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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원정대 18] 우붓의 다리 하나 없는 개

2016.6.26

by 조운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우붓으로 왔다.
물론 먹고, 기도하다가 사랑에 빠진 줄리아 로버츠도 없고, 그 주술 치료사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영화를 왜 이곳 우붓에서 찍었는지는 알수 있었다.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6.13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우붓 전통 공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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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들른 곳은 우붓의 전통시장. 우붓도 제법 넓어서 섹터별로 구분해서 돌아다니면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우붓왕궁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난 큰 길들이 있고, 우리가 올라 온 남쪽으로 식당과 호텔들이 많다. 왕국앞 사거리에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저런 자갈치 시장스런 파라솔들이 즐비한 곳이 보인다. 예술공예품들이 넘치도록 많은 우붓 전통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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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더 깔끔하게 보이는 길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묘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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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정말 가게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잔뜩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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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열심히 짜낭사리에 향을 사르고는 향기로운 꽃을 낀 손으로 살랑살랑 신의 기운을 천지로 날려 보내는 소녀가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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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볼 땐 작은 시장 같아 보이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오면 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길 정도로 양 사방으로 골목이 많고 사람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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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골목과 골목이 만나는 곳 한 가운데는 어김없이 짜낭사리들이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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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좁아지는 안쪽으로 들어서다 이번엔 짜낭사리에 향을 피우는 소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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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지만 아뿔사 남정네 둘에게는 아주 큰 감흥을 부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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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물건들과 사람들에 놀라 시장 안 건물에 있는 더 많은 가게들에는 아예 들어가 볼 생각조차 못하고 만다. 지금도 후회가 된다. 아무 건물이나 한 군데만이라도 들어가 봤어야 하는 건데...






우붓 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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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품 시장을 주마간산하고 급하게 각자 집에 있는 꼬맹이들 티 쪼가리 한 두장씩 사고는 길을 따라 우붓왕궁으로 간다. 시장과 왕궁은 "잘란 Suweta(Suweta 거리)"을 두고 서로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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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번잡함에 비해 거리는 한산하다. 차로인데도 아스팔트 대신 블럭이 깔려있어,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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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의 입구만 보면 '에게? 이게 왕궁이라고?' 싶긴 하다. 화려한 조각과 문 양쪽을 지키는 역사들의 표현이 뛰어나긴 해도 규모는 다소곳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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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안쪽에는 귀면상이 양각 부조 되어 있는데 표현이 참... 아름다운 도안과 조각이다. 물론 무른 석회석이니 더 그렇겠지. 그에 비해 화강암에다가 귀면상이나 해태상을 깎아 넣은 우리 조상들 손재주도 참 만만찮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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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이라 칭하고 지금도 그 왕족의 후손이 집을 소유하고 우붓 전체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곤 하지만, 역시나 작은 지역의 통치자이지 않았겠나. 당시로는 으리빵빵했을 이 집은 오히려 왕의 거처 치고는 소박한 맛이 나서 더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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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이렇게 뿌리인지 줄기인지 알 수 없는 치마 자락 같은 무늬를 만들고 있는 나무 두 그룻가 초반부터 신비감 제대로 연출해 주면서 왕궁의 권위를 살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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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쭉 뻗은 길 끝에는 드나들 수 있는 탑이 있다.
국사시간에 배웠던 일종의 모전탑인데, 각 층의 지붕이나 장식들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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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있는 동작의 역사들이 역시 문 앞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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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 특히 건축물을 바라볼 심미안, 유홍준적 지식 따위 과문하지만, 누구나 앙각샷 하나쯤은 찍고 싶게 만드는 힘과 아름다움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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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옆의 쪽문을 통해서 내당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군의 유러피안 젊은이들이 농담을 따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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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시 침소거나 사원으로 예상되는 계단위의 문은 열려있으나 들어갈 수 없도록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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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배치된 역사들은 귀면상을 하거나 때론 상상의 동물 얼굴을 하고 있는데, 재밌는 건, 키가 좀 작고 목이 없는 그래서 동작은 우악스럽지만 전체적으로 귀여운 모습이다. 더구나 치마처럼(물론 치마는 아니겠지만) 두르고 있는 화려한 금색의 천이 더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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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짧게나마 한 때 우붓을 지배했던, 그리고 지금도 우붓지역 상당수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왕가의 집을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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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에 있는 공회로 간다. 우붓의 만남의 장소격인 이곳은 많은 관광객들의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런 그들에게 간식을 파는 좌판이 있기도 하지만, 실상은 힌두교의 의례 장소란다.
보통 마을마다 이런 곳이 있는데, 공동체의 집단 회합의 장소로 쓰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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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다리가 하나 부족한 개가 누구 하나 쳐다보지 않는 가운데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개는 개 취급도 못 받는다.
개는 거의 '투명한 생물체'...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불교처럼 힌두도 개의 삶은 전생의 업보로 보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인도에서도 개가 투명한 생물체 취급을 당하는 걸로 봐서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남과 여 외의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나 장애인을 대하는 듯하달까.
있어도 없는 자 취급 당하는, 봐도 못 본 척하는...
차라리 행위를 지적하고 가치판단을 편협하게 하는 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존재 자체가 부정 당하는 삶이라는 걸 겪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마음일 수 있을까?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따끈따끈한 날씨에 새삼 '부정의 부정을 긍정할 수 있는' 생각의 계기를 만들어 준 저 주릴 대로 주린 개에게 잠시 감정이입하는 중에 멀리서 차에 타라고 '아디'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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