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생활기_5] 먹고사니즘 해결 : 다양한 방법론

by 조운

집 떠나 살면 제일 걱정이 역시 먹는 문제.
더구나 향신료의 나라 중국에서, 1차적인 문제는 먹는 걸 해결하는 거였다.

그동안 세상 어디로 출장을 가도 보통 호텔에서 투숙하곤 했으니 조식에 대한 걱정은 별로 한 적이 없다. 아무리 입에 맞지 않는 음식들 뿐이라해도 계란후라이와 빵, 커피 없는 호텔 식당은 없으니... 정말 죽지 못해 먹는 수준은 아니었다. 더러 진수성찬이 나오는 급수 높은 호텔에도 머물 때가 있었고...
하지만 공동생활을 하는 숙소는 좀 다르다. 생활인들과 함께 나도 정상적인 출퇴근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누가 아침밥을 챙겨서 식구들을 건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가정을 포함한 모든 소규모 생활공동체 최고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는 법.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6.18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몇 가지 방법이 동원되었다.



1단계 : 숙소에서 밥 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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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는 20대의 끝을 잡고 있는 총각 둘과 함께 생활했는데, 나도 그 나이때 그랬지만 라이프 사이클이 나와는 정반대. 거의 새벽녘 잠이 들어서는 출근하기 10분 전에 눈을 뜨곤 한다.
처음엔 행님이 계신 동안만이라도 아침마다 밥을 하겠다고 했던 녀석들...
누군가 방문해서 반찬이라도 잔뜩 싸 온 뒤면 이렇게 거나하게 상이 차리지는 때도 없진 않았지만, 겨우 하루 이틀 정도 지속되었나?
주구장창 계란과 토마토가 든 덮밥^^ 근데 이게 요리도 간편하고 아침에 먹기에 전혀 부대끼지도 않긴하다. 그러나 고작 며칠 지속... 이내,

"나 먼저 나간다"
라는 말과 함께 산책삼아 낭창낭창 출근길을 서두르곤 하게 되었다. 빈속에 말이다.
그게 참...
새벽에 일어나서 부시럭 대기도 뭐하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는...
나이 제일 많은 형님이 아침에 설치는 게 오히려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굶으며 출근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2단계 : 새벽 펀탕(쌀국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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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사무실 사이엔 정말 길 밖엔 없다. 어떻게 중간에 식당이라도 있으면 거기서 해결을 할 텐데...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 길 건너편으로 5분만 가면 이런 식당이 새벽부터 문을 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명 "쌀국수집"
중국에서 아마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이 쌀국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나마 입에 잘 맞는 음식이다. 맞는 정도가 아니라 장가계나 하이난의 쌀국수는 정말 맛있다.
장가계의 묘족이 하이난으로 건너올 때 같이 가지고 온 쌀국수가 유래라는 말도 있는데, 정말 장가계에서 먹는 맛과 비슷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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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착하기도하고, 양념이나 향신료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이 집은 시가지에 뜬금없이 자리하고 있는 숨은 맛집. 보통 중국어로 쌀국수를 "미쎈(米线)"이라고 하는데, 하이난에선 특이하게 "펀탕(粉汤)"이라고 한다.
'얇은 쌀'이든, '쌀가루 탕'이든 작명 방식이 재밌다.
담백한 육수에 부드러우면서 약간 퍼진 쌀국수는 빈 속에, 술 한잔 한 후에 먹기에 그만이다.
하루는 정말 새벽에 가 본적이 있는데, 밤새 술을 마신 술꾼들도 군데군데 보였다는...
간장 베이스의 양념과 중국식 매운 고추절임을 같이 곁들이면 최고!!
하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혼자서 중국분들 속에 섞여서 아침마다 매일 쌀국수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




3단계 : 배달 주문


결국은 배달음식^^
중국은 그야말로 배달의 천국이다. 특히 하이난 싼야 같은 관광도시에선 어딜 가나 천국에서 오신 분들^^이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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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갖가지 아침 식사를 시켜 먹었다. 더러 이런 플랫한 밥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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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과 조합해서 먹는 이런 찐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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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사람 울리는 마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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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은 기름에 튀겨낸 것들...
처음 한 두번은 뭐... 근데 아침마다 입언저리와 양손에 기름칠을 해가며 꾸역꾸역 기름덩어리들 집어 넣는 게...
중국요리, 재료는 다양하지만 조리방법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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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같이 주문한 콩물(두유^^)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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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전세계 어디서나 먹는 기름들도 등장하고...
물론 죽지 않으려면 뭔들...
근데 이게 또 아침에 주로 주문배달로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출근하고 워밍업이 끝나고, 식사를 주문했다는 것까지 잊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때쯤, 천국에서 사람이 온다^^

보통 업무량의 60% 이상을 처리하는 오전 시간이 홀라당 그렇게 날아가 버리고 나면 잠시 후 점심 시간이 되어 버린다는...
결국은 방식을 바꾸자는 소리가 나오게 되었고...



4단계 : 아침은 사무실에서 과일 또는 밥해먹기


하이난 사무실 식구들이 쓰고 있는 숙소는 두 군데인데, 모두 같은 아파트 동이다.
우리쪽 말고, 다른 숙소에서 지내는 한 총각은 아침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결심한 듯, 아침을 사무실에서 해서 먹자고 제안을 했고, 거의 매일 아침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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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통해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아침에만 문을 여는 부식 장터가 있다는 걸 듣고,
출근길에 거길 들러서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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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하고 신선한 옥수수 빵 하나와 바나나 한 손, 그리고 정말 즐겨 먹는 토마토 한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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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물건 상태에 따라 망고, 용과, 자몽, 오렌지 등의 과일 중에서 한 두개를 더 구매해서 사무실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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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조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라 그냥 대충 씻어서 먹고 남는 건, 곧 들이닥칠 건장한 총각들이 싹쓸이 해 주고...^^
근데 정말 싸다. 커다란 애플망고 한 개가 500원 정도?^^ 이렇게 전체를 구매해도 펀탕 한 그릇 정도의 가격이 될까 말까다.
하이난은 과일 천국 ㅋㅋㅋ
근데 하이난 식구들은 망고를 별로 안 즐긴다는... 누구나 첨엔 망고를 미친듯이 먹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물린다나 뭐라나... 그런거 없다. 무조건 망고다. 길 가다가도 망고를 팔면 무조건 사 먹어야 한다. 망고 많이 먹는 게 남는거라는.... ㅎㅎㅎㅎㅎ



이 모든 단계를 지나, 결국 사무실에서 밥을 해 먹게 되었다.
아까 그 의지의 친구 덕에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방법같다. 아무려면 어떠랴... 시간이 지날수록 점심식사를 하는 단골 식당들이 생겨났고, 약간 부실하거나 건너 뛴 아침식사를 충분히 만회해 줄 그녀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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