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5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5.25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렘봉안으로 떠나는 요트에 몸을 싣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꾸따에서 덴파사르, 사누르 쪽으로 달리다가 베노아 항으로 꺾어들어간다.
어느새 일대는 전형적인 항구의 모양이다. 이른 아침 베노아의 접안 시설에는 여러 종류의 요트며 배들이 즐비하게 이어져 있다.
베노아 항의 와카 사무실
그 중 우리가 오늘 타야할 와카크르즈 사무실오 들어간다.
아디가 알아서 리셉션에서 우리 명단을 확인해 준다.
접수하시는 여성분이 뭔가를 건넨다. 노란색(일명 똥종이^^)에 리본으로 간단하게 묶은 이 건,
다름아닌 와카 세일링 크루즈의 한글로 된 설명서와 지도.
마치 보물섬에서 모든 선원들이 열망하던 바로 그 보물지도 같은 느낌으로 종이 색과 인쇄 물감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를 태우고 떠날 와카세일링크루즈 선박이 보인다.
높은 돛대가 웅장함을 더해주는 카타마란이다.
카타마란은 마치 두 대의 요트를 이어붙인 듯한 배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카타마란이라는 정보도 몰랐는데 더욱 매력적이다. 카타마란은 안전과 속도 모두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고급 요트 선박이라 보면 된다.
발리에서 렘봉안까지 가는 크루즈는 이것 말고도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배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프로그램은 비슷한 편인데, 차이라면 바로 배.
실제 렘봉안까지 이동하면서 오로지 무동력, 풍력으로만 이동하는 요트의 매력을 느껴볼 수는 없었지만, 커다란 돛을 세우고 이동하는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요트가 바로 "와카 크루"의 특징이다.
요트에도 동력이 있고, 그것을 주로 이용해서 렘봉안까지 이동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요트의 동력은 접안시 미세 조정을 위한 용도라서 추진력에서는 다른 파워보트에는 턱없이 딸린다.
그래서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다른 파워보트 크루즈는 1시간이면 갈 렘봉안을 "와카세일링크루즈"는 2시간 운행하는 게다.
매력 덩어리, 와카 크루 (WAKA CREW)
8시에 도착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온 줄 알고 여유를 부리는데 빨리 승선하란다. 들어가 보니, 우리가 오늘 마지막 탑승자더라는...
와카의 정원은 고작 30명 정도. 요트의 특성상 더 많은 인원을 태울 수도 없다. 덕분에 다른 대형 파워보트에 비해서 단촐하고, 조용한 편이다.
느리다는 게... 무조건 빨리 도착하겠다는 것만이 여행의 목적이 아닌 여행객들에게는 선택의 기준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정원은 언제나 빨리 차 버린다고 한다. 미리미리 예약하는 버릇을...
와카의 숨은 매력은 타 봐야 알 수 있다. 바로 사진 속에서 출발 전 구명조끼 사용법을 시범 보이고 있는 "와카 크루"의 일원때문이다.
잘생긴 선장님을 비롯해서
와카맨들은 모두 새하얀 제복을 입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그들의 절도있는 행동과 미소, 서로를 의지하고 존중하면서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성마초"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바다 사나이들의 의리에 매너를 갖추었달까... 중년의 나이에서 느껴지는 삶의 연륜과 깔끔한 매너때문에 누구라도 금새 반해버리고 만다. 남자인 나까지도 그랬으니...
드디어 출발.
발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짜낭사리만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카타마란의 한쪽 끝에 놓여있다.
와카크루즈에선 선상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렘봉안의 리조트에서 본격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선상에서는 각종 다과가 무한정 제공된다. 커피 등의 음료부터 바나나 파파야 등의 과일, 그리고 저렇게 테이블마다 하나씩 빵 바구니까지.
실제 호텔 조식을 먹은 지 얼마되지 않아서 많이 즐기는 사람은 없었지만, 돌아올 때는 인기 만점이었다.
승객들은 딱히 규제 조항이 없이 자유롭게 배 위를 돌아다닌다. 상판 전체 표면이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고, 카타마란의 특성상 배와 바닷물이 늘 수평이 되기때문에 위험할 일도 별로 없다.
항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흰 제복의 크루들이 바빠졌다.
승객들은 선상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사진도 찍고 다과를 즐기거나 담소를 나누는데, 그 와중에 와카맨들이 돛을 펼치고 있다.
날씨도 적당하게 구름이 있어 자칫 지루할 수 있을 망망대해 항해에 양념 노릇을 톡톡히 해 주고, 하얀 제복과 흰 돛대, 그리고 하얀 돛까지 색감도 신선하다.
멀리 사누르가 보인다.
사누르는 발리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가장 먼저 리조트들이 자리했던 곳이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 발리의 관광 중심지가 남부로 이동하긴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제법 사누르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구간이 펼쳐지는 동안,
돛이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역시...
노란머리 친구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알아서 웃통 벗고 비키니 차림으로 벌러덩 ^^
카타마란에는 보통 앞부분에 저런 그물 해먹이 있는데,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
우리는 지붕에 자리를 잡았다.
돛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나와 'J'가,
반대편엔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젊은 아가씨 둘이 자리를 잡았다.
돛 설치를 예술같은 품격으로 마친 크루는 안에서 얇은 매트리스 꺼내서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우리도 네 장을 받아서 지붕 식구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매트리스에 누워서 찍은 사진.
실제 세일링으로 가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랬다간 오늘 안에 렘봉안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우리 앞에 독일에서 왔다는 약간(?) 나이가 있는 연인이 멋진 모델이 되어 준다.
멀리 아궁산이 보인다. 발리 전역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높이의 어머니 산.
2시간 동안 뭐 하지? 생각했는데 어느 새 훌쩍 지나버렸다.
벌써 렘봉안이 시야에 잡힌다.
느즈막히 우리도 한번 그물에 몸을 뉘어 보자고 들어왔다. 그래봐야 곧 도착이지만
어라~. 여긴 물 빛이 완전히 다르다.
발리가 세계 3대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하나 아쉬운 게 맑은 동남아의 물빛이었는데 (물론 뒤쪽 멘장안 쪽은 아주아주 맑은 물빛을 자랑하지만 남부에서 거의 한나절은 가야한다) 렘봉안으로 다들 건너오는 이유, 발리를 더욱 유명하게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이리라.
렘봉안에 이정도 체급의 카타마란을 접안할 수 있는 곳은 없나보다. 와카맨들의 가드 아래, 두 차례에 걸쳐 작은 배로 섬까지 이동한다.
작은 보트의 바닥을 유리로 만들었지만 그렇게 맑지는 않아서... ㅜㅜ
다시 오후에 우리를 태우기 전까지 카타마란과는 잠시 이별이다.
렘봉안이 그렇게 큰 섬은 아니다. 렘봉안 비치는 굳이 꾸따비치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아주 작은 느낌이다.
하릴없이 앉아 있는 동네 총각들이 이 섬이 시간이 외부와는 다르게 흐른다는 걸 과시하며 맞아준다.
공기를 가르는 카타마란 위에서 한가로이 바다를 가로 지르는 색다른 경험만으로도 좋았지만, 본격적인 모험은 이제 시작이다.
작지만 많은 걸 감추고 있는 렘봉안 섬과의 교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