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연구 _ 2013.4.18
여행기간 : 2013.4.18 - 4.23
작성일 : 2016.8.8
동행 : 인턴기자, 박사코스 유학생 그리고 존경하는 그
여행컨셉 : 영상 촬영 출장
내 항공 티켓의 경우지는 제법 복잡했다.
부산-인천-프랑크푸르트-히드로
루프트한자를 타기 위해 장비를 다시 점검했다. 같이 가는 그는 눈과 귀로 기록하면서 더러 사진도 담을 것이다. 한 명의 일행이 더 있단다. 신문사 인턴 기자인데, 그도 수첩과 사진기에 기록을 할 것이다.
영상 기록은 오롯히 나의 몫이다.
멀리 가거니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최소만 챙겼다.
김해 공항에서 티케팅을 하고 혼자 보딩을 한다. 그러고보니 혼자 비행기 타는 건 처음인가?
아 뜨는구나 했는데, 도착한 인천공항.
환승 구역에서 일행과 만났다. 점점 푸석해져 가는 검게 탄 얼굴의 그와 인터넷 신문사 인턴 기자, 그리고 두 여성분들을 모시고 다녀야 할 처지의 나. 이렇게 급조된 일행이 다 모였다.
루프트한자 전 좌석이 거의 꽉 찼다.
좁은 좌석은 무릎이 앞 의자에 닿았다.
이 모든 경비는 그가 부담했다. 그가 얼마 전에 출판한 책의 인세가 들어왔단다. 그에게는 돈이 별로 없지만, 혹여 돈이 생기면 어떤 일을 벌일까부터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 생각은 곧 실천에 옮긴다.
지난 번부터 민스미어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되면 꼭 한 번 가서, 자연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이룬 결실을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혹시라도 우리가 마주친 낙동강의 미래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같이.
드디어 출발이다.
난, 배낭안에 일부러 새로 구매한 Sony a77의 메뉴얼을 넣어 갔다.
손에 익지 않은 카메라이기도 했지만, 길고 긴 비행시간 동안 그 놈을 독파하면서 DSLR 영상 촬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소프트랜딩하려는 생각이 컸다. 무엇보다 시간을 죽이기 딱 좋을 것 같았다.
a77은 소니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반투명 미러를 장착한 DSLR인데, 본인들이 DSLT라는 작명을 해서 출시했다. 정확하게 전통적인 미러를 채택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미러리스도 아니라서 이런 작명, 음... 부득이했을수도 있다고 본다. 소니라면 더더욱. 원래 소니사가 좀 그렇다. 뭔가 세상의 표준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 과거 워크맨 시절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해 보려는 발버둥이랄까?
영상을 다루는 사람들은 반응속도나 조작의 편의성 등 익숙한 것을 꾸준히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기존 영상 장비 시장에서 장악력이 컸던 소니가 그 이후 왕좌를 쉬이 내주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사진기 시장은 니콘 아니면 캐논이다. 사실 니콘 쓰는 사진 작가인 선배는 소니 사진기에 대해서
전자제품 회사에서 만든 사진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 등도 싸잡아서 욕을 먹던 기억이...
물론 캐논의 본데 없음을 조심스럽게 지적하기도 했고.
그러나 최근 카메라가 가정용으로 대중화 되면서는 니콘의 아성이 무너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캐논으로 통일된 듯한 느낌이다. 주위에 유저가 많은 기종을 쓴다는 건 장점이 많다. 일단 아는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장비를 구매하거나 관리하거나 기능에 대한 궁금증이 있거나 호환되는 주변기기나 프로그램 등에서 아주 많은(지나칠 정도로) 조언도 구할 수 있고, 급하면 호환되는 장비 잠깐씩 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소니 a77을 선택했다.
내가 a77를 택한 것은 기존 사용하던 영상 장비가 대부분 소니(그가 쓰라고 줬던 최초로 준 전문가용 디지털 캠에서 24p를 지원했던 파나소닉 모델과 가장 최근에 샀던 캐논의 XLHD도 있긴 했군...)의 익숙함과 함께, 캐논이나 니콘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 그리고 자동 초점의 반응속도 때문이었다.
민스미어로 갈 당시는 캐논의 5D mark2가 단편영화 촬영에 폭넓게 이용되면서 DSLR이 영상촬영 장비로 공전의 히트를 치던 시기였다. (아님 살짝 이후 거나^^)
어쨌거나 얕은 심도와 색감의 우월함, 높은 콘트라스트가 기존 영상보다 더 강한 느낌을 주면서 너도나도 DSLR로의 동영상 촬영을 시도 하던 때였다. 기존 실전용 영상장비보다 장비를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또 하나의 요인이기도 했고. 나도 마찬가지의 이유였다.
다만, 촬영 중에 줌 기능을 사용해야 할 때도 더러 생기는데, 번들 렌즈는 이럴 경우 링을 사용할 때 소음이 심했다. 그래서 부득이 고가의 저소음 제품을 구매해야 했는데, 캐논이나 니콘, 혹은 서드파디의 렌즈들도 저소음(혹은 무소음) 렌즈들은 참 안 착한 가격들이었다. 개 중 소니가 가장 저렴하게 무소음 렌즈를 제공했다는 점이 구매 결정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당시 소니의 반투명 미러가 갓 출시되어서 그 성능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정말 획기적이었다면 지금 많은 유저들이 소니의 DSLT로 넘어갔을 텐데, 여전히 캐논이 강세인 걸 보면 생각보다 유저들이 이런 기능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기능적 우월성이 그닥 없다는 뜻 일 수도 있다.
그렇진 않은 듯하다. 알파시리즈가 나오고 얼마 뒤, 캐논에서 마크3가 출시되고 그 이후에는 소니의 알파 시리즈에 버금갈 정도로 자동초점 반응속도가 향상되었다. 이렇게 발빠르게 알파시리즈의 강점을 극복했다는 것은 이 기능이 판세를 좌우할 지도 모를 정도로 막강한 것이었다는 반증일테니, 판세를 정말 엎을 수 없었던 요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카메라의 경우 익숙함과 렌즈와의 호환 문제로 피치못할 사정이 없다면 다른 회사 제품으로 일시에 갈아타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있고, 또 입문자의 경우, 중급자의 모델을 따라하는 유행의 고정 효과도 있어서 성능만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건 아니라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투명 미러를 사용해 본 입장에선, 아주 불편하다거나 결과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의 하자가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예리한 매의 눈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지라, 혼자만의 경험으로 평가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무튼 지금은 타 회사들 제품도 녹화중에 피사체의 촬영거리의 변화를 감지해서 자동초점의 반응 속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당시(그래봐야 3년 전이구만. 쩝^^)에는 이 정도의 기능을 이 가격으로 제공해주는 것 자체가 고마웠으니...
그리고 아주 가끔 장시간 연속 녹화를 해야할 경우, 당시 다른 DSLR은 발열때문에 본체 보드가 손상되지 않도록 자동으로 먹통(?)이 되는 기능이 있었고, 연속 촬영이 12~13분 정도만 가능했다. a77은 25분까지 촬영해 봤는데 괜찮았다. 메뉴얼을 읽은 지 꽤 오래되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29분까지는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단점도 좀 있다.
DSLR로 사진 촬영을 할 때 느껴지는 깔끔한 셔터 소리가 없다. 좀 뜨뜨미지근 하달까? 화장실 가서 덜 닦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소리가 난다. 나야 뭐 이런 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최근 캐논으로 사진 촬영을 하다가 가끔 캐쥬얼한 촬영에 이 놈을 들고 다니다보면 너무 확연해서, 오랜 DSLR 유저들한테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DSLR 공통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영상장비에 비해 DSLR이 가진 맹점 중의 하나인 오디오 수음의 질 문제.
우선 내부 마이크의 성능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해도, 무지향성이다보니 대부분 외부 마이크를 장착해서 사용한다. 3.5스테레오 단자로 연결해서 소리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렇게 외부 마이크를 장착하게 되면 휴대의 용이성이 많이 떨어져서 DSLR을 사용하는 강점이 많이 훼손된다는 점이 제일 큰 단점이지 싶다.
뭐, 어쩔 수 없다. 원래 동영상용으로 나온 제품이 아니니까. 캐논에서는 갑작스런 마크2의 수요에 기만하게 반응해서 동영상 촬영에 특화된 DSLR을 출시하기도 했다. 외부 수음단자도 좀 달랐던 것 같고, 장시간 연속 녹화의 발열문제도 해결했고, 무엇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감도 설정에도 노이즈를 탁월하게 억제하는 기능들 하며... 디자인도 파격적이었다. 허나 너무 고가라서 주위에서 사용하는 이들을 별로 보지는 못했다.
a77의 또 다른 심각한 단점은 뷰파인더가 전자식이다 보니, 가끔 자동 초점이 내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거나 수동 초점을 사용하더라도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 없이(현장에서 가볍게 움직이려고 DSLR 구매하는 건데, 모니터라니...)정확하게 초점이 맞는 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실제 어느 지역 국제영화제에서 그 해 홍보대사였던 남보라, 슬옹의 영화관 에티켓 캠페인 촬영에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a77이 아주 익숙하기도 했고, 심도 등 요구에도 적합할 것 같아서 이 놈을 가져다가 찍었는데, 결과물을 대형 스크린으로 보니, 두 사람에게 정확하게 초점이 맞지 않았다. 사무국 팀장이 이점에 대해 지적했던 순간은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전반적으로 잡티를 없애기 위한 안티노이징을 살짝 한 상태라서 그 이유가 촬영 원본때문인지, 후보정 때문인지는 제작한 사람만 알 수 있었지만... 고백하자면 촬영때 자동 초점과 수동 초점 두 번을 촬영했는데, 둘 다 그랬다. 이후에는 a77은 이런 공식적인 촬영때보다는 보조 카메라로 좌천되었다는...
그리고 단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별 관심없지만) 1:1.5의 크롭 센서를 달고 있다. 그래서 1650렌즈는 35mm 환산값으로 하면 24~75mm 화각을 낸다. 별 관심없다는 건, 그렇게 엄밀한 눈을 가지지 못해서 풀바디나 크랍바디의 차이를 그닥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고, 화각이야 몸이 좀더 움직이거나 렌즈를 교체하면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라...
사람에 따라서는 이걸 카메라 선택의 첫번째 조건으로 제시하는 사람도 있긴 해서... 달아 둔다.
결과적으로 이야기가 좀 세긴 했지만, 알파시리즈를 메인 카메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말려야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거 다 떠나서 "광학식 뷰파인더"가 실수할 확률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어쨌든,
a77에다가 f값이 고정 2.8인 sal1650 ssm(Super sonic wave motor) 렌즈까지 장착하고 이 카메라의 처녀 촬영지, 영국으로 날아갔다.
무려 총 비행시간이 19시간이라는 것을 알고는 아예, 반투명미러는 도대체 뭐 하는 아이인지,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개선된 점들은 뭐가 있는 지 등등을 책으로 배워보자는 맘으로 메뉴얼을 정말 글자하나 안 빼고 정독을 했다.
다 읽고 나도 아직 반 정도밖에 날지 못했단다.
테스트도 할 겸해서, 3:4:3으로 배치된 좌석의 가운데 쯤인 내 자리를 떠나서 한 두 군데 비어있는 창가쪽 자리로 가서 구름이 걷힌 육지를 담아도 보면서 손에 익숙할 수 있도록 이것 저것 조작도 해 보고 그랬다.
처음 사용하면서의 느낌은 생각보다 링이 많이 뻑뻑하다는 느낌.
기껏 무소음으로 구매를 했는데, 실제 핸드헬드로 링을 조작하면서 촬영하면 링 돌리면서 손떨림 이상의 손해를 봐야 했던, 그래서 힘으로 제압하고 링을 사용하느라 촬영하면서 예상못했던 피로감을 줬던 것 같다. 그것도 뭐 남자들이라면 금새 익숙해지긴 하지만...
또 하나 외장 마이크의 선택 폭이 너무 좁다. 범용 슈 단자를 사용하지 않고 소니 자체 개발한 슈(동기화나 전원 공급까지 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소니는 자기들이 뭔가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는 강박...)라서 맞는 마이크를 구매해야 한다. 난 과감하게 다른 걸 구매했고, 어댑터만 소니 제품으로 구매했다.
이 외장 마이크가 제법 가성비가 괜찮아서(그러고 보니 이것도 소니이긴 하다만) 그 이후에 구매한 ax100이라는 동영상캠코더에도 장착해서 쓰기도 한다. 근데 이번엔 또 다른 슈 방식이라... 홧김에 마이크 슈를 칼로 도려내어서 억지로 구멍을 맞췄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쓰면 마이크가 툭 떨어지기도 하지만, 요령껏 쓰기에는 무방한 듯. 다만 소니가 제공하려던 자기들 슈 방식의 강점들은 다 포기하고^^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지만, 소니 제품 3개(a77, ax100, 지향성 마이크)의 슈가 3가지 라니... 정말 그때는 왕짜증이었다. 소니가 시장에서, 특히 가정용으로 외면받는 요인일수도... 라고 생각했는데, 이내 가정에서는 굳이 외장마이크를 쓰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래도 스트로브도 있고... 어쨌든 자사 제품들만 호환되도록 하는 모든 방식은 왕짜증을 유발한다.
당시만 해도 아직 480i 해상도와 HD가 혼용되던 때였다. 물론 기록 매체로 6mm 테잎이 아직 잘 버티고 있기도 했고.
Sony a77을 메인으로 챙겼다면, 아직 6mm가 1080i까지는 지원해 줬으니까, 보조카메라로는 보유하고 있던 가장 작은 6mm 소형 캠코더(a1+외장마이크)를 하나 챙겼다. 공테이프도 5개 정도 챙겼던 것 같다. 어차피 보조캠이니까 이 정도면 넉넉할꺼라 생각했다. 그리고 테잎 캡쳐의 고단함을 너무 잘 아는 지라, 왠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정확하게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 비행시간으로 대략 짐작했을 때 러시아 상공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너무 추워서 인간의 개발이 미칠 수 없는 곳이었으리라.
그것이 평야 위에 흐르는 강이든, 산맥 사이를 흐르는 강이든 상관없이 하얗게 얼어붙은 강들은 전부 사행천이었다.
그와 수 년전 작업했던 "낙동강 3.14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떤 강이라도 자연상태에서는
그 직선거리의 3.14배 정도의 곡선을 만들면서 흐른다고 해요.
실제 모든 경우에 원주율 숫자를 정확하게 대입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이라 불리는 것들이 인간이 인위적으로 치수랍시고 손을 대지 않는다면, 그 원형은 정말 놀랍게도 하나같이 저렇게 흐르고 있었다. 산악 지역이야 산을 빙 돌아야 하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야지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물 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습성이었다. 오히려 지질의 일관성이 높은 평야지대라면 산악지형에서의 그것보다 더 정확하게 3.14배의 길이로 강은 구불구불 흐르게 된다. 그렇게 흐르는 것이 더 넓은 땅을 적시고 충적토를 만들어 내었으며 뭍 생명들을 더 품고 키워내고 있었다.
강한 강의 에너지가 저런 곡선으로 귀결되는 것이긴 해도, 결과적으로 강이 저런 곡선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강한 에너지가 잘게 쪼개어지게 되고, 생명을 키울 수 있는 부드러운 에너지로 분산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강의 직선화는 스스로 파괴적이지 않은 에너지로 순화하려는 강의 자정노력(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는)을 가로 막고서, 강이 가진 가공할 파괴력을 주체할 수 없게 일원화하는 아주 위험한 시도가 아닐까.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던 거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실은 만 하루를 꼬박 눈 뜬채 보내고 멍한 공상의 미궁속을 헤매고 다니기 사직할 때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