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6
오늘 일정은 상당히 빡빡하다.
중국 국가삼림공원 1호인, 무릉원삼림공원(武陵源森林公园)으로 간다.
흔히 장가계(张家界)를 장씨성의 집성촌, 양가계는 양씨, 원가계는 원씨들의 집성촌으로 알고 있는데, 양가계와 원가계는 맞지만, 장가계라는 지명은 양가계나 원가계와 비슷한 뉘앙스를 주기 위해서 호칭된 거지, 장씨들의 집성촌과는 거리가 좀 있다.
장(张)은 베푼다는 기본 의미가, 널리 좋은 소문이 퍼진다는 확장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인데... 우리말로 하자면, 이름을 "떨친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한다.
가(家)는 우리도 가끔 그렇게 쓰듯 집, 사회, 나아가 국가를 의미하고,
계(界)는 당연히 세계다.
즉, 중국 안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로 이름을 널리 떨치라는 의미로 비교적 최근에 작명한 지명이라고 한다.
이름으로 굳이 그렇게 욕심을 내지 않아도 워낙 가진 게 많아서,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 되어버린 장가계... 그러니 영화 <아바타>에서도 환상의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이곳을 모티브로 창조할 수 있었던 거고...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24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무릉원삼림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무릉원 시가지의 맨 끝부분에 있다.
오늘따라 더욱 휑하다. 다들 어디 간거지?
남동문 입구에서 한참 전인데... 벌써 사람들이...
조용하던 길을 달리다 여기서 내린다. 이 이상은 차량 진입금지.
다들 어디 갔나 했던 여행객들이 죄다 이 곳에 있는 것 같다. 성수기도 아닌데 북새통이다.
그리고 모두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침을 거른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가게마다 이렇게 음식으로 유혹을 한다.ㅋㅋ
한 방향을 향해 걷는 사람들을 고소한 기름 냄새로, 먹음직한 색감으로 유혹하는 주전부리들이 길에 잔뜩 나와있고, 어느새 사람들의 손에도 저런 주전부리들이 하나씩 들려 있다.
제법 걸었다.
저 멀리 높은 누각형의 관문이 보인다. 저길 통과하면 펼쳐지게 될 풍경들은...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예측조차 되지 않는 놀라움의 세계다. 사람들은 바로 그 소문에만 이끌려 전세계에서 이 아침에 한 점을 향해 집결중이라는... 물론 그 모두가 소문 이상의 풍경을 보고 가게 되지만...
장가계.
정말 절묘하게 지은 이름 덕분일까? 이 관문 앞에서는 전세계 인종들을 다 만날 수 있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아이돌그룹 콘서트장 입장 전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특이하게도 카드형의 티켓이다.
무릉원삼림공원 입구 관문
드디어 입장~
관문을 통과하면, 여러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서 있는데, 원하는 버스를 알아서 타야한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순환형 도로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두 방향 중에서 아무거나 타도 된다는... 다만 관람하는 순서만 바뀔 뿐이다.
하필 양가계는 도로 정비 중이라서 우리 일정에서 빼야했다. 그래도 오늘 이 관문 너머의 세상 속에서 왠종일을 보내야 했지만...
유투브나 블로그 사진으로 한 번쯤은 봤음직한 장가계 특유의 기암 절벽들이 버스 차창을 통해, 쉴 새없이 이어진다. 본편 전의 맛뵈기?^^
우리는 지도상의 오른쪽 끝에 위치한 출발 지점에서 전체적으로는 반시계 방향의 코스를 택했다.
그러자면 맨 먼저 2시 방향의 천자산을 가는 게 정석이지만, 용의주도하게 십리화랑부터 치고 들어간다.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시간이라 계속해서 경쟁을 하며 돌아다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하이라이트를 맨 나중으로 보내자는 의미로다가...
가이드가 자신있게 권해주는 코스대로 선택~~^^
이미 천문산에서 가이드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체험했기에^^
백룡엘리베이터를 첫 코스로 정한 사람들 틈에 섞여 출발한 버스는 중간 정차역인 십리화랑 정류소에 들른다. 그리고 우리만 달랑 내려준다.
이렇게 용의주도하고 가이드를 봤나^^
십리화랑은 말 그대로 "그림같은 길이 10리에 걸쳐서 펼쳐져" 있다해서 붙인 명칭이다.
물론, 입장 전에 기념품을 살 기회와 접근성도 절대 놓치지 않는 장가계^^
왠만한 관광지의 진입로 외길은 반드시 이런 기념품샵 회랑을 지나야 한다. 3일째 되니 이제 그러려니... 자연스럽다 ㅋㅋㅋ
협곡을 중심으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외길을 만들어 주는데, 그 길을 따라 걸어서 오르는 길이 있고, 모노레일도 깔려있다.
장가계 어느 풍경구를 가나 접근성 하나는 정말... ㅋㅋㅋ
우리는 오늘 예정된 상당량의 도보 행군을 고려해서 모노레일 왕복으로 티케팅~
모노레일 운전 기사 대부분이 여성이다. 중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직업의 성평등은 우리보다 훨씬 발전한 곳이 중국^^
모노레일은 걸어서 오르는 10리길과 나란하다. 창문도 없는 모노레일을 통해 오솔길이 정말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이어지고, 걷는 사람들에겐 모노레일의 왕래가 또한 그림같이 보일 터.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서 잠시 잠깐 조연출 품앗이를 해 준다.
그나저나 대책없이 동공을 파고드는 저 희한한 절벽들은 어쩔 건인가?
미끄러지는 모노레일에 앉아서 감상하기 미안할 정도로 아름답다.
수시로 사람들을 토해내고 또 싣고 떠나는 모노레일은 소음이 없어, 절경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아서 좋다.
십리화랑 모노레일 종착지는 나무로만 된 건물들이 자연속에 잘 어우러져 있다. 마치 어느 산간마을의 열차 종점같은 분위기...
종점을 중심으로 제법 널찍하게 공원처럼 된 곳에서 간식도 팔고, 한참을 풍경 속에서 노닐다가 떠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우린 드론을 장착~
이곳에서 가장 매력적인 절벽은 바로 저 세 자매 바위다.
아이를 안기도 하고, 업기도 한 세 명의 여인이 마치 한 쪽을 향해 서 있는 듯,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듯한 모습.
하늘에서 바라보는 십리화랑은 올려다보는 맛과는 또 다르다.
위에서 봐야, 장가계의 절경들이 어떤 원리 덕분에 이런 모양새로 발달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 산골 속에서도 무인티켓발권이 가능하다니...^^
마지막으로 멋진 모노레일 길을 담아보려고 맨 앞자리에 앉아본다.
차장님은 당연히 여성분.
차장 옆자리도 비어있긴 하지만 앉지는 못하게 하더라는... 그래도 바로 뒤에 찰싹 붙어 앉아서 정면을 담는다.
중국 국내에서도 장가계로 단체관광을 어마어마하게 오는 것 같았다.
애기를 데리고 걸어서 십리화랑을 걷는 어린 부부들도 많고...
우리는 왕복 모노레일을 이용했지만, 천천히 산림욕도 할 겸, 오르거나 내리는 길 중 한 번은 걷는 게 정답이다.
자, 이렇게 남들과 조금은 다른 패턴으로 십리화랑부터 보고 나서, 올 때와 반대로 천자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반시계 방향의 관광을 즐기면 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