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겨울이지 1_ 기획과 실행
2014.1.26
여행기간 : 2014.1.26 - 1.29
작성일 : 2016.10.17
동행 : 같이 살아 주는 분과 그녀의 아들들
여행컨셉 : 렌트카+등산
김해 공항으로 가는 경전철 안에서 마냥 즐거워 하는 세 사람.
미안했다. 이렇게 좋아라 하는데, 좀 자주 데리고 다닐껄.ㅜㅜ
같이 살아주시는 여자분이나 나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결혼 초기, 그러니까 둘째 녀석이 꼬맹이일때까지만 해도 여기저기 많이 쏘다녔다. 그러다가 점점 지치기도 하고, 생활에 바쁘다보니, 주말에 잠깐 짬을 내서 갈 수 있는 거리 정도에 국한해서 몇 년을 보내게 되었다.
물론 나야 출장을 핑계로 일본도 몇 차례 갔다왔고, 중국 베이징 올림픽, 런던, 인도도 갔다왔다. 아내는 아무리 일로 갔다왔다 하더라도 가족인데, 여행의 비대칭성이 내심 불만이었던 것 같다.
결혼하고 우리 가족들이 좀 멀리 여러 날을 보내고 온 곳을 꼽아보니, 정선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여행, 그리고 거창 귀농 가족들을 찾아간 여행 정도 밖엔 없었다.
우리도 남들 다 가는 제주도 함 가자!
말하자면, 그건 선언이었다. 니 혼자만 다니는 것에 참을 만큼 참았으니, 이번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를 데리고 떠나라는...
사실 일하러 다녔거나, 아니면 가족들이 같이 가기 힘든 고행에 가까운 여행들만 다녀봐서 어린 꼬맹이들까지 데리고 우리나라 대표 휴양지, 제주도를 가야한다 생각하니 막막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미리 뭔가를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에 익숙치 않아서 더 힘들었다. 나 혼자면야 가서 닥치는 대로 대처하면 되지만, 까칠한 레이디 & 코 찔찔이들을 달고 가자니, 뭔가 많은 준비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다행이 마눌님은 내 여행 스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이고, 꼬맹이들은 본디 여행이란 그런 것이거니 할테니... 라며 스스로 다독이며 최소한의 준비를 했다.
[1안] 25일 저녁출발 ~ 28일 저녁 귀가 (1일 등산 / 2일 관광)
1. 일정
25일 18:50-19:45(에어부산) ~ 20:30 렌트 ~ 21:30 라사니아 체크인
26일 한라산등반(어리목~영실 코스)
07:00 조식 ~ 08:00 출발 ~09:30 등산 ~ 12:30 윗세오름 ~ 14:00 영실매표소 도착
15:00 차량출발 ~ 15:30 산굼부리 등 한라산 근방 관광
27일 라사니아 체크아웃 ~ 관광 ~ 제주신라 체크인
28일 제주신라 체크아웃 ~ 관광 ~ 20:35-21:35(에어부산)
2. 비용
항공 : 328,000원
숙소 : 8만(라사니아)+26만(신라호텔)
렌트 : 무료
[2안] 26일 오전 출발 ~ 29일 오후 도착 (1일 등산 / 2.5일 관광)
1. 일정
26일 09:05-10:00(에어부산) ~ 10:30 렌트 ~ 동북부관광 ~ 라사니아 체크인
27일 한라산등반(어리목~영실 코스)
07:00 조식 ~ 08:00 출발 ~09:30 등산 ~ 12:30 윗세오름 ~ 14:00 영실매표소 도착
15:00 차량출발 ~ 15:30 산굼부리 등 한라산 근방 관광
28일 체크아웃 ~ 동남부 관광 ~ 제주 신라 체크인
29일 제주신라 체크아웃 ~ 서부 관광 ~ 16:35-17:35(에어부산)
2. 비용
항공 : 399,200원
숙소 : 8만(라사니아)+26만(신라호텔)
렌트 : 4시간 정도 추가 요금발생
딱 하나,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건, 반드시 한라산 등산을 하루 일정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
쉽진 않았지만, 마눌님을 설득 끝에 이건은 관철할 수 있었다.
항공편과 라사니아 호텔(도착해 보니, 여관인듯 아닌듯)은 내가 알아서 잡고, 제주 신라호텔(마눌님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건으로 잡은 건데, 말하자면 "한라산 등산"과의 빅딜의 산물이랄까?)과 렌트카를 잡기로 했다.
이때 한창 제주가 힐링의 메카로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한달씩 살아보기를 하는 곳으로 기사에 오르내리던 시기이고, 강정마을 구럼비가 폭파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파괴된 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
남들 따라 하는 걸 퍽 싫어하는 성격인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자연, 인문을 파괴하며 부정한 이익을 만드려는 자들에 저항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놀러간다는게... 이래 저래 제주 여행을 가는 게 영 내키지 않는 조건들이었지만, 모두 잊고 가족 여행이라는 컨셉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우리가 택한 제2안을 따라(그래봐야 교통편에 따른 구분 이상의 의미는 없지만) 1월 26일 아침 일찍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에 올랐다.
트렁크는 엄마가 메고, 작은 가방은 일정 중에 내가 맬 물건이고, 저 큰 가방안에 오만 가지 여행 보급품이 다 들어있다. 90리터 배낭인데, 급하게 중고로 구매를 했다는 거 아닌가.
양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경전철로 환승하면 부산에 사는 사람들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빨리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외곽에 살지만 중심을 통하지 않고도 다른 외곽으로 가기에는 훨씬 편한 잇점도 있다. 집에서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라는 걸 타보는 녀석들. 한창 파워레인저의 동작들에 심취해, 자세 취해주면서 내심을 표한다.
몇 년 전 생일선물로 사줬던 장남감 망원경을 챙겨 온 녀석.
하늘에서 조망해 보겠다고 저러고 있다. 아빠 카메라까지 뺏어들고...
그래, 처음 타는 거니까. 기껏 아빠 카메라를 들어는 봤지만, 하필 날개 바로 옆자리라서 찍을 수 있는 게 이거 뿐이었구나^^
날씨는 청명했다. 쌍안경을 통해 꼬맹이들의 눈에 담겼을 발 아래 부산의 모습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