맹이들도 낯선 사람들에게 선뜻 천사의 미소를 보낼 정도로 천진한 삶을 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간절하게 보고 싶어졌다는...
언니가 제닌, 동생이 나일린이다.
기둥 쪽에 기대 있는 소녀 둘도 계속 웃으면서 이 상황을 즐긴다. 소녀들은 삼형제의 누나들이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니 씩 웃기만 할 뿐, 거부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게 제인의 형제, 자매들을 사진으로 몇 장 담았다. 이름을 물었더니, 동생들 이름까지 쭉 다 얘기해준다. 발음이 어려워서 적어달라니, 내 폰 메모장에 정성스레 다 찍어준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이 친구들의 미소도 참 해맑았다. 아직 때묻지 않은 이곳 사람들의 심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팔라완 카페
그러는 와중에 어느새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듯 쇼핑몰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도 그렇게 안으로 들어섰다. 쇼핑몰은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뭐, 필리핀이라는 곳의 문화이거니 하고 받아들인다. 나중에 커피숍에서 주문을 하고 밖에서 마셨는데, 옆문이나 뒷문으로 들어올 때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 아마 검문 검색이 일상이 되면서, 이 또한 약간 요식행위처럼 굳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우리는 목표 지점인 팔라완 카페부터 공략했다.
커피숍은 건물의 왼쪽 귀퉁이에 있다.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다 필요없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
커피숍이라고는 여기 하나 뿐이라는 것도 매력이지만, 인테리어나 커피 맛도 상당한 수준이다.
오픈을 하자마자 벌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밖에 있는 테이블까지 사람들이 앉아 있다.
우리는 테이크아웃으로 주문을 해서는 한 잔 씩 들고 쇼핑몰을 구경한다.
딱히 뭘 살 게 있지는 않았으나, 왓슨즈라는 가게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살 게 생각났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파는 물건인데, 집 근처 약국에는 스프레이만 팔았다. 스프레이를 들고 항공기 탑승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현지에서 구매를 하자고 했는데, 깜빡하고 있었다.
아직 모기에 시달리는 경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이드도 모기가 많으니 미리미리 대비책을 세우면 좋다고 하기도 했고...
여기엔 또 스프레이가 없었다. 대신 로션 형태로 된 게 있어서 그걸 구매했고, 이거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게 아주 요긴하게 잘 썼다.
그러고는 1층부터 2층까지 빙글빙글 둘러보다가
제닌과의 e팬팔
2층 맨 끝에 있는 전자오락실까지 이르러서 애, 어른 할 것 없이 오락 삼매경에 빠진 곳으로 들어가 봤다.
근데^^ 제닌과 동생들이 여기있는게 아닌가.ㅋㅋ
제닌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 왔다. 아까하고는 달리 먼저 인사도 하고 말도 걸고... 그리고 나중에 사진을 보내 줄 수 있냐고 묻는다.
메일 주소를 찍어준다. 나도 꼭 보내마 약속. 옆에 있던 엄마도 흔쾌히 우리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웃어주고^^. 참 기분 좋다.
이게 바로 여행 아닐까?
비록 출장 개념으로 온 거지만 오후 일정 싹 비우고 이들과 식사라도 한 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내 발이 닿은 지구 위 어디쯤... 나를 아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곳은 벌써 특별한 곳이 된다.
그게 어린왕자가 사막여우와 나눈 대화의 핵심이 아닐까?
여행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낯선 이와의 조우와 교감... 그게 꼬마든, 동물이든, 아니면 무생물이든.
그래서 메일을 보냈냐고? 당연하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사진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근데 답장은 없었다.
그리고 여름, 가족이 다시 팔라완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양쪽 가족들 모두와 식사라도 하자고...
역시 답은 없었다.
어쩌면 제닌이 폰에 찍어 준 메일주소가 잘못된 걸 수도 있겠다 싶었고, 일상에 바빠 또 잊고 지내기도 했다.
근데 이 글을 쓰기 열흘 전 쯤 메일이 왔다.
Hello.
Im sorry for late reply because i didn't check my email this past few months.
Hoping to see your family too.
Were all fine here. About you?
아침 출근길에 확인 한 메일에는 "제닌"으로 저장한 사람이 보낸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작년 여름 가족끼리 식사하길 바란다는 메일에 자기도 만나길 기대한다는 때늦은 편지가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서로 안부를 묻고 있다. ㅋㅋㅋ
내가 몰랐던 사실은 중학생이 아니고 고등학생이라는 것.
동생들도 모두 잘 지내고 있단다. 다시 한 번 팔라완에 와 달라기에, 제닌이 한국에 놀러오랬더니 자기는 그렇게 부자가 아니란다^^.
미리 말하자면, 이번 팔라완에 대한 사전 답사는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출장에서 소기의 목적 달성은 사실 실패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생에서 그리운 지역이 또 하나 늘게 되었달까.
식구들의 최근 사진을 하나 보내달랬는데, 또 답장이 없다^^. 어쩌면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할 수도 있을테니... 또 수개월 후 답장을 해 올지도 모르니 기다려봐야지... 그러다 불쑥 도착한 메일이 또 내 삶을 충만하게 만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