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6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랄까?
드디어 익히 들어왔던 원가계의 장대한 풍경을 맛보게 된다. 장가계에 와서 비 한 번 안 맞는 사람 없다할 정도로 비가 많고 비가 안와도 흐린 날이 많다는데, 적당하게 뭉게구름이 있는 쾌청한 날을 받아 왔다. 난 역시 태양소년 에스테반^^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24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원가계 입구까지 가는 길이 아마 버스 구간 중에서 가장 긴 것 같다. 산세를 구비구비 돌아서 가는데, 전혀 지루하지는 않다.
멀리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장엄한 기암절벽들을 배경으로 다랑이논들까지 색감 풍부한 산길 보는 재미가 솔솔...
원가계 앞은 거대한 주차장으로 시작된다.
원가계여객기지?ㅋㅋㅋ
매표소 건물 디자인이 산세를 흉내낸 거라 멋지다. 그리고 영화 개봉 이후, 최근에 만들어졌을 외계의 원시부족^^의 남녀 주인공이 지붕에 앉아 있다.
아바타 영화의 배경촬영을 한 곳이라는, 약간은 소심한 광고?^^
어울리지는 않지만, 저 정도 사이즈라면야 뭐...
건물 앞 광장은 상당히 크다.
보통 이쯤오면 점심시간대가 되는터라 여기저기 잔디밭에 앉아서 도시락을 펼친 분들도 보이고, 무릉원에서 가장 긴 트레킹 코스인 원가계가 입성하기 전 한 타임 쉬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도 식사까지는 아니지만 배를 좀 채우려고 매표소 건물에 있는 긍덕기^^로 들어간다.
프라이드 치킨과 커피를 시켰는데, 사람들이 몰린 탓에 한참을 기다려서야 먹을 수 있었다. 중국에선 흔한 일이지만, 아이스커피를 받아서 자리에 오는 동안 아이스가 사라져버리는 마술이 벌어지고...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한다 ㅎㅎㅎ.
인스턴트를 싫어하는 분들은 지하 식당가의 정찬으로 가면 된다. 맛 보지를 않아서 수준은 잘 모르지만 깔끔하긴 했다.
KFC의 매력 중 하나는 석림에 둘러싸인 야외 테라스에서 요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있어서...
안쪽으로 들어가도 먹거리들을 팔고 있는 부스를 지나게 된다. 아마 가이드가 이곳에 파는 음식들이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을까봐 일부러 KFC에서 요기를 하게 해 준 것 같다. 이런 거 먹어도 상관없는데,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천문산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통천대로의 셔틀버스.
무릉원삼림공원 전체를 도는 셔틀버스, 천자산 케이블카, 십리화랑 모노레일,
여기에 원가계의 인력가마까지... 아마 인력가마는 장가계 관광지의 편리한 접근성의 정점이 아닐까?
트레킹이라고 해도, 고산을 등정하는 게 아니라 평이한 오솔길을 걷는 거지만 연로하신 분들이나 재미삼아 타보려는 분들도 있는 듯, 제법 많은 가마꾼들이 자신의 가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더러는 저렇게 잠시 앉아서 사진만 찍는 분들도 있다. 사진 촬영만으로도 돈을 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가는 길을 버리고 가이드가 샛길로 안내를 한다. 훨씬 가깝기도 하고 한적하단다.
이곳도 사람들이 쉽게 다니도록 만드려는 모양인지, 여기저기 시멘트로 공사를 하고 있다. 비가오면 질척일까봐 그러는 걸테지만, 그냥 흙길 그대로 둬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정말 아무도 없다. 길 중간 쯤 마주오는 단란한 한 가족이 유일했다.
트래킹 코스의 맨 처음은 "천하제일교"
독립된 두 개의 암벽 덩이 사이에 자연적으로 구름다리처럼 놓인 길이 있다.
깎아지른 허공위의 다리가 참 아름답고 신기한데 감히 겁나서 올라가보지는 않았다는...
눈으로만 사진으로만 멀찌기서 보고는 돌아선다.
천하제일교도 좋지만 시작일 뿐, 그야말로 점입가경.
과연 석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구나 싶다. 바위산들이 마치 자라는 나무들처럼 빼곡하게 서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서양에도 많이 알려진 듯 하다. 각국의 노란머리 친구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들도 대자연이 빗어낸 작품들 앞에서 연신 탄성을 질러대는 건 똑같다.^^
원가계가 전체 장가계 중에서 가장 많이 걷는 코스이긴 해도, 바닥을 매끈하게 잘 다듬어 놓았고, 계단도 그렇게 많지 않다.
코스 중간 어디쯤, 이런 곳도 있다.
거북 석상 등위에 많은 거북들이 간만의 햇살바라기가 재밌는 그림을 연출한다.
쌍용천
중국분들 참 용을 좋아해^^
용머리 두 곳에서 약수가 나온다.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국궁석(鞠躬石)
국궁(鞠躬). 어릴때부터 제사 지낼 때 어른들한테 많이 들었던 단어다.
"자, 국궁하자"
그럼 모두가 신위가 놓인 제사상 앞에 서서 머리를 조아리곤 했다. 하단이 깎여 나가서 위태로워 보이는 길가의 바위 절벽이 마치 국궁하는 모습을 닮아서 이런 이름을 지어놓은 걸까? 발상이 재밌다.
그보다 그 위태로움을 가는 나뭇가지로 지탱하는 연출을 해 놓은 게 더 재밌다. 필경 재미난 사람이 처음 작대기 하나를 밀어 넣은 이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씩 추가했을 터, 덕분에 훌륭한 작품이 되어준다.
심심하려던 차, 여기저기 자세히 보면 원숭이들이 사람구경 중이다.^^
실은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와 이런 작은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왔다.
아바타를 상상한 호기심 덩어리 제임스 카메룬도, 바로 이 풍경을 보고 자신의 상상 세계를 현실화할 생각을 했을 게다.
가장 유명한 건곤주.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 이쯤은 되어야^^
건곤주를 비롯, 거대한 석림들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는 곳을 중심으로 걸으면서 전망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우리가 밟고 있는 길도 이런 석림 중 하나일테니, 중간에 이런 다리를 연결해 놓은 건 당연한데...
발 아래가 망으로 되어 있다는...
'제발 이러지 좀 말아주세요...'ㅠㅠ 대협곡의 유리다리 만큼은 아니지만, 무서운 건 적응도 안된다는...
다리를 건너면,
"토룩 한마리 푸드득허니~" 이륙 자세 취해 주고 계신다. 아바타의 메인 촬영지였다는 표시겠지?
젊은 친구들 누구나 한 번씩은 등 위에 앉는다. 그리고 폰에 담아간다.
어른들 마음도 별반 다르진 않을진데, 순서가 오기 어렵다. 그냥 "건곤주" 비석 부여잡은 모습만 담는 걸로 만족^^
나 또한 사진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알면서도 셔터를 마구 눌러댄다.
여기저기 땅에서 돋아난 게 아닐까 싶은 돌기둥 봉오리들의 인기란...
멋진 풍경속의 나를 담는데 동서양 구분이 어디있겠는가?^^
이건 무조건 드론으로 담아야 해!
마침 도착하니 누군가 드론을 운용중이었다. 좁은 봉오리 사이를 통과해야 하니, 두 대가 한 번에 날면 위험할 것 같아서 기다렸다.
15분쯤 드론을 날리던 친구가 마치며, 건곤주 아래쪽은 바람이 심하니 조심해야 할 거라고 팁도 전해준다.
천문산때보다 더 좁은 이착륙 환경이었지만, 도저히 그냥 갈수는 없는...
생각보다 바람이 심했고, 기둥들 사이가 좁아서 아찔하긴 했지만, 무사히 촬영했다. 공중에서의 무빙샷은, 정말 여기서 드론 촬영을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두고두고 후회했을까 싶을 정도로 멋졌다.
편집본이 완성되면 다음 기회에 포스팅하는 걸로...
아바타 토록이 있는 절벽 맞은편엔 과일쥬스 매점도 있다. 이런 곳에선 빼갈이나 맥주라도 들고 감상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과일에 만족하는 걸로 ~ㅋㅋㅋ.
원가계를 다 돌고 나오면 다시 가마꾼 아재들의 세상 편한 자세를 만난다.
우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원가계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여기가 입구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