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0
하이난을 찾는 사람 중에서 청수만까지 들르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나 현지인들의 평가는 청수만 바다를 으뜸이라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름 대로, '맑은 물'을 자랑하는 비치, 하이탕베이와 달리 언제나 입수가 가능한 바다도 큰 장점이다.
지난 번 팸투어 때야 골프장만 둘러본다고 바닷가 근처도 못 가봤지만, 이번엔 어떻게든 바다를 직접 눈에 담고 싶었는데...
여행기간 : 2016.12.8~12.12
작성일 : 2017.8.21
동행 : 그새 사귄 이웃 여행사 친구 "B"와 함께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소피텔에서 일정이 어그러진 탓도 있지만, 에디션의 여파가 너무 컸다.
새로 생긴 호텔이라 잠깐만 시간을 내서 보고 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보석을 만난 듯한 마음에 상당한 시간을 투여해 버렸다. 물론 이렇게 뜻하지 않은 진주를 발견하는 게 이런 답사의 이유이기도 하니까...
덕분에 낮동안 충분히 일정 소화가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청수만은 다 저녁에야 도착해 버린다.
스위트
그래서 래플스에서 우리때문에 기다려 주신 분은 저녁도 못먹고...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인사만 간단하게 나누고 객실부터 바로 돌아봐야 했다.
공항에서 다소 멀다는 단점말고 청수만은 하이난 휴양지 중에서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곳이다.
그래서 최고급 호텔들이 최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단다.
생소한 이름의 래플스는 100년 이상된 싱가폴 호텔 브랜드다.
청수만 래플스는 2014년에 오픈했다고.
최상급 호텔의 첫번째 특징은 부지 면적 대비 객실 수가 적다는 것.
래플스는 객실이 채 300개가 되지 않는다. 풀빌라 32채, 20여 개의 스위트가 전부다.
전체 객실은 풀 가동 상태라서 스위트만 볼 수 있다고... 데려간 곳은 비록 채광이 원활하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그윽하다'는 표현에 어울릴 색감과 고급 소재의 가구, 인테리어로 꽉꽉 채워진 룸이었다.
거기다가 거실 공간은 편안함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충실하면서도, 아일랜드 테이블이나 싱크까지 갖춘 실용성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싱크대 선반엔 전자레인지도 있고
캡슐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거실부터 침실까지 이어진 거대한 테라스는 성숙하게 자란 야자수 등의 열대 나무들이 울창한 정원 너머 청수만 바다를 향하고 있다.
킹사이즈의 더블베드가 있는 침실에는
짜맞춘 원목의 데스크와
넓은 워드롭이 독립적으로 있고
날씨, 기온, 실내외에 맞게 걸칠 수 있도록 두 종의 가운, 그리고 투숙하는 동안 물놀이 피크닉등을 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소재의 숄더백까지 구비되어 있다.
어디나 공간이 과감하게 넉넉하다^^. 욕실도 왠만한 룸 하나 크기.
원형의 통 대리석 세면대나 욕조.
이건 뭐지? 물었더니 아로마 전자 향이라고 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향기로 서비스 만족을 위해 투숙객의 후각까지 배려한 건 좋은 아이디어 같다.
패밀리 스위트
패밀리 스위트는 거실 공간이 스위트보다 더 많은 소파들로 채워져 있고,
기능성과 편안함, 색감에 대한 일관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침대가 작아 보일 정도로 마스터베드룸은 더 넓었다. 전 객실의 바닥은 짙은 색의 원목마루다. 거의 가장자리를 빼고는 양탄자로 덮여있긴 하지만.
베드 방향은 오션뷰^^
테라스 공간도 당근 훨씬 더 크다.
래플스도 1층은 라군액세스룸이다. 라군풀 중간 중간 파고라같이 만들어서 아늑한 분위기에 담소를 나누거나 쥬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래플스의 전체 컨셉은 릴렉스인거지...
패밀리 스위트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제 막 어둠이 깔리는 리조트와 청수만을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ㄷ자로 배열한 객실 빌딩 중앙에는 텅빈 직사각의 잔디밭이 넓게 자리한다. 그리고 빌딩과 잔디밭 사이는 틈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하게 야자수가 심어져 있다. 빌딩을 해자처럼 감고 있는 라군풀은 열대나무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최대한의 그늘 제공도 릴렉스 컨셉의 일환이다.
부대시설
유럽의 고성에 있는 회랑을 연상하게 하는 중후한 느낌의 복도는 북유럽 성 느낌의 외관과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로비 라운지도 그윽한 조명과 현란하지 않으면서 고급스런 가구들로만 구성.
객실이 많이 없어서인지, 시간이 저녁식사 시간이라서 그런지 우리 말고는 별로 투숙객도 안보인다.
화려하지 않은 고풍스러움과 조용함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좋을 듯 하다.
라운지 한 가운데에는 이 호텔 전체에서 가장 화려한, 하지만 딱 금색과 빨간색만 만으로 절제한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있다.
마침, 매일 밤 준비되는 야외 바베큐 석식시간과 맞아떨어져서... 가 보잔다.
한쪽엔 신선한 해산물과 활어가 쫙 깔려있다.
수반에 밤하늘이 비치는 멋진 장소에서의 바베큐.
인기가 좋다.
호텔 키즈클럽과 별개로 식당에 딸린 실내 놀이방이 따로 있어서, 식사 중에 맡길 수도 있다.
누가 뭐래도 래플스 호텔의 컨셉은 "휴식"이다.
남들 밥 먹는 거 구경하는 건 그렇고 해서,
메인 레스토랑 외에도 중식당, 양식당까지 살짝 엿보고, 안내를 따라 바베큐파티가 벌어지는 메인 레스토랑의 아래쪽 그라운드 플로어로 내려간다.
아까 룸에서 내려다 봤던 바로 그 잔디밭이다. 여러가지 단체 행사나 웨딩 장소로 사용된다고 한다.
규모로 봐서는 어디 폴로 선수들이 튀어 나와서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호텔 전체의 조명 수준은 이 정도이다.
쨍한 밝음과는 거리가 있다.
멀리 문이 보이는데, 정원 가운데 유명한 이태리 레스토랑이 있다고 한다.
무슨 식당 들어가는 길이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테라스부터 눈에 들어온다.
풀을 향한 위치나 테이블 위의 직접 조명보다 바닥의 간접조명이 더 밝은... 분위기로 먹는 곳이구나 싶게 말이다.
실내도 화려하다.
여기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전반적인 원래의 분위기를 압도하지는 않도록 적절하게...
한창 요리에 여념이 없는 주방장은 이태리사람이란다.
그리고 저 양반 미슈랭 가이드에도 올라간 실력가라고... 안내하는 분도 힘주어 설명하지만,
주방장의 카리스마도 장난이 아니다.
일단 의상부터가^^
아까 바베큐 파티에서도 그렇고, 하이난의 극성수기라 볼 수 있는 12월인데도 그렇게 투숙객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청수만이라는 위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래플스 자체가 워낙에 고가 리조트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미슈랭 인정을 받은 요리사가 있는 식당엔 이날 딱 한 테이블의 손님이 있었으니...
근처에 있는 와인바까지 들렀다가,
드뎌 청수만의 바다를 보러 간다.
하지만 이미 사위 전체가 완전한 어둠에 갖힌 때라, 그 말로만 듣던 "청수"는 결국 이번에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프라이빗 비치로 들어가는 입구 양쪽에는 높은 뾰족탑이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해변쪽에서 바라보는 호텔은 진짜 바닷가에 지어진 유럽의 성같은 느낌이다.
모래의 질이 다른 곳보다 더 굵었다.
해운대, 송정, 광안리를 제 집 드나들듯 자주 가 보기때문에 모래의 굵기가 바닷물의 투명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바다는 늘 파도가 있고 그래서 모래가 부유하기 마련.
이때 모래 입자가 가늘수록 부유시간이 길다. 실제 물이 맑아도 부유물이 많으면 탁해보이고 가시거리가 짧다. 청수만 물이 맑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 굵은 모래알이 파도때문에 일어났다가도 금새 가라앉기 때문이리라.
물론 기본적으로 주위에 오염원이 없어야 하고, 정체되지 않도록 해류가 잘 소통해야하는 지리적 조건도 갖춰야 한다.
세계 몇 대 비치니 하는 칭호는 이런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야 가능한 것.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법.
여튼 이번에도 청수만의 맑은 물은 보지도 못하고 청수만을 "청수"라 이름짓게 한 원인 중 하나만 유추해 보고 끝내야 했다는...
다시 건물로 올라오는 길에 밤 늦은 시간의 수영장을 잠시 스쳤다. 호텔 수영장은 마치 수로처럼 만들어진 이런 수영장이 질리지 않고 좋다. 어차피 여기서 수영대회를 할 건 아니니까^^
로비로 올라와서 청수만 한 가운데 자리잡은 래플스 리조트의 모형을 보니, 바다로 연결된 강물이 호텔의 수영장을 거쳐서 바다와 만난다. 아까 봤던 수영장이 정말 수로이겠구나 싶다.
낮에 와서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했어야 하는 건데...
래플스호텔.
생소하지만 기억에 오래 저장되는 곳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중후하고 오로지 휴식과 조용함을 숙소의 첫번째 가치로 삼은 분들이라면 최상의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청소만의 맑은 물과 꿈같은 휴식" 이 두가지에 올인했다면 래플스가 답이다.
나에게 미슐랭같은 권위는 전혀 없지만,
미슐랭 가이드가 '일부러 차를 타고 여행을 계획해서 들려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요리에 별점 3개'를 주듯,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 들려서 쉬고 재충전해 할 최적의 장소"로 별점 3개를 준다^^.
이런 곳이 요즘 유행하는 호텔패키지에 딱 맞는 곳이라는데 이날 방문한 모두가 동의했으니.
이번 답사에서 해당만의 "에디션"과 청수만의 "래플스"를 만난 것 만으로도 큰 성과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