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6
이번 발리행에서 발리 섬의 가장 북쪽으로 왔다.
인도네시아어로 '울루'는 물, '다누'는 위.
한마디로, 울룬다누 사원은 물 위에 있는 사원이다.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6.14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울룬다누는 브두굴이라는 높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고 발리섬의 정 중앙에서 한참 북쪽에 치우쳐 있다.
아랫쪽 하고는 기온 자체가 다르다. 앱에 표시된 온도는 27도였지만 체감 온도는 20도 이하였다.
그 만큼 해발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붓에서 여기까지의 거리도 상당하지만, 계속 오르막을 달리는 차가 속력을 내지 못하기에 시간도 많이 잡아 먹는다. 그래서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발리의 필수 코스로 인식되지 않는 곳이긴 하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발리 전체 인구에 공급되는 대부분의 고랭지 채소밭이 있고, 밭마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듯한 좌판에서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내다 팔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울룬다누 사원 입구다.
울룬다누 사원은 인도네시아 화폐에도 들어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당연 유료다.
축제기간 마지막 날이라는데 아직 그 여운이 느껴진다.
넓은 정원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면 호수 쪽으로 난 문을 만난다.
정원에는 남쪽에서 흔히보던 야자 대신 침엽수가 더 많다.
기후대 자체가 다른 듯.
저 문 안쪽은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겠지, 이렇게 높다랗고 화려한 문을 만든 의도는.
맨 먼저 공회가 보인다.
축제의 일환으로 마침 뭔가 공연을 마친 듯, 출연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 중이다.
반대쪽은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신성구역인지, 화려한 관문과 굳게 닫힌 문이 보인다.
이내 호수다. 브두굴지역엔 크게 두 개의 호수가 붙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이곳은 작은 축에 속하지만, 실제 규모는 어마어마한 칼데라호이다.
호수로 진입하자마자 보이는 대나무가 가득 있는 이 작은 섬(?)은 용의 형상을 한 수호신이 한바퀴 두르고 있다.
그리고 호수 저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마자, 여느 관광 책자나 지폐에서 봤던 풍경 그대로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하늘은 낮게 깔린 날이고 비라도 내릴 것 같은 차분한 날씨 속에 하늘에서 조망한다면 물 위에 연잎 형상처럼 보일 인공 섬을 만들고선 탑을 세워 두었다.
중국인 아니면 대부분 인도네시아 인들이 더 많은 길을 따라 가까이 간다.
입구에는 우붓왕궁의 역사나 일반 가정의 개가 아니라 여신인 듯한 형상이 일산까지 쓰고 지키고 있다.
평소에는 건널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특별한 날에 지나는 길을 놓는다 한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물 위에 뜬 연잎 모양임은 짐작할 수 있다.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중간에 신이 드나드는 작은 다리가 걸쳐있다.
뒤쪽에 있는 사원도 아름답다. 탑 지붕 격인 검은 색은 사실 식물에서 추출한 걸로 만들었단다.
발리에서는 저것만 만드는 장인이 있을 정도라는데, 바로 야자수 줄기에 있는 섬유질의 수염(?)이란다.
발리에서는 꼭 그 재료만을 고집해서 탑의 지붕을 만들고 있단다.
물위의 사원 반대쪽에도 넓은 정원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와 있는데, 워낙 넓어서 한적한 느낌을 준다.
우리는 길 끝까지 걸어가 봤다. 반대쪽에서 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호수 위에는 오리배가 떠 있고, 더러
스피드보트도 지나다닌다. 호수 건너편에는 마을이 있어,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절 앞도 거의 음식점들이... 사람이 많이 오면 먹어야 하고, 식당과 기념품 샵이 조화로움과 무관하게 난립하는 게 공식인 거야 뭐 국적 가리겠는가^^
길 끝에 작은 문을 건너면 또 다른 정원이 넓게 펼쳐진다. 한때는 리조트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정갈하게 관리는 되고 있는 길을 따라 가보니,
빌라처럼 보이는 객실들은 남아 있으나 사람의 자취는 없다.
그 흔적들은 여기저기 보인다.
저 멀리까지 관광객들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며 한적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따라오는 줄 알고 있던 'J'는 뭔 생각에 잠겨 있는지 저 멀리 혼자 쪼그리고 앉아있다.
실은 여기 모습을 드론으로 좀 담으려고 아디를 통해 허락을 구해 봤는데, 돌아온 답은 절대 안된다는 것.
신성한 종교시설에서 항공촬영을 허가해 줄 수는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풀이 죽어 있나?^^
다시 입구 쪽으로 나오는데 보트 등을 대여해 주는 곳이 보였다.
우리는 버드아이뷰 촬영은 불허받았지만, 호수에서의 글라이딩샷이라도 시도해 보려고 보트나 오리배를 빌리려 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관리자가 일찍 퇴근을 했단다^^. 발리스런...
선착장엔 그 아저씨가 퇴근 하기 전 티케팅했던 사람들만 순서를 기다리고...
신앙심 깊은 발리인들이 오래 전에 "물 위에 띄운 정성" 울룬다누 사원 앞에서 외국인 한 명에서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지폐이 있는 사진을 흉내낸 사진 한 방을 끝으로 우리도 울룬다누를 나선다.
울룬다누 사원까지 오는 동안 고산의 정점을 지나서 살짝 내려오는데
내리막 길에 들어서자 마자, 제법 큰 재래시장이 하나 있었다. 온갖 고랭지 채소들과 현지인, 외국인들로 북적 거리는 이 곳이 정말 들러보고 싶었는데...
원래 외국에 오면 시장이 제일 역동적이고 재밌지 않나?
아디야 지가 사는 곳이니 그런 여행객의 맘을 잘 모를테고... 더구나 다음 일정도 아주아주 먼 곳이라 시간을 지체하기도 미안해서 차를 세우지는 못했다.
다만 저 소녀가 내내 맘에 걸린다.
아마도 옆 건물 가게에는 여성 두 분이 한 창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가게 주인의 딸이 아닐까 한다.
엄마 가게 옆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산비탈로 이어지는 찬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입술만 깨물고 있는 모습에서 측은함만으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는 궁금증 같은 걸 자아내는 소녀.
허락을 받고 뭐고 할 새도 없이 잠시 신호대기 상태로 창 밖으로,
그녀에겐 엄청 느리게 가는 시간 중에 찰나를 잡아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