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여행 5_법륜을 돌리며

2013.12.27 ~12.28

by 조운

여행기간 : 2013.12.23 - 12.31
작성일 : 2016.10.12
동행 : 대학 한의학 교수 및 대학교 직원, 스님, 자원봉사자들
여행컨셉 : 영상 촬영 출장



12월 27일, 숙소 예약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어제 숙소를 옮겨야한다는 얘길 듣고 짐을 모두 차에 쌓아뒀다가 일행들이 탄 버스는 하룻밤 임시로 쓰기로 한 숙소로 이동했다.
핵심 촬영 포인트인 의료봉사활동은 사실 매일 반복되기도 했고, 워낙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서 불빛도 부족한데다가 수시로 정전이 되는 바람에 조도가 낮아서 촬영이 불가능할 때도 많았다.
해서, 본의아니게 이것저것 심부름 할 일이 있거나 움직여야 하는 일들이 있으면 자청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이날도 시내에 심부름을 다녀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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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멋쟁이 총각이 운전하는 툭툭이를 타고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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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탈것은 문이 따로 없지만 암막 커튼이 비가 오거나 하면 문 역할을 대신하는 듯 했다. 바람과 햇살에 삭아서 방수 코팅이 벗겨진 채로 늘 고무튜브로 만든 줄에 묵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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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라고 해도 번화한 느낌의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중심로를 따라 잡화를 파는 가게들 몇이 늘어서 있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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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도착한 곳은 과거 병영기지로 섰다고 하는 곳이었다. 군 간부들의 숙소를 개조했다고 하는데, 마당은 아주 넓었다. 연병장이었겠지만. 수영장에 놀이기구 같은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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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놀이기구를 한 번 타 보았다. 처음엔 그런대로 재미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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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가 바뀌자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는 이 놀이기구가 삐걱거리기도 하고 땅에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지도 않아서 들썩거리면서 생명에 위협이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도 같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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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라성원을 향했다. 긴 벽 앞에 저렇게 양철로 대충 만들고 거적으로 덮은 곳이 불가촉 천민들이 사는 집이랬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투명한 인간은 사회 어디에나 있지만 이렇게 드러내놓고 있다는 게 참 불편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불편한 시선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투명인간 취급되는 사람들을 안보이는 곳에 방치하는 우리 사회가 더 악랄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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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건물에서 손을 흔드는 저 꼬마.
'너, 학교는 안 다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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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라성원 의료봉사 캠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종교와 일상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어딜 가나 '마니차(법륜)'를 들고 다닌다. 휴대용 법륜 안에 불교 경전을 넣어두었다고 한다.
독경만으로도 부처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고 성불할 수 있다고 믿는 티벳 불교인들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단다.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을 저렇게 담아서 돌리면서 내는 바람이 독경을 해 준다는... 마니차가 돌아가면서 내는 소리만 들어도 성불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정말 다들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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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 오른손으로는 법륜을 돌리고, 왼손으로는 백팔염주를 세면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종교 생활을 이어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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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가 아들(스님)을 데리고 왔다. 티벳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스님으로 공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복장만 저렇지 우리네 초등학생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젊은 엄마, 아빠라 보면 될 듯하다. 엄마의 헤어스타일이나 아빠의 차림새에서 변화하는 티벳의 미의식과 풍속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대다수 티벳분들, 다들 헤어스타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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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받고 나면 캠프를 나서기 전에 처방전을 들고 약국 역할을 하는 테이블에 이른다. 가장 인기있는 처방은 돋보기 안경이다. 상당량의 안경을 매일 꺼내 놓지만 이내 동이 나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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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는 정전. 후레쉬 불빛에 의존해서라도 진료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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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마라 때문이리라 짐작은 하지만 세라성원 입구는 인도경찰들에 의해서 삼엄하게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차량의 진입은 불가능해서 우리는 늘 저기서 내려서 걸어들어가고 나와야 했다. 다른 때는 괜찮은데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해서 짐이 많으면 늘 한 명이 짐을 지키고 한 명은 캠프로 사람들을 불러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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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또 옮겼다. 늘 심부름이 많은 나와 룸메이트, 그리고 통역을 해 줘야하는 샤시까지 세 명이 저녁 늦게 시내를 나왔다. 스님들 몰래 맥주도 한 캔씩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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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행들이 먼저 가 버린, 새로운 숙소를 찾는다고 지도 펴 놓고 불빛도 없는 곳곳에 한참을 헤맸다.
좁은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고, 심지어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넓은 인도는 어떻겠나. 아예 다른 언어 문화권 사람들이 손짓 발짓 하듯... 샤시는 계속 투덜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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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사히 맥주까지 한 잔 하는데 성공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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