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싼야의 해산물을 실컷 맛볼 수 있다는 곳으로 동생들과 회식하기로 한 날.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갈 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는 진이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오늘 원숭이섬으로 데이투어를 갔던 손님중에 한 아주머니가 원숭이한테 물렸단다.
일행들의 다음 일정은 송성가무쇼 관람이라서 우선은 그쪽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중이라는데, 누군가 와서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급하게 챙겨서 나서는 진이와 동행을 하기로 한다. 싼야의 병원 구경도 할 겸해서...
근데 사람 인연이라는 게...
연길의 중년 중국인 부부와 서신을 교환하는 친구가 될 기회가 될 줄이야...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6.27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낮에만 두어번 와 봤던 로맨스파크가 저녁엔 또 색다른 분위기다.
밤에도 사람들은 많다. 당일 마지막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속에서 해당 일행을 찾아서, 택시를 탔다.
일행이 모두 남자분들인데, 원숭이에게 물린 분이 홍일점.
부부와 우리 둘, 이렇게 네명이서 싼야에서 제일 큰, "싼야인민병원"으로 향한다.
외관이 아주 큰 종합병원인데,
따로 엠블런스에서 바로 진입 가능한 큰 문이 있다는 것만 빼고 응급실 모습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한 가운데 간호사분들이 있는 블럭이 있는 그냥 로비처럼 보인다. 응급실하면 익히 생각되는 침상들이 하나도 없다.
응급실도 접수를 마치고, 호명을 기다려서 한쪽 벽에 나란히 붙은 각각의 진료실로 들어가서 의사를 대면한다. 원숭이한테 물린 사람은 유일했지만, 물놀이하다 긇힌 사람들, 사고로 다친 사람들이 몇몇 관광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진료를 마치자 2층으로 안내를 한다.
응급실에 없던 처치실과 병상들은 모두 위층에 있었다.
그녀가 진료하는 동안, 허락을 구하고 사진으로 담아본다. 상처가 깊지는 않은데, 야생동물과의 접촉이라서 걱정이 되는 것 같다. 간호사는 몇가지 약물 검사를 해서 사용할 약품에 대한 과민반응부터 테스트한다.
약 20분 정도의 시간을 그렇게 기다리는데, 진이는 행정업무차 자리를 뜨고,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한국인과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중국인 부부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영어로 말을 붙여봤지.
근데 어라... 영어를 제법 하신다.
실은 남자분들은 우리로 치면 철도공사에 근무하는 분들인데 연수차 하이난을 방문했다가 짬을 내서 하루 관광을 하는 중이었고, 여성분은 연수 프로그램만 빼고 관광만 동행하려고 따라온 거란다.
말하자면, 인텔리^^ 게다가 여성분은 직업이 영어 강사 ㅋㅋㅋ
뭐 대화를 좀 나눠보니, 영어 수준은 서로 비슷비슷하다. 발음과 문장이 콩글리쉬와 차이니쉬(?)들이라...
하이난으로 떠나기 전 고향 연길의 기온은 영하 15도, 하이난은 지금 30도^^ 중국은 커도 너무 크다.
간단한 처지가 끝나고 약을 받는데, 매일 한 번씩 병원에 들러서 경과를 보잔다. 해구를 거쳐 연길까지 가면서 들르는 도시마다 병원에도 가야한다는...
병원을 나설 쯤 일행들도 때마침 공연을 보고 늦은 저녁식사를 해산물로 정하고 근처로 오고 있단다.
병원 인근엔 큰 해산물 시장이 있거든.
싼야는 워낙 해산물이 흔하니까 이런 거대규모의 해산물 센터가 몇 개 있다. 그 중에서 시내 한복판에 있는 이곳이 접근성, 가격, 신선도 등 최고다.
포포인츠 쉐라톤 싼야 뒷골목 쯤인데, 입구 아치 간판을 지나 좀 들어가면 이렇게 주차장이 먼저 보인다.
주차장 입구에는 해산물을 먹고 나오는 손님들을 위한 과일가게와 챠오빙(炒冰) 가게가 좌우를 담당하고 있다. 챠오빙은 우리말로 굳이 바꾸자면, 볶음얼음?
생과일 쥬스를 차가운 철판 위에서 볶듯이 만들어 내는 샤베트인데, 이맘때 하이난의 명물이었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다만.
비행기 경납고처럼 생긴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이런 테이블들만 보인다.
맨 안쪽으로 들어가면 해산물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그 뒤로는 같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지역 아채들이 늘어선 구조.
대충 우리가 주문한 것들만 찍어 봤다.
실은 우리가 오늘 해산물로 회식을 하기로 했던 건데, 이분들은 우리가 나누는 얘길 듣고 본인들도 같은 장소로 데려가 달라했던 것.
근데 아예 한 테이블에 합석을 제안하는 게 아닌가^^
모르는 아저씨들... 모르는 언어들이 난무할텐데... 뭐 다가오는 상황에 대해서 그닥 까칠하게 대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리고 동생들이 오케이 하는 마당에 선택의 여지도 없다.
주문을 하고 값을 치르면 수많은 테이블 중에서 앉고 싶은 곳에 가서 앉으면 되는데,
실은 몇 개의 테이블이 각각의 가게라서 가게를 특정해서 앉아도 된다. 보통은 순번대로 가게에 지정이 되는 듯.
우리가 안내 받은 가게는 13배2호점^^
부부 두 분이서 운영하는데,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 바로 옆에서 해산물을 다듬고 요리를 해 준다.
그렇게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기름에다가^^
해산물을 먹는 그 수많은 방법과 담백한 요리법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새우하고 생선 정도가 쪄서 나오지 가리비도 거의 튀겨서...
신선한 해산물과 생선을 신선하지 않은 재료들로 요리해서 먹는 방식으로만 먹는 중국인들이 살짝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문화려니 하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게 해산물이니까 ㅋㅋㅋ
회사 동료들끼리의 간만의 나들이에 불쑥 끼어있는 어정쩡한 여행사 직원들이라 ^^
그래도 다른 녀석들은 술도 세고, 말도 통하지만, 난 오로지 아까 병원에서 사귄 두분과만 대화를 나눈다. 그래도 그 남편분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외로울까봐 계속 영어로 말을 걸어주셔서 지루한 줄 모르고 잘 먹었다.
심지어 2차로 맥주집에도 가게된다. 딱히 데려다주지 않으면 혼자서 숙소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수없이 따라간다.
그들이 서로에게 대하는 태도,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라도 좌중을 상대로 한 번씩 진지하게 건배사를 하는 모습들과 파안대소하는 모습들은 강한 인상을 줬다. 2차가 무르익는데, 유일한 외국인인 나더러도 건배사를 주문한다. 알아서 번역까지 해 주겠다는...
정확하게 기억하는 워딩대로는 아니지만,
"중국분들의 꽌시와 공동체 문화에 대해 많이 들었지만, 짐작만 했지 실체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오늘 눈으로 실체를 확인했고, 그게 사람사는 데서 얼마나 소중한 건지를 배웠다."
대충 느끼는 대로 말씀을 드렸다.
자국의 문화에 대한 칭찬이면서 작은 당신들 집단이 외국인에게 그런 문화를 대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모양인지, 아주 기분 좋아하며... 술을 많이 권했던 기억... 이 이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ㅜㅜ
며칠 뒤 연길에서 문자가 왔다.
그새 잘 돌아갔고, 치료도 무사히 다 받았다며, 연길에 가족들과 꼭 한 번 놀러오라는 주문이다. 문자를 보내는 출근길에 찍은 사진으로 더운 하이난 생활을 이겨내라면서^^
친절하고 사람좋은 두 분 모두 조만간 꼭 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