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11
스님과 물길 탐사 프로그램 일정이나 준비 정도를 점검하고 헤어져서 다시 양산천을 따라 집으로 향한다. 왔을 때와 반대로 이번엔 우안으로 가 보기로...
여행기간 : 2017.2.11
작성일 : 2017.10.18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자전거 길 답사
내원계곡(용연천)을 따라 내려오다가 거대한 응회암이 있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옛길로 용연마을까지 가 본다. 이길은 경부고속도로 위로 난 고가 다리를 건너면 바로 마을이다.
초행길의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서 신전마을 다리까지는 그냥 양산대로 차도를 타고 간다.
다시 신전마을.
다리를 건너자마자 마을에서 강가로 난 길을 잡고 이팝나무 당산까지 대각선으로 파고들어서 내석리로부터 내려오는 실개천을 건너 상삼리에 이른다.
길가에 아까는 보지 못한 고가 한 채가 있다.
집 앞 터가 거의 광장 수준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아닌 듯 보이고, 지역 향교나 마을 신전같은 공공의 역할을 하는 장소 같아 보인다.
마을 앞 삼계교를 건너지 않고 곧장 강 우안길로 간다.
반대쪽에 비해 포장도 없고 자연제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래된 제방길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까 석계 앞을 지나면서 봤던 맞은편 자전거 도로 축대 공사현장.
멀리서 볼 때와 달리 대공사다. 아직 길이 열리지 않아서 포크레인들이 오가는 임시 길을 따라 도로로 올라간다.
언덕으로 된 도로를 넘자, 이렇게 강변 축대 위를 달리다가 다시 도로와 만나게 되는 자전거 길이 연결되어 있다.
반대편 양산대로는 그래도 왕복 4차선인데 반해 여긴 2차선이고 이런 자전거 길 없이 도로로 자전거 주행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피할 곳이 없다.
드물게 포장된 자전거 길을 타고 가면 이내 다시 강쪽으로 내려가는 나무 데크와 이어진다.
그때...
바닥에서 뭔가를 슬쩍 본 것 같아 자전거에서 내린다.
이 녀석이다. 상태로 봐서는 로드킬도 아니고 다른 짐승에 의한 죽임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많은 녀석일까?
어떤 연유로 이렇게 비명횡사 했는지... 겨울이라 부패 속도가 빠르진 않겠지만, 아직 살아있을 때처럼 통통한 느낌 그대로인 걸로 봐서는 오늘 세상을 버린 게 아닐까 싶은데...
그렇게 잠시 죽은 생명에 관심을 쏟고 다시 출발하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로드킬일지도 모른다는 것.
자동차를 달리다보면 작은 벌레가 차 앞유리에 부딪혀 터지는 걸 본 적이 있다. 차에 밟힌 게 아니라 정말로 날다가 받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즉사가 아니라 고통으로 잔뜩 웅크리면서 마치 박제가 된 것처럼 저런 자세로...
건너에선 차바태풍에 의한 피해 복구 공사가 한창이라면, 이쪽은 자전거 길을 내는 공사가 쭉 이어지는 것 같다.
아까 건너편에서 봤던 가든 중 하나.
가든 마당을 지나 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이어지던 시멘트 포장길은 공암삼거리 잠수교에서 끊어진다. 원래는 저 잠수교를 지나 건너로 가야하거늘 통행금지니 뭐...
하는 수 없이 도로를 따라 달린다. 위험하다. 그렇게 대우마리나 아파트까지 달린다.
양산천에도 저런 수중보가 중간 중간 보인다. 수량이 워낙 작으니 수중보라 할수 없지만 말이다.
겨우 보 위로 살짝 넘쳐서 흘러가는 물 바닥은 그대로 암반이 드러난다.
대우마리나 아파트 앞 다리를 건너지 말고 쭉 이어서 가려니 통행금지라고 되어 있다.
가볍게 무시하고 들어선다. 돌아나오더라도 막히거나 끊어져 있는 걸 확인하고 그렇게 해야지...
막혀 있지는 않다. 차량은 통행이 안되는 인도교까지는 포장길이 닦여있다.
롯데칠성, 코카콜라 양산 공장이 있는 유산교 밑에는 예쁘게 평행한 징검다리가 있다. 징검다리가 교행이 가능하도록 두 줄이라... 재밌다.
이 위로는 어곡공단인데 양산천으로 들어오는 작은 유산천 가운데 고무보가 있다.
유산교 아래 강 쪽 길은 도보만 가능하다. 자전거로는 못 가도록 해 놓았고 대신 다리 차량로 옆으로 초록색 페이트를 칠한 자전거길이 따로 있어서 이곳으로만 다닐 수 있다.
그러고는 다시 이번엔 자전거 도로를 막아놓고 하천부지 쪽으로 내려가란다. 이거야 참... 한창 공사들이 진행되면서 임시로 취한 조치들에 우스꽝스럽게 되었다.
양산 외곽을 벗어나 제법 시가지에 들어선다. 그래서 인지 제방 안쪽 자전거 길이 쭉쭉 뻗어 있다.
반대편이 시가지인 반면 이쪽은 쭉 공장들이다. 그 중에서도 화학공장들이 많다. 바람의 방향이 양산천을 따라 낙동강으로 불어오는 겨울철만 되면 이곳 유산, 어곡 공단에서 풍기는 화학약품 냄새로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그런데도 양산에선 시민 감시 시스템이 없는 건지,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는 분위기가 별로 없다. 있다하더라도 양산의 커다란 세수처인 이곳 공단들에게 엄격한 환경규제를 적용하기 쉽지도 않을 것이고...
시민과 관 모두의 의지박약으로 매년 겨울 이상한 냄새를 맡고 있으며 나 또한 그 박약한 인간 중 하나다.
앞에 보이는 시설은 "유산공단 빗물펌프장"이라 적혀있다.
폐수종말처리장을 통해 처리된 물이 양산천으로 흘러들도록 만든 배수 시설이라고 들었는데...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시설 아닌가? 막상 가까이 가서 물 빛을 보면 색이 장난이 아니다. 누가 봐도 빗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냄새도 역하고...
그게 그대로 양산천으로 흘러들고... 수 킬로미터 아래지만 우리집 앞에서는 많은 강태공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데...
물길을 따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 이곳은 꼭 들러야 할 포인트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 반대편은 그냥 편안하게 자전거를 타는 시가지 산책로처럼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제방 위로 삐죽하게 나온 표지판을 보고, 제방 위로 올라와 보았다.
표지판의 화살표는 시멘트 공장 옆을 가리키고 있다.
반대편은 양산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수변공원과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고, 작은 하중도에는 고니도 보인다. 저 멀리 운동장 옆으로 난 인도교는 백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해서 백조다리라 불리는데... 사람들에게 백조라는 일본 이름 대신 고니라는 이쁜 이름으로 부르자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구나 싶다. 진짜 고니와 만들어진 고니가 한 앵글에 잡히니 재밌다.
운동장 근방 공원에는 커다란 하중도가 있다. 수로처럼 난 좁은 구간에 보이는 저것들은 원앙이 아닌가? 육안으로는 원앙으로 보이는데, 폰에 디지털 줌까지 하니 사진으로는 확실치가 않군.
고니에 원앙이 도심 중간에 살고 있다는 거... 나쁘지 않다.
더구나 이렇게 공장들이 즐비한 곳 바로 옆에 말이다.
이제 우리 집에 다 와 간다.
여기서부터 낙동강까지도 깔끔하게 공원처럼 꾸며진 강변 산책로와 자전거길로 이어진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에 돈과 인력을 퍼붓고 "생태공원"을 만드는 시대다. 반듯하고 구획정리가 잘 된 곳이 이쁘고 애초 자연상태는 덜 이쁘다는 미감이 팽배한 시대이기도 하다.
4대강을 통해 강에 공원을 만드는 게 콩고물 잔뜩 떨어지는 훌륭한 토목사업이란 걸 일깨워준 대통령 덕분에 이제 온 나라의 지천들도 4대강 공원을 닮아가고 있다.
자연을 인공미로 교체하면, 얼굴에 보톡스를 하는 것과 같다. 자연스럽지도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작위성이 낳는 부작용이 커진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해야만 흉해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집 앞에는 오늘도 포크레인이 복토를 하고 꽃풀을 심고 쌓인 토사를 긁어내는 보톡스 공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