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따라, 천성산~낙동강 4 : 해설을 곁들인 아미산전망

2017.3.9

by 조운

물이 순환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발로 확인하면서 환경적, 지질학적, 인문학적, 경관적 시스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참 좋은 것 같지만 총체적인 맥락만 있지, 구체적인 지식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스님을 도와, 내성천을 지키는데 큰 힘이 되어주신 오교수님을 모시고 함께 답사를 가기로 했다.




여행기간 : 2017.3.9
작성일 : 2017.10.19
동행 : 비구니스님+교수님
여행컨셉 : 당일치기 답사




늘 그렇듯 내원사 앞, 영성식당에서 만난다. 교수님은 지난번 내성천 답사때 처음 뵈었을 때도 조용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해박한 지식을 눈높이 맞게 잘 해설해 주시는 분이었다.
오늘은 전공분야인 지질에 대한 이야기를 또 쉽개 풀어주시리라...





아미산 전망대와 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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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먼저 간 곳은 강이 끝나는 곳.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파란하늘을 담은 기수역의 물빛이 유난이 시원해 보인다.


늙은 지질대의 태백산에서부터 강물이 퍼다 나르는 고운 모래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결국 이곳 낙동강 하구까지 다다른다. 그 모래들 중 일부는 다시 해류를 타고 해운대 등 부산의 해안선 어디쯤에 안착해서 금빛 모래사장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또 일부는 맞부딪혀 오는 파도의 힘에 오도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맴맴 돌다 가라앉기도 한다.
그렇게 쌓이다가 어느덧 수면 위까지 차 오르게 되면 그게 '등'이 된다. 부산과 가덕도 사이 낙동강 하구에 길게 발달한 '맹금머리 등', '도요등' 같은 여러 개의 등은 수만년 민물의 중력 작용과 바닷물의 조류 작용으로 만들어진 놈들이다.
아니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영상은 마치 바다에서 강으로 물이 흐르는 듯 보인다. 시간대에 따라 두 물의 힘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이 바로 미세한 운동과 변화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

화강암석 지대가 넓게 분포하면서 풍화작용으로 강에 모래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흔한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운반된 모래가 다시 바다 앞, 기수역에서 등으로 발달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희귀한 현상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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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서 벌어지면 원래 너무 익숙해서 귀한 줄 모르는 법.
수만년 세월과 물의 작용 반작용이 만들어낸 걸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둘 여력도 없던 시절, 하구둑을 지어 민물의 운반력을 거세해 버렸다. 사업의 추진 세력들이야 다양했겠지만, 공교롭게도 시행을 맡은 회사는 MB각하가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현대산업개발이었다.

낙동강과 무슨 철전지 원수를 진 것도 아닐텐데, 돈이라면 나라도 팔 양반이다보니, 대통령 시절엔 강에 손을 대면 돈을 만들 수 있다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낙동강에 다시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기셨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나라를 팔았는지도 모른다. 페이퍼 컴퍼니라는 대단히 선진적인 사기기법을 일찌감치 도입, 검은머리 외국인 행사를 하면서 민자토목사업에 대거 참여하여 세금에 빨대를 꽂거나, 국토의 경관 생명 농토 국민의 건강과 민심까지 아작을 내면서 뒷돈과 투기로 수익률 높은 사업을 진행해 오셨다. 그것도 통수권자라는 지위를 백분 활용(어쩌면 그러기 위해, 통수권자라는 지위가 필요했던 거 겠지... 이런 재테크를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대통령테크"?)해서 말이다.

하지만 수만년 자연이했던 일을 인간이 하루 아침에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영향을 좀 주더라도 조건만 되면 늘 다시 안정된 평형상태를 찾아 느린 운동과 변화를 이어가는 게 또한 자연이다.
낙동강 하구둑의 수문 개방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동안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하구둑에 막혀 침전한 모래와 오물을 퍼 내는데만도 매년 20억이라는 돈이 소요되었다 하니, 지난 번 포스팅에서 말한 것처럼 자연에 손을 대는 것, 얼굴에 보톡스하는 것처럼 안 써도 되었던 유지, 관리비를 끊임없이 쏟아 부어야 함을 잘 알게 해 준다.

교수님은 등이 더욱 더 발달하도록 해야한다고 주문하신다. 기수역은 원래 풍부한 생명의 보고인데, 등이 정교하게 발달하면 할수록 더욱 많은 생명을 먹여 살릴 조건이 되며 그것 자체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명물이 될 수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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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들에게 매일 매일 변화무상한 땅(등은 지금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육지 아닌 육지다)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세워진 '아미산 전망대'.
요즘 퍽 자주 들른다^^.
3층에 마련된 실내 전망대에는 어린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단까지 갖춘 쌍안경이 여러개 비치되어 있고, 넓은 홀에는 카페도 있어서 가족들도 많이 찾고 있었다.
아래층에는 하구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지질학적 현상을 알기 쉽게 도표와 그림, 모형으로 전시를 하고 있어서 더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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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는 절벽 위, 데크길이 있어 야외에서 등이나 하구의 모습을 감상하거나 탐조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국내에서 거의 모습을 감춘 "솔개"가 그 희귀한 명맥을 유지하며 날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단 서식하는 텃새들에 밀려, 밀렵꾼들에 밀려 점차 내륙에선 자취를 감추고 쫓기고 쫓겨 이곳까지 이르렀으리라.
아미산 전망대에 올 때마다 하늘에 동심원을 그리면서 상승기류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듯한 솔개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응회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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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전리 앞 양산천의 암반에 대한 사진이 하나도 없는 지 모르겠다. 한참을 들어가서 설명도 듣고 만져도 보고 했었는데...
더러 소고기의 마블링 같은 무늬를 띤 암반도 있었는데,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암석이 수축 팽창등의 외압으로 갈라지면서 그 사이사이로 이질적인 물질이 끼어든 결과라고 한다. 그 단단한 바위에 난 균열 속으로 엄청난 압력으로 비집고 들어와버린 흐르는 암석(용암)의 힘이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지질학이 고리타분하다고만 느꼈는데, 그런 암석의 형성과정을 추론하고 검증하는 학문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양산천의 암반 위로 흐르는 물이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니 보기에는 암석인데 만져보면 쉽게 바스러지는 푸석푸석한 스펀지처럼 되어 있다. 그 틈으로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을 하면서 다채로운 식생을 만들어 낸다 한다.
지구땅의 표면 같지 않은 생김과 색깔은 그것 자체로도 흥미롭고, 알고 나면 더더욱 그러하다.

사진에 보이는 크고 잘생긴 응회암은 용연천(내원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내원사 매표소 좀 못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눈에 잘 띈다. 응회암은 화산재가 뭉쳐지면서 강한 압력으로 굳어진 암석이라 하는데, 아주 단단하지만 온도에 민감하게 부피를 늘렸다 줄였다하는 물의 성질 덕에 잘게 금이 가고, 어느덧 툭 떨어져 갈라져 버린다 한다. 내원계곡과 양산천엔 저런 응회암을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암석들이 많았다.
이런 암석들은 염분이 거의 없어서 생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래서 양산천은 참 무미건조한 맑은 물만 흘렀던 곳이란다.
너무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것은, 너무 맑게 만드는 단단하고 영양염류가 없는 암반 위로 물이 흐르기 때문이라는 거다. 암석에 있는 미량의 영양염류 차이가 강의 성질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게 신기하다.

IMG_1862-_Wide1080mark.jpg?type=w773 교수님과 산행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고 내원사 매표소에서 일단락

천성산도 사실 영양염류가 별로 없는 바위산이었을텐데, 지금은 이렇게 생명을 많이 품고 있으면서 풍부한 물을 머금고 있는 것은 산 전체가 습기로 코팅이 되어 있어서라고 한다.
이 거대한 바위산은 동해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가장 먼저 맞게 되는데, 그래서 늘 그 습기로 축축하게 젖을 수 있었고, 물의 뛰어난 풍화 능력에 힘입어 갈라지고 잘게 부서진 조각과 흙이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하면서 습기를 머금는 능력도 자연 증가했단다.
거대한 바위 위에 젖은 흙으로 외투를 입은 천성산. 그래서 다종다양한 생명들이 깃들어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빗물이 흘러 바다까지 가는 단순한 여정은 애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작용과 반작용과 파생되는 수많은 영향들을 끼치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유기적인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패턴과 방향을 만들고 지역적 특수성을 자아내고 있기도 하고...
천성산에서 낙동강까지가 물의 순환을 이해하는 샘플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한 우리들이 어리석었던 것은 아닐까? 이 순환의 전체적인 모습은 어쩌면 유일무이한 특수 현상의 장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성격과 관심, 성적 등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나면, 그 동류항 속에 무수한 인디비주얼들은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된다. 세상에 "문제아들"는 없다. 제각각 문제를 안고 있는 한명 한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세상 사람 누구 하나 동일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다 다르다. 마찬가지로 세상 어느 동물들도 같은 조건과 상황 앞에서 동일한 행동 패턴을 가질 수 없다. 그 하나하나가 생명이고 유기적인 시스템 속에서 거대한 하나로 다시 개개로, 순식간에 집단자아와 개별자아 사이를 오가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우연과 개별의지는 내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보잘 것 없는 구조보다 훨씬 강하고... 강해야만 한다.

늘 일반법칙, 개론, 총론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내 습성은 어쩌면 세상을 내가 이해하고 싶은 방향으로만 이해하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지 않았을까?
오늘 거대한 지질 현상의 극히 일부분에 대한 힌트를 주신 석학의 가르침 앞에서,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인식론에 상당한 오류와 오만이 끼어 있었음을 깨닭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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