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29
딱 일주일 뒤 다시 즉흥적으로 제안했던 "낙동강 본류 상공에서 전체 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어디서 띄워서 어디서 내리겠다는 계획은 없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풀 충전한 배터리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너무 제각각이기 때문에...
함안보에서 드론을 띄운다. 대략 본포교 언저리에서 착륙하면 되지 않을까만 생각하고...
드론을 쫓아 본포교까지 왔는데 배터리 잔량이 아직 65%.
순풍을 타고 한 번에 많은 거리를 내려왔다. 이대로라면 오늘 하루 김해까지 어쩌면 하구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차량은 본포교를 건너 함안, 즉 낙동강의 우안(상류에서 하류를 바라보고)으로 건넌다. 하남까지의 도로는 우안이 강에 접해있다고 판단.
근데 갈전리에 들어서니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강에 인접해 있던 도로 확장공사 중이라 임시로 강에서 한참 떨어진 길로 우회하란다.
도대체 강에서 얼마나 멀어질 지 알수 없는 상황인데, 신호는 그나마 안정적이다.
순풍, 배터리상황 등 모든 것들이 생각보다 괜찮은 상황이라 약간 방심했다.
다리를 건너고 예상 밖의 도로 공사를 만나고 하는 통에 드론이 차량보다 훨씬 앞써 가고 있었고,
촬영분을 풀로 이으려면 일정한 속도로 운행하는 것도 필수라서 차량이 속도를 내야만 하는 상황.
사단은 그렇게 벌어지고 만다.
여행기간 : 2017.7.29
작성일 : 2018.3.1
동행 : 생명그물 실무자분들
여행컨셉 : 촬영, 특히 드론
차 속도를 바짝 올리자 마자 신호가 끊어졌다. 좁은 임시로에서 차를 세우려니 뒤에서 같은 속도로 달려오는 차 때문에 용이하지도 않았다. 갓길이 나타나는 곳까지 달려서 차를 세우는 동안 신호는 계속 끊어진 상태...
급하게 강쪽으로 난 갈전리의 논밭 사이 농로로 차를 들이밀었지만 신호는 계속 잡히지 않는다.
신호가 끊어지면 원점 회귀로 세팅해 둔 상태인데, 출발지점은 함안보... 남아있는 배터리로 역풍을 안고 출발지점까지 갈 수 있을리 만무하다. 무조건 신호를 다시 잡아서 내가 있는 쪽으로 불러들여야만 한다.
농로는 중간에 끊어지기도 했고, 농기계가 아예 막고 있는 곳도 있다.
이러저리 해맨다. 시간상 드론의 배터리는 30% 이하일 가능성이 높고... 보통 그 아래로 내려가면 스스로 비상 착륙을 해 버리거늘...
뒤늦게 제방을 찾아 올라갔으나 어디에도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잡힐리 없다. 분명 어딘가 착륙한 이후일테니...
마지막으로 신호가 흐릿하게 잡혔던 지점에서 불러들이긴 했지만, 확인된 최종 위치도 강물 위.ㅜㅜ
드론을 1대만 들고 움직였던지라... 프로젝트는 그걸로 쫑.
아침부터 찍었던 모든 촬영분도 드론과 함께 사라졌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1. 강 중앙에서 원점 회귀하다가 강 건너 논밭에 추락
2. 강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강에 그대로 추락
3. 원점 회귀하다가 내가 보낸 명령이 잡혀서 우리쪽으로 이동 중 배터리 방전으로 추락
2번 시나리오가 유력한 느낌이지만, 혹시나 하는 맘으로 다음날 후배 한 명과 함께 다른 드론을 들고 갔다.
강가에 수풀이 사람 키를 넘기고 있어서 위에서 찾아볼 요량.
갈전리로 다시 가서 수풀 사이를 여러 차례 찍고 팬텀처럼 보이는 흰 물체를 찾아해매기를 몇 번.
의심가는 물체가 보일때마다 직접 가서 확인... 온몸에 갈대에 찔리는 상처만 안고 결국...
제법 넓은 강 한가운데서 원점회귀하려면 쭉 강물을 따라 가야하니, 배터리가 다하는 순간 스스로 수장한 게 아닐까 하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또 그렇게 생각해야 미련도 남지 않고...
그렇게 무모한 시도는 끝!
아재 두 분은 잃어버린 드론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 줄테니 좀더 세심하게 이착륙 계획을 세워서 다시 시도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로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서 아직 성사되지는 않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려고 정말 무리하고 무모한 작업에 동의했던 내 실수니 뭐...
혹시라도 다시 시도한다면 최소한 보름에서 한 달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조금씩 작업하는 걸로...
아니면 이 작업을 또 하고 싶지는 않다.
동일 모델을 바로 다시 구입해야 했다.
구매 후 처녀비행은 중국 장가계.
그 비행에서 또 한 번 추락. 기체는 고장없이 회수 했지만, 무슨 마가 낀 것도 아니고... 장가계에서의 아찔했던 순간은 다음 기회에...
생각만큼 촬영분을 얻을 수 없어서 원래 구성한 대로 영상을 제작할 수도 없게 되고...
억지로 사진을 끌어다가 마무리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