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 3구간] 02고당봉~장군봉~계명봉~양산

2017.1.14

by 조운

사람들이 목적한 바(해돋이)를 이루고 떠나는 동안 쭉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고당봉에 머물렀다.
벅찬 일출의 감성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 몇몇과 약간 늦게 도착해서 일출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몇몇이 더 있긴 했지만,
나처럼 할머니의 오래된 털실 스웨터 같은 노란빛이 눈알에 닿는 걸 한참 내버려 두려고 서 있던 사람들도 분명 있었으리라.




여행기간 : 2017.1.13~1.14
작성일 : 2017.10.13
동행 : 없음. 독고다이~
여행컨셉 : 텐트 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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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 방향으로 하산하기 위해서는 가파른 바위를 내려가야 했고, 로프가 묶여 있었는데, 이런 나선형 철제 계단이 들어서 있었다.
글쎄다.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산행을 즐기도록 배려하는 거긴 하겠지만, 산은 원래 위험한 곳이다. 야생성을 길들여, 인간의 예상 가능한 범위 안으로 두려는 건 아무래도 좀... 불확실성이 살아가는 재미고 깨어있게 만드는 동인이 되는 것인데.
그야말로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가장 두려워하는 건 월스트리트 사람들이지 않을까? 바로 그 불확실성을 일으켰던 헤지펀드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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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제 도 경계를 넘어가는 게 고작 350미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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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계단 바로 아래 있는 지도.
핑크색의 인간 세계 한 가운데 직사각형으로 펼쳐진 금정산의 위용과 면적이 먼저 눈에 띈다.
늘 남문>동문>북문 코스만 다녀봤지 한 번도 상계봉>파리봉> 서문 코스를 가 보지는 못했다. 다음엔 저길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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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심어 놓은 듯 가지런히 깔린 산죽이며 길까지 희게 새어있다. 신발 자국 말고도 짐승의 맨발 자국도 드문드문 보이는데 요즘은 개를 데리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예전엔 욕을 태바가지로 얻어 먹었는데, 지금은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너그러워진 느낌.
개든 고양이든 소든 어떤 놈이든 해꾸질 하지만 않으면야 자유롭게 다니면 좋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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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동쪽 사면을 보고 걷다가 고당봉부터의 능선은 낙동강을 따라 나란히 즐기면서 움직일 수 있다.
저기 김해 대동과 마주보고 있는 물금 들이 보인다.
아참 이제 더는 물금 들이 없구나... MB아저씨가 싸그리 공원으로 바꿔라고 했고, 토지공사가 아파트를 지으려고 준비중인 곳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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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으로는 이미 양산땅에 진입했다. 무게감을 양껏 자랑하는 바위덩이가 관문처럼 입도(경상남도)를 환영해 준다.





양산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장군봉 가기 전에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데가 있어 북구 방향의 가파른 내리막으로 잠시 센다.
실은 초행길인데, 잠시는 아니더라는... 내려갈수록 다시 올라올 생각에 아득해 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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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너른 터가 나온다. 우리네 무녀님들이 정성을 들이는 곳이다.
연중 촛불이 꺼지지 않는 제상 뒤편 절벽에 모신 님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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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부처님 얼굴이 남아있다. 신라 때의 음각으로 추정된다는 설명문마저 빛 바래고 갈라져 있을만큼 오래된 부처님이니 얼마나 영험하시겠는가. 더구나 그 뒤로 거대한 장군님(장군봉)까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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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을 지나 갑오봉까지는 잔설이 남아있는 경사면 숲길이다. 그다지 굵지 않은 잡목들 속을 지나면 더러 습지보호지역이니 경계선을 넘지마라는 표시를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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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한 길이 끝나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려 한다. 그 직전 어떻게 산꾼들의 마음을 읽고 이렇게 귀한 샘물을 내어 주신단 말인가^^
이번 산행의 마지막 샘터 "옹달샘 샘터".
물이 아주 풍부하게 나오고 맛도 무색무취무미다. 물맛이 이렇다는 걸 사람들은 물맛 좋다고 그러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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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의 끝에 갑오봉에서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을 세 장 담아본다.
1번 사진 : 오륜수원지가 있는 동쪽 하늘엔 벌써 저만큼 해가 떠 올라있다.
2번 사진 : 고당봉부터 여기까지만 해도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 주로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진달래 등의 관목이 거무튀튀한 빛을 내고 있다.
3번 사진 :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억새평원은 이맘때가 가장 절정의 금색으로 빛날 때다.




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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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은 한 달음에 갈 수 있는 거리였다.
1년 내내 우리집에서도 보이는 웅장한 기상의 봉오리. 고당봉이 강과 부산을 조망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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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은 강과 함께 천성산을 조망할 수 있다. 바로 다음에 가야할 낙동정맥 구간이다. 저 주름들 사이 마루금길을 가야한다는 거지^^
부산에서 금정산이 그러하듯 양산에서 천성산이 정 중앙에 떡 하니 퍼질고 앉아있다. 금정산보다 규모도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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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에서 갑오봉 쪽을 되돌아보니, 해운대 마린시티는 정말^^. 이곳에서도 장산 옆으로 뾰족하게 올라 온 건물이 보인다.

장군봉 인근 억새밭은 어디나 텐트치기 딱 좋은 비박지가 될 성 싶다. 단, 물을 지고 와야 하지만.
장군봉은 양산이든 북구든 다방동이든 사람들의 세상과 가깝다.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든 종료하든 상관없이 별로 비박을 할 필요성이 있는 공간은 아니긴 하다만.
여기서 우리집도 멀지 않은데... 그럴 순 없다. 정맥루트로 가야한다 ㅜㅜ
다시 갑오봉으로 간다.
이 결정은 당연하지만 그렇게 힘든 코스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게 문제다.




계명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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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갑오봉 삼거리다. 한쪽은 고당봉(방금 왔던 길)이고 뒤로는 장군봉이니 남은 길은 내리막길 하나다. 사송면 소재지 방향으로내리막을 쭉 따라 내려온다. 너무 편안하니... 산책길 같다. 더구나 흙길이다.
다 내려서고 나니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오늘의 마지막 봉오리는 계명봉인데, 고작 500미터만 가면 정상이다.
아직 점심때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한 코스를 끝내면 좀 아쉬운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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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크림까지 발라주는 여유 한껏 피워본다^^. 한치 앞을 모르는 인간의 한계...
계명봉은 그냥 주구장창 오르막이다. 경사 각도도 장난이 아니다. 밑에서 볼 때와는 달리 뽀송하게 말랐던 옷이 다시 땀투성이가 되고, 점심때를 살짝 넘어가자, 공복의 허기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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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500m를 30분도 넘게 오른 것 같다. 몇 번을 쉬었나 모를 정도.
정상이라고 올랐더니 고작 몇 평 될까 싶은 공간이다. 사방천지가 모두 가파르기만 한... 어쩌다가 이렇게 외따로 떨어져 나오게 된 산봉오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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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5m라고 종이에 써서 각목에 붙여놓은 표지판은 의지할 곳을 잃고 뽑혀져 나와서 겨우 신갈나무에 기대있다. 0.5m 모자란 600m가 아쉬웠을까? 제법 무거워 보이는 돌들이 나머지 50센티를 매우려 했음이 아닐까 짐작케 한다.
마치 휴 그랜트 주연의 <잉글리쉬 맨>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다.


잠깐 옆길로 새면, 영국에서 한 때 "커뮤니티 영화"라는 게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공동체 영화.
그 중에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게, <오, 그레이스>, <빌리 엘리엇>이고
그 외에도 수작이 몇 편 더 있는데, <웨이킹 네드>나 <잉글리쉬 맨>이 그런 류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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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작풍이 비슷비슷 해지면서 흥행을 위한 공식같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말았고 지금은 이런 영화를 이어가는 분위기가 사라진 것 처럼 보인다. 아쉽다, 좋아했는데...
시골 마을 사람들이 뭔가 일을 꾸미고, 그 작당이 감당 못할 정도로 커지는 전개가 특징이다. 하지만 작당의 목적은 "공동체 선".
박장대소의 코미디가 아니라, 순진하고 사랑스런 캐릭터들의 어설픈 작당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못 접한 분들은 부러 찾아서 봐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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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내리막만 남았든 말든 허기때문에 더는 못 갈 판.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바위 옆에 앉아 라면을 끓인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간간이 한 두명씩 오르기도 하는 와중에 허겁지겁 라면을 먹어치우고는 후다닥 짐을 싸서 다시 하산.

그렇게 보람찬 하루 일을 끝나치는 순간을 맞는다.
계명봉 내리막 길은 너덜구간은 아니지만 워낙 가팔라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좀 고생을 해야했다. 낮은 봉오리라 우습게 여기면 안되는 곳이다.
거의 가파른 길을 다 내려오면 이런 표지판이 있다. 오늘 양산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갔다가 또 양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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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가 먼저 나타났다. 산길과 농가 사이 이런 안내판이 있는데,
대간과 정맥의 개념도가 있어 한 장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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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서 있는 판 맨 아래. 몰운대에서 여기까지 43.4km란다. 그러니까 요 몇 주 내가 걸었던 길이가 고작 이렇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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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천성산을 앞에 두고 조금 더 내려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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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산과 드나들던 익숙한 고개가 나타난다. 흔히 동면고개라 불렀던 곳.
바로 양산-부산 지경고개다. 이번 산행은 총 10km도 안되는 거리였던 만큼, 능선을 따라 낭창낭창 걸어가는 평이한 코스였던 만큼 벌건 대낮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_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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