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 4구간 재도전] 04천성산~비로봉~정족산

2017.2.4

by 조운

간만에 스님이 전화를 주셨다.
늘 그렇듯, 어제까지 연락하고 지냈던 것처럼...
시간 있으면 주말에 천성산에 오르자 하신다.

안그래도 아들들과 산행 약속을 잡아 놓았다고 하니, 그럼 잘 됐다고...




여행기간 : 2017.2.4
작성일 : 2017.10.17
동행 : 두 아들놈들과
여행컨셉 : 당일치기 트레킹



지난 번 애석하게 비로봉에서 하산해야 했던 것에 대해 꼬맹이들도 뭔가 덜 닦은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원래 계획대로 마저 마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에
"당연하지" 그런다.

그렇게 일주일만에 다시 천성산에 재도전!
차를 몰고 내원사 입구 영성식당으로 간다.
스님은 산정 습지로부터 > 지하수가 샘 솟고 > 그게 내원사 앞에서 아름다운 내원계곡을 이루어 > 용연마을에서 양산천에 합류하고는 > 물금에서 낙동강의 일원이 되어 > 을숙도를 지나 다대포 바다와 만나는 전체 물의 순환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계시단다.
하루 또는 2박 이상의 프로그램을 위한 거점(숙소)와 사무 공간이 필요했는데 주지스님께서 영성식당을 인수해서는 쓰라고 하셨다고...

스님의 추진력이야 뭐 익히 알고 있던 거니... 느린 것 같지만 그 반드시 해내고 마는 저돌적 기운은 천하장사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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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뵈었던 비구니스님 한 분도 함께였다. 화엄벌에 대한 난개발에 깜짝 놀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고생하셨던...
덕분에 지금의 데크길 통행로로 답압의 훼손을 줄이고 개발 계획도 없던 것으로 돌릴 수 있었다. 스님들이 참 대단들 하시다^^.
설이라고 꼬맹이들한테 대뜸 세뱃돈을 내어 주신다. 이놈들 절도 안 받으시고 말이다.


야, 이놈들 니들이 언제 스님한테 세뱃돈 받아 보겠노?


그러게. 그러고보니 나도 더러 촬영비나 사업 진행비로 스님한테 넙죽넙죽 봉투를 받았구만. 스님한테 돈 받는, 그것도 불자도 아니면서... 우리 집 남자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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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용돈까지 주신 스님 차로 천성산 바로 아래까지 순식간에 올라간다.
지난 주엔 안개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던 풍경이 펼쳐지자 이놈들도 좋아 죽는다.^^
아이들 뒤로 쇠잔등처럼 펼쳐진 화엄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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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라온 김에 일부터.
자전거나 비박을 하지말자는 캠페인성 현수막(스님은 늘 그물망에 수를 놓아 현수막을 만드신다. 한땀 한땀 수를 놓는 정성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복을 일으킬 수 있다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거의 매주 비박을 즐기는 입장에서 취미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스님들의 부탁이 참 애매하게 느껴진다. 백패커들은 무거워서라도 흥청망청 난장을 피울 정도의 살림살이나 쓰레기를 들고 오지도 않는데, 산을 파괴하는 주범처럼 인식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스님께는 비박을 하되, 천성산에서는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복원이 필요한 구간은 그 기간을 기다리겠다고... 아예 금지하시는 건 따를 수 없다고...
영 융통성이 없는 분은 아니다. 적당히, 다른 생명이나 생태에 최소한의 영향을 늘 고려하면서 하는 걸 바라는 거라신다.

사실 이런 문답을 굳이 저 현수막을 걸면서 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빠가 한번씩 비박을 데리고 가는데 그게 나쁜 걸로만 인식을 할까 저어되기도 했고, 중요한 건 금지나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절제를 통해서 소비하는 취미가 아니라 영속에 방해하지 않는 취미활동을 해야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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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지시를 내리고는 애들 사진을 찍으시려는 속셈^^





아래는 메일로 스님이 보내 주신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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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찍으셨는지... 애들만 찍으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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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작업 결과에 만족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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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천성산 표지석 앞에 서서 가족의 추억을 남겨 주신단다.
그나저나 날씨 어쩔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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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스님들의 노력 덕분에 군부대가 황폐화 시켜 놓은 자리가 더디지만 회복이 되어가고 있다.
단단하게 다져진 곳은 곡갱이나 삽으로, 한 번은 포크레인까지 동원해서 로타리를 했다고 한다. 습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습지 복원에서는 제일 중요하니까.
비가 오면 일부러 곡갱이를 들고 올라와 보기도 하신단다. 물길이 어디로 흐르는 지 살펴서 복원 구역으로 빗물이 들어 올 수 있도록 길을 파 주는 작업도 한다는데... 남자들도 힘든 일을...
하마터면 '제가 도와드릴께요~' 라고 할 뻔 했다. 마음은 가득하지만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서로 힘들어지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할 나이가 된 거니...

'죄송합니다 스님' 속으로 속죄만 한다.

이 자리에 낙엽이 질 수 있도록 풀도 심으신단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 이탄층이 될 것이다. 우리 대는 아니라도 다음 혹은 다다음 세대나 몇 백년 후면 말이다. 근데 꽃이 피면 사람들이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하니 다시 다져진다고...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천성산에 습지 복원 중인 곳에선 멀찌기서 구경만 해 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리고 싶다. 그리고 천성산 표지석 앞에 막 놓기 시작한 돌탑에 돌도 하나씩 놓아주고 지나가신다면 더더욱 감사한 일. (복원을 기원하는 돌탑을 쌓아 사람들의 정성어린 마음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믿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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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 1봉에서의 작업은 마치고 비로봉 쪽 데크길에 현수막을 달러 간다. 붙임성 좋은 강산이는 그새 스님과 친해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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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연병장 자리에 억새가 많이 자라서 맨 땅을 덮고 있다. 일부러 억새를 심었다고 하신다.
이웃들에게 산에서 이런 데크를 만나면 꼭 데크로만 다닐 것도 같이 부탁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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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수원지 쪽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 데크에도 정성스레 현수막을 붙인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중에선 본인들의 취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생각하고 현수막을 훼손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 이제 그러지 말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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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 다 같이 서라시고는 포즈를 취하라고^^.
오늘 작업자들을 기록해 놓으시겠단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스님들은 다시 내려가시고 우리는 지난주처럼 비로봉을 향해 간다.
다음날 만나서 내원계곡부터 아미산 전망대까지 물길을 따라 쭉 한 번 훑어 보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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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지뢰 미수거 지역이다. 복원도 복원이지만 위험해서 데크와 함께 철망으로 양 옆을 막아 놓은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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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 길이 끝날 쯤, 가지고 간 간식을 꺼내 먹으면서 좀 쉰다.

배낭을 열었더니 스님이 시간나면 읽어보라시며 주신 책이 나온다.
서점에서 구매하겠다는데 굳이 두 권을 배낭에 넣어 주셨다.

제목은 <산막일지>.
스님이 도롱뇽 소송으로 한창 단식을 하신 이후, 내원사에도 부담이 되어 홀로 시골의 토방을 얻어 기거하신 적이 있다. 지금도 주소지는 그쪽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거기 몇 채 안되는 마을의 어르신들과 보낸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은 수필집이다.
스님하면 억세고 고집불통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글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섬세한 종교인의 감상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스님은 저렇게 책을 내서 인세를 받으시면 그걸로 또 사업을 하신다. 인세가 들어오기 바쁘게 쓰실 궁리부터 하시는... 경제 관념이 저렇게 없는 분이 내 주위에 또 있을까 싶다.
이번엔 물길 교육 프로그램에다가 다 쏟아 부으시겠지. 제발 그렇게 할 만큼 넉넉하게 인세가 들어와야 할텐데... 잘 읽히고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라 많이 팔릴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워낙에 다들 책을 안 사보니 또 얼마나 팔릴까 싶기도 하고...

부연을 좀 하자면 스님이 꾸미시는(?) 이번 프로그램에 동참을 제안했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아직 완전하게 결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도와드리기로 했다.
뭐든 느릿느릿 진행하는 듯 하지만, 스님의 일 속도를 누구도 따라잡지 못한다. 하루에 두어 시간 주무시면 원기를 회복하실 정도로 깊고 짧게 주무시는 스타일(영국여행을 같이 갔을 때 그의 생체리듬을 쫓다가 죽을 뻔 했다^^)에 일에 몰두하면 한 자리에 몇 시간이고 앉아서 하신다. 머리속의 구상을 밀어붙이는 속도감도 장난이 아니고... 좀 두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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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지가 억새밭이다. 그래서 젓가락은 일부러 가져오지 않았다. 억새를 꺾어서 간단하게 젓가락을 만들었더니 꼬맹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좀 있다 점심식사를 어디서 하든 여기 억새로 젓가락 삼을 생각을 했던 아빠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다. 성화에 못 이겨,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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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완전히 방전되었다가도 밥 먹이고 잠시 쉬면 다시 100% 완충된다. 마치 내 아이폰처럼^^
하지말라는 짓만 골라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우리 막둥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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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밥은 무조건 맛있다.
천성 1봉에서 비로봉 넘어가는 중간 쯤 능선에는 늘 맹금류 몇 마리가 유유자적 빙빙 도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 날 5마리 정도를 본 것 같은데 한창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간 놈들은 좀처럼 고도를 낮추지 않고 영역을 관리하는 듯 보였다.
신기한 것은 그들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유롭게 창공을 누비는 듯 보이지만 알게모르게 위계가 있고 지켜야할 배타적 영역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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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올랐던 비로봉을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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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식들 이젠 아주 좀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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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옆 돌칼 능선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밥을 해 먹을 시간도 좀 아끼려고 이번엔 도시락으로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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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려고 애를 써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깔깔대는 이유야 아무려나...
그냥 깨끗한 공기를 뚫고 환한 햇살이 닿은 환한 얼굴이 마냥 보기 좋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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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북재가 조금 힘들긴 해도 참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영산대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낙동정맥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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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을 좀 지나서부터는 마루금을 따라 임도가 나란히 뚫려있다. 양산시가 용심을 써서 몰래 만들다가 제지를 당한 바로 그 임도다. 근데 아직 복원을 하지 않았다. 복원을 하는 척하다가 좀 조용해 지면 다시 확장을 하고 항의를 피해 어떻게든 그대로 유지 혹은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듯 보였다.
덕분에 마루금 길과 임도를 번갈아 타면서 안적고개까지 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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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오후 햇살에 콘트라스트가 그만이다.
아들들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엄마에게 보낼 세 남자 사진을 이렇게 구성해서 텔레로 날려보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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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저 멀리 정족산이 위용을 드러냈다.
그나저나 우리 강산이 콧물은 어쩔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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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암 이후로는 길이 얄궂다. 아무래도 임도를 냈다가 그대로 방치한 게 아닐까 싶다. 폭은 넓고 더러 평탄한 곳도 있지만, 나무나 풀이 없으니 깊게 패어서 공중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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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아래, 헬기가 착륙해도 될 정도로 넓은 개활지가 있다. 텐트를 들고 왔더라면 야영지로 안성마춤인 자리다. 사실 텐트를 치고 이른 저녁을 준비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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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족산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아닌 지, 쉽지 않다. 일단 덤불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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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비로봉도 보이고 우리가 타고 온 능선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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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 이제 거의 산꾼이 다 되었다.
제법 긴 거리를 걸었다. 대략 13km 쯤 되지 않을까 싶다. 부츠를 신고 이 먼 산행을 잘 따라온 강토는 발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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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정족산은 정상이 뽀족 바위인데 관목들이 접근을 방해하고 있다.
수풀을 헤치고 길도 없는 곳을, 고지만 보고 알아서 길을 만들어서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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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오르길 잘 했다. 멀리 비로봉, 원효봉 등 천성의 준봉들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정족산의 행정구역은 울산인데... 오늘 이 놈들 양산에서 울산까지 산을 걸었다는^^

이제 고지가 눈 앞이다.

지친 아빠보다 더 잘 오른다. 바위가 여러 층위로 뒤섞인 곳 정상에 작은 표지석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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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m 라고 적혀 있는데 글자가 희미해서 잘 모르겠다.
내 평생, 아니 우리들 평생에 다시 오를 것 같지 않은 이 지경에서 간단한 세레모니로 자축한다.
해도 지고 하늘도 핑크빛이 돌기 시작하는 정상은 기온도 급강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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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체가 참 '정족'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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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발산 공원묘지까지는 아직 3km 정도 더 산행을 해야한다.
먹을 것도 떨어지고 기온도 내려가는데 길이 험해서 걸음이 더디다.
통행량이 적으니 관목이 길을 덮을 듯이 에워싸서 여기저기 긇혀가면서 전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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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언덕을 내려서니 시멘트 길이고 온 천지가 무덤이다. 드디어 솥발산 공원묘지에 도착했다.
와서 보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이곳은 공원묘지가 몇 개가 뭉쳐진 거대한 무덤터다. 그 중 하나가 솥발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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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리에 알이 베겨서 바로 걷지를 못한다. 강산이는 게걸음으로 간만에 만난 비탈길을 내려오고, 강토는 결국 부츠를 신은 발이 탈이 나서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부츠가 원래 유격이 좀 있어서 계속 발가락을 자극했던 거지. 비탈을 내려오자니 발가락이 오죽 아팠겠는가, 영 속도를 내지 못한다.
시간이 깊어질수록 아빠는 '허리업'을 외치지만...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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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이 와중에도 쉬운 길을 두고 마루금을 고수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애들이 걷기에 시멘트길보다 차라리 더 낫긴하다. 무덤들 사이의 숲을 가로질러 지름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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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원묘지의 입구까지 도착했지만 사실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는 또 3km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애들은 본격적으로 칭얼대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깔깔대고 늠름하더니, 갑자기 애들로 돌아와 버렸다.

택시라도 지나면 좋으련만 묘를 찾는 사람 중에 택시를 타고 오는 이도 없고 그나마 늦은 시간이라 차량 통행도 거의 없다.
걸으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 소리만 들리면 손을 들어본다.
그때 마침 하얀 색 벤 한대가 우리 앞에 차를 세워준다.

대여섯살 짜리 아이와 더 어린 아이가 있는 나보다 몇 살 아래 연배의 부부가 타고 있다. 버스 정류소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하는데 산막에 집이라 거기까지 가 주시겠단다. 따뜻하고 편한 반면 좀 부끄럽기도 했다. 이 날씨에 이 어린 놈들을 데리고 시간관리도 못하면서 무모하게 산행을 해서는 히치하이킹을 하는 아빠라...

소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남부시장에서 오뎅 하나씩 입에 물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사실 오뎅은 이 시간까지 굶겼다고 또 핀잔을 들을까봐 생각해 낸 알리바이용^^

다음날 아빠는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는데, 애들은 말짱했다. 애들 몸의 신비함이란...
이 놈들에겐 아빠와 실컷 같이 보낸 어떤 하루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말해 주었다.


아마 너희 반에서, 아니 너희 학교에서 천성산에 등산한 친구는 있어도,
17km를 걸어서 종주한 친구는 한 명도 없을 걸.


정말로 한 동안은 그런 친구 없을 것 같다. 짜식들 어깨에 또 뽕이 좀 들어가긴 했지만,
17km 걸은 게, 17:1로 싸웠던 이야기 보다야 훨신 값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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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가 부츠를 신고 너무 고생을 심하게 해서, 엄마 아빠가 급하게 수소문을 해서 등산화를 하나 사 주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아직 개시를 못했네^^.
이제 다시 등산의 계절이 찾아왔으니... 곧 이거 신고 또 한 번 호연지기를 찾아 떠나보자~






그나저나... 무슨 제4구간에 마라도 낀 건지.
세번째 도전에도 결국 천성산 안이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같다는...
내일 스님과의 약속이 오전 10시니까 새벽같이 다시 솥발산으로 가서 6km 마루금길 마저 쫑 치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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