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0
다시 소피텔로 간다.
매니저한테선 아직 룸 메이크업이 완료되지 못했다고 들었지만, 미안하다며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본의 아니게 호텔식을 먹게 된 사연이랄까^^
여행기간 : 2016.12.8~12.12
작성일 : 2017.8.16
동행 : 그새 사귄 이웃 여행사 친구 "B"와 함께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호텔 중식당
중식 제공 시간이 아직 약간 남았다. 손님들이 이용하기 전에 마음껏 촬영하기 딱 좋은 시간인데, 호텔 매니저는 이왕 이렇게 왔으니 메인 레스토랑 맡은편에 있는 중식당도 둘러보지 않겠느냐고 살짝 꼬드긴다^^
중식당으로 들어서니 처음 맞아주는 물건이 이렇다.
전통적인 찜기 안에 담긴 과일. 중간에 있는 녀석은 자몽인 것 같은데 양쪽은 뭔지 잘 모르겠다.
식당이 아주 고급스런 느낌이다.
세련된 느낌의 천장 장식들은 손에 닿을 듯 늘어져 있고
사람들은 느즈막히 브런치를 즐기는 듯 여유가 넘친다. 덕분에 좋은 모델이 되어 주기도 하고.
식당을 소개한다는 느낌으로 사진을 담으려 했다.
스튜디오를 방불케하는 조명이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여유있어 보이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중간 중간 전통 조리기구와 음식재료만으로 인테리어 효과를 낸 소품들이 잘 어울려서 애초 목적을 잊고 좋은 그림을 담으려고만 노력하게 되었다는.^^
나무살로 된 파티션이 역광 속에 은은한 정취를 만드는 것도 좋고...
원래 계획에도 없는 거라 간만에 내가 느끼고 있는 그대로 찍고 있는 나를 의식하고는 흠짓하며 혼자 웃는다.
메인 식당
인테리어 감각은 알아줘야 한다는데 동의.
천장에서부터 길게 늘어뜨린 약한 보조광을 이용한 인테리어의 독특함은 메인식당 입구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안쪽 어두운 곳에도 부분 주명으로 와인 냉장고 등을 세련되어 보이게 만들고 있다.
맨 처음 마주치는 코너는 디저트다. 왠지는 모르지만^^
색색깔의 마카롱으로 탑을^^
그 다음으로는 빵류.
전혀 느낄 수 없는 겨울 기후 속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려고 빵으로 구워낸 눈 내린 마을을 꾸며 놓았는데 빵들은 전부 여기서 오늘 만든 것들이라 한다.
화이트, 초코 시럽의 끝없는 분수는 마카롱이나 마쉬멜로우를 찍어서 담아가는 용도라는데 전체적으로 달달구리를 입구에 배치해서 식용을 돋구고 인테리어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스테이크 등의 구이류. 방금 구은 소고기, 고구마, 야채들이 있다.
말이 안 통해도 먹고 싶은 걸 지목하면 알아서 접시에 올려준다.
주방장과 고객 사이의 미소짓는 모습이 짤리니, 사시미칼까지 살짝 살벌한 느낌이네^^
각종 찜 혹은 스튜들. 종류가 많아서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요리명이 중국어, 영어로 되어 있어서 대략적인 짐작은 가능하도록 해 두었다.
그리고 이태리 요리 코너.
중국식 코너인데 걸쭉한 육수와 각종 야채, 해산물 볶음들을 담아가는 듯 하다.
그 뒤로는 흔히 중국요리 하면 떠오르는 장면.
센불 앞에서 커다란 후라이팬을 가지고 지지고 볶는 주방장이 요리 삼매경이다.
레스토랑 한 가운데는 유리로만 되어 있는 냉장고가 있고, 안에는 신선한 과일들이 종류별로 담겨 있다.
그 너머는 일식코너.
베지테리언을 위한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또 한쪽은 돼지고기 가공류만 모아둔 곳도 있다.
보통 호텔들이 조식을 뷔페로 해도 중식은 세트메뉴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피텔은 세끼 모두 뷔페를 운영한다고 한다. 물론 메인 레스토랑에서만 말이다.
사실 돌아다니면서 왠만한 호텔의 조식들 많이 먹어 봤지만, 이렇게 각국의 요리들을 코너로 따로 운영하는 모습은 발리 물리아의 더 카페 말고는 첨이다. 그리고 "더 카페"에서야 군침만 삼켰지만, 이곳에선 사진 촬영을 마치자마자 바로 접시를 들고 먹고 싶은 것들 잔뜩 담아와서 먹었다.
일하는 중이고 뭐고 일단 먹을 때만큼은 모든 걸 잊고 내일이 없다는 맘으로 실컷 포식.
그래도 사무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애 쓰는 매니저와 어제 먹은 술이 아직 위장에서 유영 중인 여성분들은 조금만 먹었지만 말이다.^^
나 때문에 길어진^^ 식사 도중, 드디어 룸 메이컵이 다 된 방이 나왔다는 전갈이 왔다.
소피텔 룸 컨디션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 참 고급지지?
라고 묻는 듯한 모습의 침구나 가구 장식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 고급스럽기 그지없구나.
굳이 말 안해도 잘 알겠는데도 매니저는 이걸 보여주려고 그렇게 아침부터 기다려 달라고 했다는 투로 침대며 가구 하나하나 왜 고급스러운지, 사용한 재료가 얼마나 값비싸고 오너가 특별히 주문한 디자인 감각이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를 막 쏟아낸다.
욕조며 세면대 하나까지도 고르고 골라서 준비했단다.
방이 결코 작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꽉 차 보일 정도로 비품들이 큼지막하고 양질의 제품들만 구비하고 있긴 하다.
넓은 테라스에도 깔끔한 선베드와 탁자가 놓여 있고
테라스 아래로는 1층 객실과 연결된 라군풀이 해자처럼 건물을 에워싸고 있다.
저 멀리 오지주도까지 내다 보이는 오션뷰 중간에 놓인 나즈막한 빌라들까지도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듯 시선의 방해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상당히 고급스런 제품이라는 어메니티들.
잘 모르니 그런 갑다 하고 담아본다.^^
까운에 슬리퍼.
쿠션감 좋은 조리 샌달은 참 맘에 든다.
아이들을 위해서 최대한 뾰족한 모서리를 없앤 건 잘 한 것 같다.
깔끔한 공간 연출을 위해서 선반식 테이블에다가 전원이며 각종 연결 단자들을 아예 박아넣어 버린 것도 깔끔하다.
전반적으로 설명을 듣고 있지 않아도 고급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룸 컨디션은 나무랄데가 없다.
두 번씩이나 방문하면서 꼭 룸을 살펴보길 잘 했다는 생각.
근데 뭔가 허전하다.
왜 소피텔에서 전반적으로 느낀 인상이... 너무 좋아서 꼭 한 번 식구들과 와보고 싶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 거지?
잘난 친구가 하는 지 자랑 같은 느낌 때문일 수도 있고,
빌딩과 풀, 정원이 따로 놀고 있는 듯한 느낌 때문일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냉방이 중앙 통제식이라는데 돌아다니는 동안 정말 시원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잘은 모르겠지만, 오너 등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썼지만 정작 편안함과 아늑함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다른 분의 말에 의하면, 중앙 통제식 냉방도 실은 12월이라 못느꼈을 뿐, 7~8월이 되면 고객들의 불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성능이 약하다고도 하고...
맛있는 뷔페까지 얻어먹고 너무 박한 평을 하는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지만 또한 솔직한 마음이다. 아마도 이런 비슷한 평이 벌써 호텔 운영진들의 귀에까지 전달되어서 이미 더욱 분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직 오픈 한 지 얼마되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투숙객들에게 주눅 들 정도로 과한(?) 하드웨어를 이겨낼 소프트웨어(소통이 잘 되는 조직, 작은 것을 배려하려는 느낌 등) 개발과 접목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분명 하이난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떠나 온다.
그러나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서 아까 달렸던 하이탕베이 면세점쪽으로 달리다가....
다시 유턴해서 한번 더 소피텔을 향한다. 벌써 세 번째
이번엔 나의 실수^^.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카운터에 맞긴 배터리와 충전기를 그냥 두고 떠난 것...
하이탕베이 해변 도로는 유턴하는 곳이 몇 개 없어서 해당만의 끝인 면세점까지 유턴을 해서 돌아왔다.
다행히 로비에 우리를 안내했던 매니저는 안보였다. 완전히 작별 인사를 나눴는데 또 나타나면 뻘쭘하니까...
그렇게 해서 총 세 번에 걸쳐 방문한 소피텔을 뒤로 하고 이제 완전 신생 호텔이라는 "에디션"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