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따라, 천성산~낙동강 3 :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답사

2017.2.23

by 조운

드뎌 물 순환 프로그램이 가동... 이라기 보다는 워밍업을 할 기회가 생겼다.
용연마을에 있는 초등학생들의 현장학습을 같이 준비로 한 것.
교장선생님께서 환경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고민하시는 분이시고, 마침 내원사와의 왕래도 잦으셨다 한다. 이왕 현장학습을 해야한다면 매월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싶다셨다.
현장학습은 4월부터 방중을 빼고는 매월 진행키로 했다.
이날 각 학년 담임선생님들(사실 작은 학교라서 거의 모든 선생님이 참석했지만)과 행정실 직원분들 모두가 같이 답사를 가기로 했다.




여행기간 : 2017.2.23
작성일 : 2017.10.27
동행 : 스님 및 학교 선생님들과
여행컨셉 : 나들이길 답사



일년 내내 몇 번을 해야하는 일정이라서 매번 같은 곳을 가는 거 보다는 세 군데 정도의 코스를 정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정했었다.
내원 계곡이 참 좋지만, 아스팔트 길이기도 하고 중간에 많은 아이들이 한 번에 쉴만한 곳도 없어서 노전암 계곡 코스로 합의를 했었다.

태풍 차바의 상흔을 복구하기 위해서 몇 달 째 공사를 하고 있다. 덕분에 그 어디 보다 맑던 계곡은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있다.

이날도 계곡 곳곳에서 포크레인이 열심히 돌을 옮기고 막힌 물길을 뚫고 있었다.

여긴 원래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어서 이렇게 중장비 자체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만, 수해 복구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장비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근데 문제는 이렇게 들어와서 수해복구만 하면 되는데...
이번 기회에 좁은 산길을 차량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넓히는 작업,
중간중간 인공적인 공원처럼 조성을 하고 있는 작업 등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린다는 명목으로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듯한 작업들이 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좁은 계곡이고 하구와 달리 경사도 제법 되니까 한번에 몰아치는 강한 홍수의 힘은 거대한 바위들까지 순식간에 아래로 굴러오게 만들었던 것 같다. 원래 자연은 그런 거대한 힘들의 작용으로 수시로 형태를 바꾸기도 하거늘, 그 안에서 우리가 편하려고 만든 데크나 표지들이 유실되기도 하니, 다시 화장을 해야할 밖에... 그 화장이 최소한이면 좋을테지만, 이 참에...
어렵사리 보호구역으로 장비를 들인 이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이 생기는 법이리라.
하지만 모두 불법이다. 인간의 법으로도 그렇고, 자연의 법으로도 말이다.

스님께서 매일같이 감시를 해도 어느새 하나씩 어긋난다. 절대 깨면 안된다고 했던 원래 있던 응회암 바위도 어느날 반쪽으로 쪼개져 있다. 공사에 방해가 된단다.

위쪽에서 흘러온 돌 중에서 굵은 것들은 따로 모아서 계곡 가로 길을 넓히면서 마치 호수가 제방처럼 인공적인 둑을 쌓는데 쓴다. 너무나 자연스런 계곡에서 그것들이 주는 이질감이란...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들까지 보면서 오르다보니 어느새 노전암 앞까지 왔다.
고작 몇 km 안되지만 평소 트레킹을 안하던 여선생님 한 두 명은 거의 실신 상태...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걷게하는 건 무리지 않을까 걱정의 변을 가뿐 숨과 함께 내뱉으신다. 스님은 아이들이 더 잘 걷는다고만 하고...^^ 중간에서 좀 난처하다.

여기서부터는 데크로 움직여야 하지만, 수해로 성한 곳이 없어서 바로 계곡 안으로 들어선다.

아이들이 충분히 쉴 수 있을 규모의 터도 미리 봐 두고.

데크는 아예 중간이 통째 날아가 버리고 없는 곳도 있다.

바위 틈, 물이 고인 웅덩이에는 이렇게 추운 계절에도 한창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

물 표면에 반사된 빛 때문에 잘 안보인다는 선생님들을 위해서 도롱뇽 알 주머니를 잠시 건져 올려서 보여드린다.

물의 흐름이 만들어 낸, 물결 무늬가 살아있는 암반지대를 지나,

데크 등이 세워지기 전의 원래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계곡뿐 아니라 태풍으로 사태가 난 지역도 있다.
땅 전체가 패어서 그 위의 나무들까지 한 번에 쓸려 내려 갔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 중 육죽한 참나무 한 그루는 우리 키보다 더 큰 뿌리들까지 모두 드러내면서 벌러덩 넘어져 있다.

사태를 수습하자면 넘어진 나무들을 치워야 하겠고, 너무 큰 나무들은 이렇게 토막을 내어 한쪽에 쌓아두었다.
한창 작업 중인 아저씨들 모두는 스님을 잘 알고 있다. 아래쪽에서 토목을 담당하는 분들과는 소속이 다른 이분들은 스님에게 꾸중 들을 일이 없는 사람들이니...^^

오늘의 종착지.
계곡 한쪽에 암반이 드러나 있고 마치 벽체처럼 높이도 제법된다. 물이 휘어진 곳이라, 아무리 암반이라도 서서히 물의 힘에 의해서 반원형으로 깎여 나가고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된 것이리라.
그 중간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보이는데 성분이 다른지 물이 떨어지는 곳만 바위색이 전혀 다르게 물들어 있다.
스님이 이 곳을 최종 목적지로 선택한 것은, 산정습지 덕에 연중 지하수가 풍부한 천성산의 석간수를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실제 여기까지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모든 아이들이 오르지는 못했다. 몇몇 체력 약한 아이들에 대한 우려도 있고 3학년부터만 여기까지 오고, 나머지 아이들은 노전암 앞 계곡의 넓은 터까지만 와서 점심을 먹고 노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했다.

예전에 스님이 한창 단식 중일때, 그렇게 자연을 아낀다는 사람들이 자기들 절까지 산길을 내고 아스팔트를 까는 짓이나 멈추라는 악담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 포교 등의 목적으로 반환경적인 마인드를 가진 종교인들도 있긴 하다. 순결한 자가 아니면, 그런 집단에 소속된 자가 아니면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는 건, 아무도 말을 하지 말라는 거 잖은가...

지금 노전계곡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자연적인 시도들은 한 두 사람이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도심 한가운데 노출 된 곳이래도 이해관계가 닿아있는 강력한 의지를 저지하기 힘든데, 이렇게 잘 보이지도 않는 산골짜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말해 무엇하겠나.

행정당국의 안일한 태도 또는 태부족인 인력난이 이런 시도들이 쉽게 자라고 번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희뿌연 계곡물을 보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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