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민스미어 10_런던 마라톤 대회

2013.4.21

by 조운

여행기간 : 2013.4.18 - 4.23
작성일 : 2016.8.30
동행 : 인턴기자, 박사코스 유학생 그리고 존경하는 그
여행컨셉 : 영상 촬영 출장



다음날 아침. 여전히 날씨는 좋았다.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어제 약간 과음한 탓도 있고, 이 집이 아파트다 보니,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면 1층 건물 현관 자동잠금장치 때문에 식구들을 깨워야 할 판이라 아침 산책은 포기하고 빈둥거렸다.
이 집 식구들이 한 방을, 그리고 그와 여기자가 한 방을, 거실이 내 차지였다. 런던에 있는 거실이지만 우리나라 어느 작은 아파트와 거의 비슷했다. 소파도 없고 낮은 수납장 위에 TV가 있는 한 쪽 벽면.
덕분에 다른 여자분들이 자는 동안, 한국어가 안되는 폴란드 남자와 영어가 안되는 한국 남자 둘이 아침부터 전날 프리미엄리그 하이라이트 방송을 과묵하게 지켜봐야했다는...

부식재료 딜리버리 아이디어

다행스럽게도 아침을 차려 준다고 후배가 이내 일어나서 나왔다.
사진으로 담진 못했지만 아주 재밌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시금치를 냉장고에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주방 싱크대 위에 있는 작은 포트에서 잘라내었다. 첫날 새벽에 달리면서 우유, 신문, 야채 등의 딜리버리 서비스맨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봤는데, 부식을 상자에 담아서 집 앞에 두고는 가는 모습도 봤었다.
알고보니 그 중에서 어떤 업체의 것은 야채를 흙이 남아있는 포트에서 키운 그대로를 배달해 준다고 했다. 포트 개수로 주문을 하는 방식인 셈이다. 여기도 생협이 발달해서 탄소발자국이 적은 근거리 지역 생산물을 그렇게 신선하다 못해 아직 살아있는 상태로 배달해 주는 게 유행이란다.

예전부터 어머니는 대파를 한 단 사시면 그걸 마당에 푹 꽂아두시고는 필요할 때마다 한 뿌리씩 꺼내서 요리에 넣으셨다. 파라는 게 모래지질의 밭에서 잘 자라는 것이긴 해도, 그냥 내놓거나 냉장고에 넣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보관 기간이 훨씬 길어진다고... (먹기 위해서 산채로 보관... 식물이니 망정이지 좀 그렇긴 하네^^)

같은 이치로 비록 작은 포트긴 해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까지 고려해서 딜리버리에 필요한 냉장 설비 등의 영업비용, 환경비용도 줄이고, 핵가족 중심의 요즘 가정에서는 정말 신선한 야채를 오래도록 냉장 등의 필요없이 보관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 같았다.
아, 우리나라에도 곧 도입되겠구나 했는데... 아직이네.

여튼 그렇게 간단하게 아침까지 얻어먹고 길을 나섰다.

런던 마라톤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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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늦게 도착해서 몰랐는데, 인근에 제법 널직한 공원도 있었다.
여행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일 우리가 타고 가야 할 루프트한자 항공이 취소되었다고...
이유는 파업이란다. 일일파업.

나야 뭐... 하지만, 여기자와 그는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반드시 내일 비행기로 다시 한국에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는 생각으로 마지막 날은 자유롭게 런던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기자님은 혼자, 그리고 아침에 다시 찾아 온 박사님은 그를 모시고 박물관과 템즈강 주변을 다니기로 했고, 나는 우리 때문에 하루 월차를 쓰기로 한 후배의 폴란드인 남편을 포함 식구 3명 쪽에 끼어서 가고자 하는 대로 따라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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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중심가인 웨스트민스터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사람이 너무 많다. 무슨 일이 난 건지, 원래 런던이라는 도시도 이런 건지...
지하철을 빠져나와서 빅벤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날은 런던마라톤이 열리는 날이었다. 보스톤 마라톤과 함께 세계적으로 철각들이 참가를 꿈꾸는 바로 그 마라톤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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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축제였다. 이런 아스팔트 대로를 달리는 코스도 있지만, 더러는 좁은 골목길도 누벼야 하는... 마라토너들에게는 정말 신나는 경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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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하는 선수들에게나 구경하는 시민들에게 마치 축제장처럼 변한 도시 전체를 있는 그대로 즐겼다. 하늘빛깔도 끝내주고. 이 노란머리 사람들 참 부러운 게 염치가 없다. 지가 즐거우면 어디서나 잘 흔들어대고 잘 논다. 이런 염치는 좀 없어도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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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빅벤이니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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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사는 부부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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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가했던 지역별 마라톤에서는 교통 흐름에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려고 약간 도심 외곽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경관이 좋은 도로를 달리도록 했는데, 가끔 물 나눠주는 분들이나 지자체 관계자 혹은 자원봉사자들의 격려를 받긴 하지만, 주민들이 응원하는 경우는 별로 보질 못했다. 통영 철인대회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르는데 지나가는 할머니들이

아이고 말라꼬 더븐데, 힘을 빼쌋노?

하시던 말씀을 들은 적은 있다. '할머니, 언덕 얼마나 남았어요?' 물으니,

바로 조앞이야. 근데 으짜노... 이 고개 넘으면 더 큰 고개 있는데...

뭐, 이 정도가 주민들과 교감하면서 경기를 했던 경험 정도랄까.

반면에 대마도에서 했던 국경마라톤 대회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대마도 주민들 모두가 거리로 나온 것처럼 많은 주민들이 집앞에서, 혹은 코스 여기저기에서 "간바레~"를 외쳐주는 게 아닌가.
마라톤은 참 성취감이 높지만 지루한 운동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루함을 견디게 하는 게 이런 응원이다. 어떤 마라톤 대회라도 이런 응원과 아이 컨텍을 통한 격려와 교감이 동반되면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런던 마라톤 대회는 그냥 축제였다. 코스 중간 중간 공원도 많고, 건물도 그렇게 높지 않으면서 베란다 양식의 건축물이 많아서 옥상이며, 베란다, 인근 공원 가에 사람들이 몰려서 선수가 아니라도 국제적인 대회를 모두가 자기 기준에서 즐기고 있었다. 저마다 맥주를 들고 어깨걸고 노래하는 사람들도 있고, 환호를 지르고 선수들과 손을 마주치며 응원하는 사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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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리'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끌고 코스를 따라 인파를 헤치며 걸어갔다. 웨스트민스터 브릿지까지 모두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누가 선수인지 누가 구경꾼이지 분간도 되지 않는 어수선함. 바로 축제의 중심굿판과 주변굿판의 동조랄까. 신명의 원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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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런던 세 식구도 한 컷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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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진 한 장도 찍었다.
이 사진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렸더니, 난리가 났었다.
영국에 출장 간다더니 거기가서 마라톤 대회 참가를 했느냐부터...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댓글에... 출장은 핑계고 대회참가 하러 갔던 거라는 억측까지...^^
같이 마라톤이며 철인대회에 참가하는 형님들은 다들 부러워하고... 서브3에 들지 못하면서 어떻게 거길 간거냐뭐 아주 그냥 CSI적 추리까지 펼치는 분들도 있고...

여튼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장난질 하는 맛에 SNS를 하나보다 했다. 실은 다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마라톤 참가자한테 부탁해서 잠시만 메달을 걸어보자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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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들도 거의 대부분 골인하고 있는 시점이 되었고, 점심때가 되어가기도 해서, 우리는 인근에서 도시락을 사 들고는 "빅토리아 엠뱅크만 가든"(나중에 알았는데 이 잔디밭 앞에 있는 건물이 화이트홀 궁이었단다)이라는 넓은 잔디밭 어디쯤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들고 간 보라색 판초우의를 돗자리 삼아 깔고는 근처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까먹었다. 맛있었다. "피쉬앤칩스"만 아니면 이제 왠만한 건 다 맛있다.
런던에서 음식점 하나 차리면 대박 날 것 같다 정말.
내가 못 찾는 거니? 아님 정말 영국사람들 미감이 둔 한 거니?

마라톤이 아니라도 점심시간이면 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 했다. 직장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근방은 정부 건물들이 많아서 공무원이거나 정치인들일 가능성도 많다고)이 우리처럼 도시락이며 먹을 거리를 사들고 와서는 점심을 즐기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도심에 이런 공원이 많다는 건 숨쉴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거고, 도시에서의 삶을 다르게 사유하도록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서울은 그나마 고궁도 있고, 공원들도 심심찮게 있어서 좀 낫겠지만... 부산에서 대도심, 부도심 주위에 이런 점심 풍경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 야외에서 도시락 까먹기엔 우리 날씨가 훨씬 유리한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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