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여행 2_달라이라마를 찾아

2013.12.25

by 조운

여행기간 : 2013.12.23 - 12.31
작성일 : 2016.10.11
동행 : 대학 한의학 교수 및 대학교 직원, 스님, 자원봉사자들
여행컨셉 : 영상 촬영 출장




12월25일. 크리스마스다.
이렇게 더운 크리스마스라니...

오랜 이동으로 지친 심신은 깨끗하게 마련된 방갈로형 호텔에서 자고 일어나서 마시는 신선한 공기에 금새 회복이 되는 듯했다.
"카드카니 리버 리조트"
우리가 며칠 묵게 될 숙소는 중간에 호수가 있고 방갈로는 그 둘레에 적당한 간격으로 띄엄띄엄 놓여 있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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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버릇은 여전했다.
일어나서 도저히 크리스마스 느낌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분위기 속의 호텔 부지 내를 좀 돌아다녔다. 방갈로는 호수를 둘러싼 하나의 소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황죽이 살짝 입구를 가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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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곳이다 보니, 12월임에도 화려한 색깔의 열대 식물들이 한껏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자귀나무 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잎이나 줄기가 그것과는 다르고 꽃 색깔도 훨씬 붉다. 색깔이 너무 노골적이라 자귀나무의 은근한 분홍빛 만큼 감흥을 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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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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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갑자기 제법 넓은 폭의 강이 나타났다. 호텔 이름에 리버가 있으니...
물이 그렇게 맑지는 않았지만, 흐드러진 물가 나무들과 하늘이 그대로 담긴 풍경은 보기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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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는 고무보트도 나란히 떠 있었는데, 차마 타 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숙소쪽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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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호텔 로비 사이에는 제법 큰 호수가 있었다. 그 너머 강물을 끌어와서 만든 인공호로 보였다. 이 큰 호수 주변에는 좀더 근사한 방갈로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로비에서 호수 쪽으로 내려가니 작은 나무배가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잠시 노도 좀 저어보고 부드러운 트레킹 샷 영상도 좀 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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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로비 앞쪽 주차장을 지나 언덕쪽으로 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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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울창했다. 키가 아주 큰 수종들도 있지만 대부분 통일된 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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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관목들은 빨간 열매를 가득 달고 있었다. 대충 지형지물 파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위한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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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오르자 델리에서부터 우리 안내를 맡고 있는 "샤시 부산"이 잠시 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다. 그의 말로는 인근은 온통 커피농장이란다. 커피콩만 봤지 실제 나무에 붙은 붉은 열매는 처음 보는 지라, 잠시 산책을 하면서 봤던 그것들이 뭔지 몰랐는데, 차를 타고 달리면서는 끝도 없이 커피밭이 펼쳐졌다.
그나저나 샤시는 참 잘 생겼다. 그가 북부의 높은 계급 출신임을 훤칠한 키와 외모가 말해준다.


세라 성원


"세라"는 이 지역 지명같았다. 세라로드 끝에 있는 약간 구릉지대에 있는 티벳촌을 높여서 "성원"이라 하는 듯 했다. 나라를 잃은 티벳 망명 정부가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 근방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멀리 남쪽에도 마을을 형성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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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을로 들어가는 중심도로 입구에 있는 관공서 같은 건물 앞마당에 임시로 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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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달라이라마가 직접 법문을 하러 온다고 해서 마을이 온통 축제를 여는 것처럼 여기저기 화려한 색깔의 장식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전통을 따르고 있는데 이 또한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예복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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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하루종일 법문을 들기위해 아예 자리를 들고들 다녔다.
꼬맹이들 생김새가 우리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남인도의 주민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특히 마을에 들어오면서 깜짝 놀란 건 마늘냄새.
델리공항에 도착하면서 마치 인도 대륙 전체에서 나는 듯 했던 향신료 냄새는 깔끔하게 사라지고, 대신 익숙한 마늘냄새 같은 게 났다. 행복했다. 물론 다시 마을 밖으로 나가면 바로 달갑잖은 향이 업습해 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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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분들과 봉사자들이 분주히 준비하는 동안 나와 함께 방을 쓰는 가장 어린 총각과 함께 심부름을 갔다왔다. 차를 타고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마을 앞 차량 통제선에 다다르자, 툭툭이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분명 이들에게도 이 시골에서 이날이 특수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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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마을에서 벗어난 길가에도 오색빛 천 조각들이 성스러운 행사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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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에서 소를 중이 여긴다더니, 정말이었다. 길에 소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녀도 차들은 피해갈 뿐, 경적 울리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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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중심에 사원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구조인데, 사원까지 가는 진입로는 양쪽으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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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에 해당하는 곳에는 벌써 오전 법회가 끝났는지, 젊은 스님들이 몰려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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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쪽과는 달리 이곳은 노점상들도 많았고, 선방에만 있던 스님들은 그 유혹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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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 티벳은 정교가 분리되지 않은 정치체라고 들었다. 달라이라마가 기거하는 포탈라궁이 행정의 요체이기도 한 셈이다. 심지어 불교는 학교 역할도 했다. 의무교육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공교육이 승려가 되어서 지내야 한다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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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린이들은 승려이면서 학생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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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했을 때부터 하루종일 마이크를 통해 낮은 남자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소리가 끊기지 않고 들렸다. 짐작컨데, 티벳 불교의 독특한 독경 소리가 아닐까 한다. 나중에 익숙해지긴 했으나, 정말 시끄러웠다. 그것이 갑자기 뚝 그치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왔다. 하루의 법회가 이것으로 끝이 난 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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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라성원에서 벌어지는 종교 행사는 우리말로 하자면 달라이라마의 불교 학교(?)란다. 가르침을 구하는 남인도 전역의 티벳인들은 물론이고, 달라이라마를 따라 다람살라, 심지어 중국내 티벳 사람들도 몇날 며칠을 기차를 탔다가 걷기도 했다가 하면서 도착했다고 한다.
특히 가족 전체(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딸에 사위, 며느리, 손주까지)가 함께 2주 정도 여행해서 도착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났다. 탄복할만한 신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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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온 스님들은 성원 내에 마련된 기숙사에서 취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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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 중, 말이 통하지 않으니 한국에서 티벳으로 유학 온 스님들을 찾아 오는 심부름을 하면서 보니 빽빽한 방들에 그득그득 몸만 쉬고 다시 일정이 돌아가는 아주 정신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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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이라 소문도 별로 나지 않았고, 달라이라마가 오기 전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캠프는 아주 분주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었다. 아직 여독이 그대로 쌓인 가운데 어쩌면 다행이었지만.
이렇게 다시 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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