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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Jul 30. 2018

[하이난 생활기_7] 싼야 커피숍 여자사람 친구

하이난 생활에서 의외의 난관에 봉착했다. 커피숍이 드물다는 것!!
습관이란 참... 언제부터 커피를 마셨다고...

몇 년 전만해도 1년에 1~2잔 마시던 커피를 절친 "J"가 만들어 주는 원두커피 맛에 점차 익숙해지자, 이제는 매일 1~2잔은 마시는 것 같다.
사무실 앞 30m 반경 안에 커피숍이 총 7개가 모여있는 환경이다보니, 
출근하면 바로 사무실에서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한 잔, 점심 먹고 아메리카노 한 잔이 거의 일상이 되었다. 
헌데 하이난와선 며칠 동안 커피를 전혀~
날이 갈수록 간절해지더라는...
그렇게 "커피 찾아 하이난 삼만리"를 시작한다.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6.27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맥당라우"의 뜨거운 아메리카노


맨 먼저 발견한 집은 맥도날드, 한자로는 ‘맥당로’ 되시겠다.
자주 가는 덮밥집 오가는 길에 있기도 한데, 정말 궁하니까 커피를 사러 맥도날드에 들어가 본다.

 

음...
커피가 있긴 있다. 거의 주문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
이 뜨거운 태양 아래, 아이스볼 가득 든 커피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정말 뜨거운 커피만 있다.^^

 

 


Zoo 카페


코니퍼호텔 1층 주카페


다음날 점심시간,
그깟 커피 따위가 뭐라고... 동생들이 신경을 써 준다.
식사를 마치고 맥도날드로 향하다가 동생이 한 군데 커피숍을 봤던 기억을 끄집어 낸다.
사무실에서 15분 정도 영빈로를 따라 걸어가니 코니퍼 호텔 1층 상가에 "주카페"가 있다.

송성가무쇼를 하는 로맨스파크에서도 본 바로 그 체인 카페.
본격적으로 카페를 표방하고 있어서 당연히 아이스커피 가능하다^^ 근데 왔다갔다 하는데 진이 다 빠진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하이난 동생들은 형님때문에 따라왔지, 그 시간에 시원한 사무실 들어가서 그냥 쉬고 싶을 뿐...

 

 


파인애플몰의 만카페


파인애플몰의 만카페


졸지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된장남 이미지가 되고 말았던 걸까?
동생들은 주말이면 형님을 모시고^^ 하이난 싼야에서 유명하거나 평소 괜찮아 보였던 커피숍으로 안내를 해 준다.
그 중에 하나가 대동해 파인애플몰의 만카페.

 

실내가 정말 넓다. 파인애플몰 정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올라가서 끝까지 가면 건물 반대편에 있다.
간단한 바이트 간식들도 수제로 만드는데, 가끔 한국인들도 들어온다. 대부분은 중국인, 러시아인들.

 

저녁이 되면 대동해로 지는 노을이 그만이라 창가쪽은 인기가 좋다.
무와 함께 갔을 때인데, 머시마 둘이 뭐 할 것도 없고... 그냥 각자 앉아서 일했다.^^
노을이 질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거의 꽉 찼던 기억이...

대동해로 가는 길에도 몇 군데 카페가 보이긴 한다. 
 


 

젊음의 거리 안쪽 골목, "소금카페"


소금카페


여긴 또 다른 주말에 진이가 데려간 소금카페.
산야강과 봉황도 사이의 시가지 안쪽 골목에 있는데, 하이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보였다.

 

이층으로 된 커피숍 전체 분위기는 애플샵 비스무리^^
심플이 디자인 컨셉인데, 역시나 아이스 아메를 주문하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이 골목 안에 다른 카페도 하나 더 있다. 마른 꽃들이 잔뜩 걸려있는 완전 다른 분위기의 카페인데, 그곳에는 주로 연인들이 많이 가더라는...

싼야에서 커피 마시기가 그렇게 어렵냐 하면, 꼭 그렇진 않다. 이곳 소금카페 골목에서 쭉 나가면 싼야강변로와의 교차로 앞에도 스타벅스가 있고, 대동해 썸머몰 안에도 스타벅스가 있으니...
스타벅스는 싫고, 사무실과 집 근방에서 걸어서 오갈 정도의 거리에 커피숍이 아쉽다는 거니까.

 




1314카페


하이난 생활도 한참 지났을 때 쯤,
동생들 중 하나가 우리 사무실 건물 13층에도 카페가 하나 있단다. 엥?
우리가 11층이니 바로 위 아냐?

당장 올라가보니, 약간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는 카페 발견.
동생들 모두 이 카페 개업할 때 돌린 쥬스를 먹었단다. 쥬스를 파는 곳이지 커피를 파는 곳인줄은 몰랐다는 핑계를... 담배말고는 어떠한 기호식품에도 관심이 없는 것들이라...

 

여튼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손님도 거의 없는 1314 카페는 이날부터 서서히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는...^^ 동생들도 이젠 커피를 제법 같이 나누게 되었고.

 

주인장 탕이옌은 유치원 다니는 아들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싱가폴 바리스타한테서 커피와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데, 여기와서 동생들 도움없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최초의 사람이 되어 준다.ㅜㅜ

 

그녀의 동업자이자 친구. 쉬루산.
더 어린 딸내미가 있는 워킹맘이다. 둘다 음... 참 성격들이 좋다. 약간 푼수끼도 좀 있는 것 같고... 여튼 좀 웃기는 친구들이다.
출근하면 거의 모닝 커피를 주문하러 올라오게 되었는데, 늘 오픈 시간이 좀 늦다. 그럼 여지없이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라는...ㅋㅋㅋ
그리고는 술 먹고 길에서 춤추는 사진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바로 누군가 폰 음악을 틀어놓고 거기 맞춰서 춤을 추는 영상... 그걸 하는 것도 찍은 것도 나에게 보여주는 것도 전혀 꺼리낌이 없는 성격들^^
그래서 금새 친해져 버렸다.

 

셋 중에서 가장 수줍음이 많은 탕이옌의 남편. 
탕이옌은 자기 남편이 눈썹이 진해서 송승헌이라고 부른다며... 음... 표정관리가 참 안되는 내 성격장애때문에 고개는 끄덕였지만... 그 이후로 다시는 그 얘길 하진 않더라^^

 

1314카페는 13층 14호 방에 있어서 그렇게 이름 붙였단다. 귀차니즘의 끝판이지^^
늘 사각의 아이스 아메를 시키니까 어느날부턴 주문을 안해도 알아서 가져다 준다
우리 사무실 인터넷에 문제가 많아서, 어쩔 땐 모닝구 커피나 점심식사 후의 휴식에다가 아예 노트북을 들고 일하러 오기도 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주말에도 딱히 오갈데가 없는 처지다 보니, 사무실이 아니라 1314를 더 자주 가게 되는데,
주말에 유일하게 오는 손님이 나 혼자인 경우도 많았다는... 어쩔땐 이렇게 위챗을 보내주기도 한다.
주말마다 뭔가 하는 일 생겼다고 오지말라는 거지^^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이런 사무실 한 가운데 있으니 손님이 있을리가 없지. 건물에 그 많은 사무실 직원들은 전부 중국분들이고 그들은 커피 거의 안마기시니까), 홀로 몇 시간째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있자면, 슬그머니 이런 걸 들고 맞은편에 앉는다.
예가체프를 워터 드립한 거라는데, 아마도 더치커피를 말하는 거겠지?
신맛이 강하다. 그리고 난 집에서 간단한 도구로 더치커피를 만들어서 먹는다고 하니 놀라하는 반응.
그렇게 커피로 시작한 대화가 애들 키우는 이야기에서 여행, 한국과 중국 등으로 쭉쭉 뻗어간... 다기에는 너무 해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서로 조금씩 아는 영어와 한자를 쓰고 번역해 가면서...^^

두 주인장이 애들 키우고 집안일도 해야하니 번갈아 출근해서 거의 따로 따로 있었는데, 둘 다 모두에게 중국어는 너무 어려우니 한글을 배우라고 했다.
한글은 하루만 공부하면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다는 말을 전혀 믿지 못하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주신 은혜로운 선물, 한글의 우수성은 빨리 습득할 수 있다는 건데... 감히 또 내 인생의 멘토를 불신하다니…

그래서 ㄱㄴㄷㄹ.... 아야어여...  문자표를 만들어서 각각의 발음만 알면 조합해서 읽고 쓰면 된다는 걸 증명해줬다. 하지만 공부는 그닥 관심이 없던 두 분 여성 사장들^^

 

그래서 내가 중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가르쳐본다는 그들^^

 

매일 한 시간씩 하기로 했다가 이틀, 일주일... 점점 힘들어지게 되긴 했지만, 
열심히 가르쳐 준 뤼산~ 고마워...
매번 배우고 카페를 나서면, 그녀의 긴 한숨소리가 배웅을 나와주곤 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이제 떠날 날도 얼마남지 않고해서 다 같이 식사라도 하자고 했더니,
이런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한다.

 

탕이옌의 사촌동생까지 동행^^

 

난 중국인들이 주로 가는 요리집이 좋았지만, 이런데라도 한 번 와보고 싶었던 거겠지.
둘 다 정이 많이 들었고, 석별의 자리에선 참 섭섭해 해 주더라는... 

 

중국어 공부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들의 한국어 실력도 전혀 늘지 않았다.^^

떠나는 전날, 그 동안 고마웠단다.
덕분에 하이난 있는 동안 커피 걱정은 완전 해결해 줬으니 내가 땡큐~~

그냥 타지에 사는 지인이 서로 생긴 게, 그게 너무 좋았다. 부산에 꼭 놀러오겠다 해놓고... 어디 그게 쉽겠냐만은...
가끔 위챗 주고 받으면서 애들 커가는 것만이라도 공유하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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