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서 이 맘때면 첫눈이 내렸니, 영하로 떨어졌니 하는 일기예보를 꼼꼼히 챙겨보는 편. 그라고는 내복을 꺼내 입을지 두툼한 옷을 입을 지 말지를 아침마다 고민했을 테지만...
여긴 연중 따뜻한 남국이다.
그렇다고 늘 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곳은 아니고,
11월의 하이난은 반팔을 입고 다니기 딱 좋은 9월 초 중순의 날씨?
12월의 하이난도 비슷하긴 한데, 더러 해가 지고 난 오후나 흐린날이면 반팔로는 약간 싸늘해서 바람막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기후다.
여튼 이 겨울에 호강하는 곳이긴 하지만...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6.17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사실 하이난 전체 인구가 거의 두 배까지 늘어나는 시기도 이맘때다.
11월부터 대륙에서 특히, 춥기로 유명한 중국의 동북 3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으로 옛날에 우리가 만주라 부르던 지역)에서 대거 하이난으로 몰려온다.
그 중 대부분은 내가 있는 싼야로 온다. 하이난은 제주도의 거의 20배나 되는 거대한 섬이라서 같은 하이난이라 해도, 최북단의 해구(하이커우)와 삼아(싼야)의 기온 차는 제법 나니까.
싼야에 숙소 아파트와 사무실이 있고, 걸어서 10분 거리라서 아침 저녁 신선한 하이난의 공기를 마음껏 만끽하는 맛은 그만이다.
특히 매일매일의 파란하늘은 정말 끝장이다.
인근에 공장도 없고, 바다로 둘러싸여 공기의 정체도 없다. 사막의 흙먼지가 날릴 리도 없으니, 부유물이 적어서 공기가 정말 맑다. 하이난의 겨울은 살짝 건조하기도 해서 공기중 습기의 농도까지 적으니 더더욱...
다 좋은 건 아니다. 우리나라 보다는 적도에 가까워서 태양빛이 많이 따갑다.
게다가 이렇게 공기중 부유물이 없으니, 피부에 닿는 태양광의 체감 강도가 다르다.
겨울에도 한 낮에는 많이 따갑다.
코앞에 대양이면서도 싼야의 겨울동안 바람은 그렇게 심하지 않다.
대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참 좋다.
겨울 두 달을 보내는 동안 심한 강풍이 있던 날이라고는 하루이틀 정도.
물론 이런 날은 길을 걸을 때 조심해야 한다. 거리에 가로수로 가장 흔한 나무는, 가지에서 거꾸로 줄기가 아래로 뻗다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려버리는 용수(맹그로브)와
키가 장난 아니게 큰 야자수.
바람 부는 날, 야자수 아래를 걸을 땐 조심해야 한다.
한 번은 걷다가 바로 앞에 코코넛이 툭 떨어졌던 적도 있었으니... 그 딱딱하고 무거운 것에 머리라도 맞는다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낫다고 농담을 주고 받긴했지만, 그런 농을 던지던 동생 녀석도 바람이 좀 있는 날은 야자수에서 멀찌기 떨어져서 걸어다니며 열매들을 주시한다는^^
코코넛이 익어서 저절로 떨어질 시기가 되어서 그렇단다.
어느날엔 사다리를 대고 나무마다 코코넛을 수거하는 분들이 보이기도 했는데,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매년 작업을 하는 듯 했다. 여튼 바람부는 날은 그래도 조심하시길...^^
겨울이 극성수기인 특이한 하이난.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대동해라는 곳인데, 특히 추운 곳에서 온 사람들이 대거 몰려있다. 어떻게 아냐고?
ㅋㅋㅋ 거리에 간판들 중에 가장 많은 문자는 당연히 한자. 다음으로 많은 게 러시아어다.
대동해는 러시안들이 접수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러시안들이 많다. 러시안들은 보통 고향인 동토가 온통 얼어붙어 있을 2~3개월 동안 하이난에 장기 숙소를 잡아놓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그러는데, 그 대부분이 대동해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대동해 해수욕장에 가면 참 눈이 즐겁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러시안 아가씨들의 미모는 정말^^ 10대부터 눈부신 매력을 발산하는 그들이 왜 30대가 넘어가면 그렇게 한결같이 망가지는 지는 알 수 없지만(피부가 빨리 늙고,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나는 건 아리안들의 유전적 특성이 아닐까 할 정도로 다들 비슷비슷) 대부분의 러시안 여성들은 몸매만 봐도 대략적인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
대신 몸매와 수영실력과는 무관하게 러시안 여성들은 거의 100% 비키니를 선호한다.
수영복을 입은 대부분이 러시안이기도 하지만...
반면,
중국인들은 좀더 건전한^^ 수영복을 선호하는 편이고,
가끔 대동해에서 보이는 한국인들은 거의 수영복이라기 보다는 좀 시워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모습.
한국인들은 그냥 모래사장만 좀 걷다가 비치 바에서 음료를 마시며 분위기를 즐기는 타입이 많으니까.
나도 펄렁이는 반바지로는 수영이 힘들어서 쫙 붙는 수영복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삼각은 좀 그렇고 숏컷의 박스형을 주로 사용한다.
대동해는 하이난에 있는 해수욕장 중에서는 좀 작은 편에 속하지만, 해운대보다 훨씬 큰 규모^^
끝에서 끝까지 수영을 해서 가보려 했지만, 중간 중간 동력 레포츠 장비들이 오가고, 그런 구역은 수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호각소리와 손가락질을 몇 번 받고는 이내 포기해 버렸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모두 물가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한 20미터만 나가면 정말 한 두명의 아재들 말고는 동양인은 싹 없어지고,
한 30미터에서 50미터 정도로 제법 멀리까지 나가면 젊은 서양인(대부분은 러시안이지 않을까 하는)들만 보인다.
아무래도 서양인들이 수영을 좀 하지, 동양인들 대부분은 그냥 몸에 물만 묻히는 정도로 해수욕을 즐기는데 만족하는 편.
추워서 수영을 할 수 없었던 날은 없었다. 바닷가라서 해풍이 좀 불어서 춥지 않을까 싶은 날도 물에만 들어가면 온탕^^
특히 해변가는 누가 데워놓은 것처럼 뜨근하다^^. 겨울이라서 춥지 않을까,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는 수영을 즐기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며 준비해 간 수트를 입고 입수했다가 금새 다시 나와서 벗어야 했다는... ㅋㅋㅋ
살짝 멀리나가면 좀 미지근한 물 온도의 구역도 있지만, 전혀 춥지는 않다.
그래서 수영은 매일 했냐고?
아무리 파견근무로 장기 출장을 오게 된 거지만, 하이난까지 와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수영 한판하고 출근하는 꿈을 꿨는데,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쌴아베이까지 걸어가면 40분 거리 ㅜㅜ.
휴일을 이용, 대동해에 날 잡고 딱 2번 간 게 전부다.
음... 하이난 같은 곳은 놀러와야지.. 일하러 올 데는 못된다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