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0
래플스 리조트 안내를 해 주신 분은 하이난에서 오랫동안 여행업을 해 오시던 분인데, 집도 청수만 인근이란다. 이날 동네사람들 정도만 알고 있다는 청수만과 해당만 사이의 맛집에서 잊을 수 없는 식사까지 대접해 준다.
갖은 해산물을 원없이 맛봤다. 중국사람들은 손님접대에 늘 차고 넘치게 시키는 습관이 있어서...
여행기간 : 2016.12.8~12.12
작성일 : 2017.8.21
동행 : 그새 사귄 이웃 여행사 친구 "B"와 함께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maps.me로 위치를 찍었더니 딱 청수만과 해당만 사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어촌마을이다.
여행을 갔다오면 늘 GPS 정보를 구글지도로 최종 정리해 놓는 버릇이 있는데, 구글지도상에선 이렇게 표시가 된다.
차가 식당 입구에 바로 댄다. 간판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이곳은 달랑 서너 개 정도의 비슷한 식당이 있을 뿐, 다른 곳은 전부 캄캄한 한밤중이다.
사실 차를 댄 곳이 선착장이고 식당은 바다위에 바닥을 덧대어 지어진 곳. 약간 어류 창고같은 목재 트러스트 구조의 집이다.^^
목재 전체를 햐얀 페인트로 칠하고 형광등을 많이 달아서 창고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도록 되어 있긴하다. 전체가 다 원형의 중국식당 테이블.
이날 우리 인원도 7명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저기 가운데 어디쯤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바닥은 철골을 기본으로 하고 철골 사이를 두꺼운 아크릴 패널로 덮어서 물이 그대로 다 보이게 해 뒀다.
시커먼 바다물이 말 아래... 살짝 무섭긴 하지만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 하니 나도 짐짓 아닌 척 하고 있었다...
청수만의 맑은 물은 이렇게 어둠 속에서 간접 경험만 하고 만족해야 했다는...
주문한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개인 양념장을 만든다.
어제에 이어 다양한 재료로 각자 취향에 맞게 양념장을 만들어 먹는 경험 2탄 돌입.
필리핀에서 맛봤던 '깔라만시 + 간장 + 매운 고추 소스'와 비슷한 맛을 낸다.
다진 마늘과 와사비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게 약간 다른 점.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맨먼저 우리나라 남해에서 많이 나는 쏙.
결혼하고 처음 찾아뵈었던 마눌님 외할머니 댁에서 손주사위 대접한다고 그날 낮동안 하루종일 잡아오신 '쏙'을 처음 맛봤을 때가 생각난다.
생김과 달리 너무 맛있어서... 그리고 너무 먹기 어려워서... 놀라게 했던.
누군가 나를 위해서 살을 발라 앞접시에 하나 내려 놓는다.
여기 쏙은 처가집에서 그때 먹었던 것보다 훨씬 크다. 그리고 기름에 한 번 튀겨서 그런지 껍질이 생각보다 부드럽다. 나야 원래 갑각류 껍질을 벗기고 먹지 않지만 쏙은 워낙 단단해서 벗겨 먹었었는데, 이건 그냥 씹어 먹어도 될 정도였다. 유일하게 저것만 맨살로 먹고 그 이후로는 그냥 껍질까지 다 후루룩~
못 먹는 게 없는 중국분들도 신기해 했다는...^^
맵콤 달콤 새콤하게 맛을 낸 게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약간 탕수육 같은 맛.
다음으로 새우가 나온다. 근데 이 맛있는 걸 왜 쪄가지고...
찐 것도 괜찮긴 했지만 역시 새우는 구이...
모시조개인지, 바지락인지.. 여튼 딱 그만한 크기에 예상가능한 맛을 가진 매운 요리가 나왔다.
첨 만난 사람들 앞에서 양손 쪽쪽 빨면서 먹기 좀 뭐한 그런 요리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즐겼다.
왜? 조개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너무 맛있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는... 신선도도 그만이었고.
게도 역시 희멀거니 져서 나왔다 ㅜㅜ
해산물 외에 야채도 나왔는데, 얘는 맛은 무난했는데, 단단한 섬유질을 가진 녀석이었다. 찐 거 외에는 기름을 너무 많이 둘러서 금새 물린다는 애로사항이 있긴 했지만, 반찬처럼 먹을 수 있다.
실제 반찬들.
무우말랭이 절임과 다시마 나물.
유부를 매콤하게 조린 것.
미자막으로 볶음밥과 함께 나온 생선 찜요리.
어딜 가나 이런 통마리 생선 찜요리를 꼭 주문한다. 하지만 다 먹는 걸 본 적은 없다...
보기에도 좀 그렇고 식감도 좀... 여튼 다른 애들에 비해서 담백한 맛 덕분에 입가심으로 흰살 생선을 이용하긴 했다.
그러고보니 원래 그런 용도로 시키는 건 지도 모르겠군.
닭고기에 이름모를 작은 생선 튀김에 몇 가지가 더 추가되었고,
살짝 어려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 보지 않고 흡입신공 충분히 시전했지만 결국 다 먹을 수는 없었다.
식당에서 꽤 오랜 시간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었는데, 하이난에 오면 꼭 다시 찾아 오고 싶을 정도로 맛있고 인심 넉넉하면서도 가격도 착한 어촌 식당.
요리는 길 건너 저 건물에서, 볼일도 저 건물에서 해결...
재밌는 곳이다.^^
다른 분들은 독한 술을 마셨지만, 술이 약한 나는 칭따오~
하지만 취하기로는 내가 더 취한 것 같다. 여기 사람들 술이 세도 너무 센 거겠지만...
호텔로 돌아와서 마지막 날 밤을 보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TV라도 한 번 보려고 전원을 넣었는데,
리모컨 작동이 안된다.
아참, 맹그로브에는 24시간 한국어 상담 서비스가 있지?
첫날 봤던 안내문을 다시 찾아서 카운터로 전화를 넣었다.
근데 한국어 서비스 직원이 부재중이라고... 전화기 너머 여직원이 쓰는 영어는 내가 못 알아듣고 내가 하는 영어는 그 직원이 못 알아듣고.
영어가 능한 다른 분을 바꿔준다.
"TV가 이상하다. 밤이 늦었지만 고쳐줄 수 있느냐?"
"잠시만 기다려달라."
그리고는 두 명의 관리 직원이 들어와서 거의 한 시간을 고쳐준다 ㅜㅜ
아, 그냥 자도 되는데...
괜한 짓을 했구나 싶었으나, 몇 번을 방문하고 부품을 가져와서 드라이버로 벽걸이 TV를 뜯어내고 만지는 저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하기도 뭐하고...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시고...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모르는 분들이 분주히 오가는 객실 안에서 사진, 영상 파일만 정리하고는 씻지도 못하고 뻘쭘하게 침대 끝에 앉아 있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누군가 툭툭 친다.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저 분이 수리를 끝냈다는 제스쳐를 보인다.
"땡큐~"
일단 TV가 제대로 나오는 것만 확인하고 끄고 씻지도 않고 바로 잔 것 같다^^
그나저나 한국어 상담서비스에 대해서 객실내 안내문까지 넣어두고는 안된다는 건 좀...
아무리 한국인 관광객보다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은 12월 국내 극성수기라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