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리산 1 : 중산리 ~ 로타리

2014.1.11

by 조운

여행기간 : 2014.1.11 - 1.12
작성일 : 2016.10.13
동행 : 수영동호회 회원들과
여행컨셉 : 백패킹




지리산등반대회의 추억


세번째 지리산 등반이다. 대학시절 총학생회에서 준비했던 지리산 등반대회 두번의 경험이후...

밤에 술만 마시면 학회실에 올라가 못치는 통기타를 들고 '지리산~ 반란의 고향~'을 불러대던 시절,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벙글거렸던 시절이었다.
텐트를 쳤던 산장이 로타리였는지, 세석이었는지도 몰랐고, 중요하지 않았던 그런 때였다.
단편적인 기억 몇 가지만 가지고 있다.
첫날밤 텐트(로타리 산장이 바라보이는 숲 어딘가 였던 것 같은데 정확치는 않다).
온 사방이 캄캄한 밤, 울창한 숲에 텐트를 쳤다.
당시 텐트들 무게란...깔딱깔딱 넘어갈 것 같은 여학생 동기들의 짐에 텐트까지 다 지고 올라간다고 실신할 뻔 했다. 텐트를 쳐 두고 선배들, 동기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던 곳은 숲이 너무 울창해서 나무 가지가 밤하늘을 완전히 덮고 있는 곳. 유일하게 우리 머리 위에 조그맣게 뚫린 공간으로 쏟아져 내리던 별빛.



별이 참 징그럽게도 많네!


이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은하수를 처음 본 날이었다.

두번째는 어느 산장(세석이었을 거다) 앞에서 하룻밤.
산장 주인이 이런데서 텐트를 치면 안된다고 호통을 쳤다. 50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산장에서 숙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이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벌금을 매길 일이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사설 산장들도 아직 있을 때였으니...
총학생회 부회장이 실갱이를 정리하고 산장 앞에서 취락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딱 기억에 남는 유일한 지명 "거림".
산에서의 2박을 마치고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보이던 길이 조금 완만해지고 넓어지더니 '거림'이라는 표지를 봤던 기억이 난다. 이제와서 대충 지도를 찾아보니 당시 산행에 서툰 초심자들이 걸을 수 있었던 길이 정도를 따져보면 아마도 중산리로 해서 로타리 근방에서 하루 보내고 천왕봉을 돌아 세석에서 둘째날을 보내고 거림으로 내려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이전까지 올랐던 산들이, 능선을 따라 쭉 걸으면서 내려다 보이는 시가지가 어느 동네인지로 대략적인 방향과 좌표를 확인할 수 있던 것과 달리 천왕봉부터 세석까지의 구간이 안개로 자욱하기도 했고, 그 이외에는 마치 산이 장미꽃처럼 겹으로 층층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기억 속의 지리산은 희미하고



마치 엄마의 자궁 속 같구나 !


그런 생각이 20년 간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등산한 코스를 GPS로 기록하고 지리 뿐 아니라 지형까지도 미리 혹은 현장에서 확인해 가며 움직일 수 있는 모바일 시대가 되어 어딜 가더라도 좌표값을 보면서 움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지리산에 가자는 동호회 형님들의 말씀에 "희미한", "포근한", "답답한", "축축한" 이런 형용사들이 떠올랐다.

산행에 대한 모든 계획은 경험 많은 알피니스트 친절한 인생 행님이 맡아주었다.
톡으로 표를 하나 보내왔다.

지리산 산행 계획서


■ 일시 ▶ 2014년 . 1월 . 11일(토) ~ 12일 (1박 2일)
■ 코스 ▶ 지리산 중산리 ~ 유암폭포 ~ 장터목산장 (1박)~ 천왕봉(일출) ~ 로타리산장 ~ 중산리(총 12,7Km)
■ 인원 ▶ 현 11명( 요산요수, 릿지, 조운, 쏜콩, 친절, 해적, 쌍둥이, 고운데레사, 델사, 주야, 제스퍼)
■ 시간 ▶ 11일 오전 8시 정각 남양산역 출발(시간 엄수!!!) ☞산장에 늦게 도착하면 여러가지로 불편합니다.
■ 출발 하루 전날 10일 저녁에 배낭 꾸려서 차에 셋팅 완료 하겠습니다.
■ 구간별 시간 계획

「1월 11일」
▶ 8시 정각 남양산역 출발 ▶▶▶ 11시 지리산 초입 중산리 도착 ▶▶▶ 중식(1시간) ▶▶▶ 12시 산행시작 ▶▶▶ 오후 4시 장터목산장 도착예정▶▶▶ 식사준비, 산장 예약 확인.

「1월 12일」
▶ 5시 40분 기상 ▶▶▶ 6시 산행시작 ▶▶▶ 7시 20분 천왕봉 도착 ▶▶▶ 7시35분 일출 ▶▶▶ 8시 하산시작 ▶▶▶ 10시 30분 로타리산장 도착 ▶▶▶ 조식(1시간) ▶▶▶ 11시 30분 출발 ▶▶▶ 오후 1시 30분 중산리 도착(산행완료) ▶▶▶ 2시출발 ▶▶▶ 중식(휴게소 일반식) ▶▶▶ 부산 5시 도착예정 ▶▶▶ 뒤풀이 ~

[ 준비물 ]
■ 공동장비ㅡ버너(가솔린1개, 가스3개) 4개, 코펠 2Set, 후라이팬 1개, 메트리스(은박 1개포함)3개, 화이트가솔린 2개, 동계용가스 4개, 가스등 1개, 롤화장지 2개, 키친타올 약간, 라이터 2개, 은박호일, 수낭 1개, 쓰레기봉투 2개, 보온물통 2개, 커피믹스 24개, 칼 1개, 물티슈1개, 양치용 소금
■ 개인장비ㅡ등산복 상, 하의, 배낭, 오버트로우저(바람막이잠바) , 오리털 잠바, 헤드랜턴(건전지포함=건전지 미리 끼우지 말것☞후레쉬도 관계없슴), 장갑, 모자, 등산양말, 등산화, 아이젠, 스틱, 치솔, 손수건, 수저, 수통
★★★신분증「신분증 없으면 산장입장 불가」 필히지참★★★
☞ 등산배낭 꼭 가져 가셔야됨. 겨울산 배낭없이 넘어지시면 크게 다침.

■ 식단계획
◆ 11일 중식
중식 ▶ 라면, 만두, 떡국
석식 ▶ 삼겹살, 오리불고기, 꽁치찌개, 부대찌개, 겉절이, 밥, 김치, 과일
♣ 12일 새벽 산장 출발전 꿀차 미리 준비해서 천왕봉 일출 기다리며 드시겠습니다.

◆ 12일 조식 ▶ 국밥(라면, 오뎅, 밥, 김치, 콩나물, 야채)
중식 ▶ 휴게소(일반식)
뒤풀이 ▶ 장소 미리 선정

■ 행동식ㅡ1인기준
미니쵸코바 5개, 밀감3개, 사탕 5개, 비스켓 3개, 레모나 2개, 젤리 3개
■ 주, 부식
쌀 11인×1+1/2식, 라면 25개, 꽁치통조림 3개, 햄 소시지3종류 약간씩, 삼겹살 1.5Kg, 김치 3통, 과일(2종류), 배추부추겉절이, 소주(1인×1병, 막걸리 5통, 콩나물 1봉, 오리고기 2마리, 양송이버섯 2팩, 팽이버섯 3봉, 찌개용 야채(꽁치용, 부대찌개용, 국밥용), 황도캔 4개, 꿀1개, 만두 1봉, 떡국1봉
■ 양념
소금, 고추가루, 고추장, 겉절이양념,

■ 의료
두통약, 감기약, 멘솔레담, 소화제, 압박붕대, 일회용 밴드

■ 담당
※ 식량 ▶ 등반에 필요한 식량 계획 수립 및 구입, 조리.
※ 기록 ▶ 기록 장비 준비 및 등반 사진 촬영, 보고서 작성.
※ 장비 ▶ 개인, 공동 장비 계획 수립 및 점검.
※ 회계 ▶ 예상 경비 계획 수립 및 집행.
※ 의료 ▶ 의료 계획 수립 및 응급 조치.
※ 행정 ▶ 산장 예약, 확인 및 국립공원 출입에 관련된 모든 사항 확인 점검.

■ 차량지원 2대

■ 예상경비
주, 부식비
유류비, 도로비
장비
연료
입장료
산장비(모포대여료)
의료비
뒤풀이비

■ 담당은 파트별로 추후 지정해서 준비하겠습니다.
■ 메뉴는 의논해서 수정하겠습니다.
■ 상기 내용중 추가 수정 보완 할 사항 있으시면 의견 제시 바랍니다.

1박 2일 지리산 가는데 뭐가 이리 번잡하냐구요? 뭐든 시작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잘 준비해서 잘 갔다 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지리산 갔다 오시고 산행 그만 하실거 아니시면 이번에 제대로 인지 하셔서 지리산 종주도 가시고 일본이고 유럽이고 진짜 만년설 있는 알프스도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

이런 꼼꼼한 행님을 봤나?^^
겨울 지리산은 대부분이 처음이었다. 자칫 오만하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얘기를 만날 때마다 했고, 실제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데는 약간의 긴장감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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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에 도착하기 전 우리가 가야할 곳이 멀리 보였다. 날씨가 참 좋았던 날이지만 저기 설산 꼭대기에는 가스가 잔뜩 껴 있었다.
산 밑 어느 마을에서 돼지고기도 좀 끊어서는 늦지 않게 중산리탐방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그리고 바로 배낭을 풀어 짐을 재분배했고, 한쪽에서는 친절표 콩나물해장라면을 끓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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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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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리 산장에 미리 인터넷 예약한 인원과 맞는지, 중산리탐방안내소에서는 꼼꼼하게 신분증까지 대조하는 확인을 마치고서야 우리들의 등산을 허락해 주었다. 도로를 따라 조금만 더 걸으면 통천문으로 들어가는 산길이 나온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지리산의 속살로 들어갔다.
통천(通天). 이제 곧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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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장 친절 행님의 배낭은 무려 100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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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쪽은 눈도 없는 겨울산인지라 등산하기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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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위쯤을 지나면서 잔설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이젠까지 꺼낼 정도는 아니었고, 우리 대원들도 그닥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로타리 산장

DSC00500.jpg?type=w773 로타리산장 입구 선돌

생각보다 일찍 로타리산장에 도착. 한때는 사설(로타리클럽) 산장이었지만, 지금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인수해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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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산장 한쪽에 마련된 취사 테이블에서 이른 저녁부터 지었다. 몇몇은 산장 위 법계사에 물을 길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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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 행님이 요리사 출신이라 산에서 먹기 힘들 음식들로 입이 호사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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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평소의 공기와 다름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맑은 농도의 공기에 싸여,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것.
산을 가는 상당 부분의 이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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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요리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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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새우튀김.
누가 지리산에 올라 새우튀김을 맛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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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팬은 작은데 사람은 많아서 주방장이 하나씩 집어서 차례대로 분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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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엔 소주잔을 들고 있자니, 세상을 안은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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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단계에서 음식과 술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더니, 결국 음식이 남는 패착이 되어 버렸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삼겹살까지 꾸역꾸역 밀어 넣고는 내일 새벽 일정을 고려해서 침상에 들어갔다.
술이 약하지만, 산에서 마시면 그렇게 취하지 않는다는 공식은 이날도 유지.

밤하늘의 별빛이 그렇게 밝지는 않았다. 이제 진주 등 근처의 도시들에서 뿜는 빛의 양이 20년 전보다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점점 구름이 많이 보였다.
내일도 천왕봉의 일출을 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 그게 다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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