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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이난] 14리미트한 "에디션 리조트"

2016.12.10

by 조운

하이난에 대부분의 관광객이 산야공항을 통해 들어온다.
하이탕베이(해당만)는 그런 산야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다시 달려와야 되는 지리적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샨야베이(삼아만)나
오래전부터 발달해서 완전히 틀이 잡힌 야롱베이(아룡만)와 달리,
해당만은, 최근 하이난에서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런 호텔들이 속속 건립하면서 변신을 거듭하는 곳 중 하나다. 공항에서의 거리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운 해안선과 오지주도라는 지상 낙원을 코앞에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최근 각광받는 휴양지로 뜨고 있다.

에디션 호텔도 그 중 하나인데, 실은 이번 답사에서 계획에 없던 곳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VIP를 대상으로 임시오픈한 다음날이었으니...






여행기간 : 2016.12.8~12.12
작성일 : 2017.8.17
동행 : 그새 사귄 이웃 여행사 친구 "B"와 함께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에디션은 우리나라엔 생소한 호텔 브랜드다.
리츠칼튼으로 유명한 메리어트 호텔 그룹의 신생 브랜드.
욕심도 많은 그룹... 리츠칼튼 하나면 되지, 또 뭔 플래그쉽급의 호텔 브랜드를 런칭한 건지...
여튼 아직 전세계에 4개 밖에 없고(답사 당시 기준), 하이난의 에디션은 아시아 최초로 생긴 거란다.
올해 전해오는 소식으로는 상해를 비롯, 중국에 두 개 더 지을 계획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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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에디슨"이라 불러서 우리가 잘 하는 그 발명왕에 대한 오마주 호텔인가 했더니, 와서보니 영문철자가 "Edition" 이다. 편집, 발행, 인쇄로 해석되는...
호텔을 둘러보고 나서는 요즘 '플래그쉽'과 비슷한 뉘앙스로 쓰이는 '블랙에디션'이나
'리밋에디션'과 같은 의미확장을 염두해둔 작명이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둘다 희귀하고 동종 혹은 동일 모델 중에서 최상의 기술과 노력으로 탄생한 끝판왕이라는 의미로 쓰이니까.

로비로 들어가는 입구 천장이 유난히 높다. 그리고 철제와 나무의 단조로운 줄무늬만 두고 다른 요소들을 몽땅 제거했다. 교열과 수정을 끝낸 최종 편집본은 으례히 이러해야 한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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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로비로 들어선다.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눈부신 자연광을 배경으로 역광의 대나무 숲이 양 옆으로 도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큰 인상을 준다.
2열 종대의 대나무군 중간에 물을 가두어 놓고, 뒷편의 빛을 이용해서 하늘과 바닥의 구분을 없앤... 비현실적인 느낌의 시각 자극을 극대화하도록 배치해 놓은 게 예사롭지 않다.
호텔이 주려는 단순하고 모던한 느낌과 웅장하고 충격적인 이미지는 제대로 구현한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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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유니폼도 잿빛이다. 세련된 도시이미지를 완성하려는 의도가 그대로 엿보인다.
비유하자면 도심속 거대한 빌딩과 그 앞에 마련한 작은 정원이 있는데, 이 정원은 그냥 녹음만 무성한 게 아니라 철저한 계산 속에서 가위손 같은 정원사가 자로 잰듯 깎고 다듬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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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에서 로비 입구를 향해서 찍으면 그런 느낌이 반감된다. 이쁘긴 하지만, 각각의 색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외려 충격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즉, 누가되든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동일한 인상을,
계산되고 연출된 충격적인 인상을 주기위해서,
인간의 눈이 가진 다이나믹 레인지의 양 극단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명암 대비를 준비해 놓고는,
대놓고 강렬한 인상을 만들겠다는 도전... 그리고 성공이랄까.

이것을 완성하기 위해서 로비에 프런트 데스크까지 없애는 과감함.^^
실제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프런트 카운터부터 찾게 되는 모든 호텔 투숙객들의 의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구조인데, 아마 대부분은 첫인상에 이끌려 깊숙이 들어오게 되면서 카운터를 찾는 습관을 잠시 잊을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 첫인상을 충분히 정리할 시간을 위해서 입구부터 대나무까지의 거리까지 계산된 게 아닐까 싶다.
걷는 동안 이것에만 집중하도록 의도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구조... 한마디로 영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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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과 모노패턴으로 과격하게 도시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입구를 지나 펼쳐지는 풍경은,
단조로운 격자무늬의 객실건물들에다가 곡선의 인공호수, 울창한 나무들을 배합해서 도시성을 중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길게 첫인상에 대해서 피력하는 건, 그 만큼 기존에 봐왔던 호텔들이 편안함, 전통문양의 현대화 등 비슷비슷한 컨셉의 인상을 주기위해 노력한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마치 까칠하고 능수능란한 영화감독이 정확히게 계산된 편집을 거쳐, 영화의 도입부에서부터 관객의 시선과 온 마음을 완전히 탈취하는데 성공한 영화가 시작되는 듯.
예를 들면, 스티븐스필버그의 <라이언일병구하기>에서 첫 15분 동안 펼쳐지는 충격적인 상륙작전의 비주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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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는 반달 모양으로 마치 저 멀리 해안과 연결된 강의 하구같은 느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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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동일 패턴의 건물 끝에 하얀색의 포인트 빌딩에만 호텔명을 써 놓았다. 저 건물은 스위트 동만 있는 별관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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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겨우 다시 미시적 시선으로 돌아왔다. (아직 프런트 데스크는 못 만났다.^^)
원목으로 시각적 요소에만 충실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 의자와 테이블이 독특하긴 하지만... 어쩐지 기능성은... 그냥 불편해 보이는데?
실제 앉아보니 그렇진 않았다. 쿠션과 소파만이 편하다는 고정관점을 깨고 밋밋함을 버리는 과감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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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카운터를 발견했다. 대나무 수반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니 해자에 갖힌 벽에 문이 열려있고 그 안에 카운터 느낌의 구조물과 직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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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지만 이런 것도 센스있는 연출을 돕고 있다.
유리 앵글 속에 담긴 촛불이 일렁이는 게 신기해서 가까이서 보니, 실제 초가 아니라 전깃불^^. 심지 대신 촛불모양의 종이같은 게 계속 일렁거리도록 해 놓았다. 아이디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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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는 물 위로 난 다리(?)를 건너서 들어간다. 독특함을 주기위한 부단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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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테이블은 '철로 침목'보다도 훨씬 굵은 원목 목재 몇 개를 겹쳐 놓은 듯, 그것도 똑바르게도 아니고 약간 비뚤하게 겹친 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이 사람들 특이해야만 한다는 강박증 환자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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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니 드뎌 소파 등장.
양쪽으로 문만 달려있고 밀폐 공간이라고 해도 좋을 카운터 앞에 로비에서 유일한 소파가 딱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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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안내해 줄 호텔 매니저를 기다린다. 통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긴 하지만 건물에 가려서 빛이 은은하다. 그래서 전반적으로는 '블랙에디션' 효과를 자아내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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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로비로 빠져나오면서 보니, 입구로 들어서기 직전에 양 옆으로 저런 공간이 있었다.
이곳은 마치 버스 정류장처럼 보이는데, 고도의 인공미로만 조성한 휴게실 같다. 차량 탑승을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한 공간 같다.

어떻게 저렇게 큰 공간을 아까는 못 보고 지나쳤지?
그만큼 정면의 비주얼에 완전히 시선을 강탈당했다는 뜻이겠다.






자, 이쯤에서 초반에 받았던 충격적 이미지들에 대한 느낌은 대충 정리를 하고 본격적으로 호텔을 살펴보기로 하자.
매니저는 맨 먼저 루프탑으로 우릴 데려간다.
에디션의 진짜 모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미리 감상평을 하자면, 이런 호텔도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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