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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Aug 02. 2018

[하이난 생활기_10] 직접 간 싼야 식당 01 보양식

하이난에 두달이나 있었으니, 얼마나 많은 식당들을 가 봤겠냐만은...
그 중 몇 개만 간추려 볼까한다.

선정 기준은 
-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을 것. (참고로 제피에는 강하고 고수에는 약한 아주 주관적인 기준이라는...)
- 가격이 착해야 한다.
- 하이난의 지역성을 반영하고 있다면 위 기준들에서 살짝 벗어나도 허용한다.
- 하이탕베이나 야롱베이말고 오로지 싼야베이만^^
- 이미 포스팅 한 곳들은 뺀다.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6.30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팡중관 : 싼 가격으로 소불고기~


싼야 중심에서 봉황로(공항과 싼야시내를 연결하는 가로로 난 도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있다.

 

입구에 거대한 범블비가 있어서 찾기는 쉽다.

 

세계 맥주와 수제 백맥주를 주문할 수도 있는 곳.
1층은 그냥 입구고 2층에 테이블들이 있다.

  

젊은 친구들한테 핫한 곳이라는데, 딱 들어가면 분위기로 바로 알 수 있다. 
분위기는 사람마다 선호가 좀 갈릴 것 같긴한데, 우선 음악소리가 너무 크다. 가운데 무대가 있고 시간대가 되면 직원들이 디제잉을 하면서 군무와 랩을 하기도 하고, 팝음악 듀엣이 와서 공연을 하기도 하더라.
공연이 없을 땐 무대 배경 LED 화면에 위챗 등으로 손님들이 올리는 사진과 사연이 수시로 올라온다.
중국의 바 문화로 정착이 된 듯, 어딜가나 비슷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중국에선 소스의 개인화가 기본!
여기서도 주문을 하고 맨 먼저 자기만의 소스를 제조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불고기 자체가 우리나라 음식이고 팡중관은 불고기를 현지화해서 성공한 곳이랄까? 
덕분에 하이난 한 가운데서 고추장을 맛볼 수 있다. 신기방기^^

 

약간 초고추장에 가깝지만 이게 어딘가^^
여기에 와사비와 간장까지...

 

직원들 복장은 마린 느낌이 나는 문양인데, 등에 마오가... ㅋㅋㅋ

 

한때 우리나라에도 유행했던 독특한 석쇠~
잘 저은 계란물을 천천히 데워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고 저 정도 양은 첫 주문시 서비스로 제공된다.

 

쇠고기를 대패살로^^. 우리나라와 달리 모든 고기들에 살짝 간장 베이스의 밑 간이 되어 나온다.

 

몇 가지 종류를 시켰는데, 주의할 점은 생각보다 1인분이 아주 많다는 것.
두 명이서 세 종류의 소고기 메뉴와 맥주가 결합한 세트메뉴를 시켰는데, 인당 제공되는 트로피컬 쥬스(쥬스도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는 입도 못댔고, 세트로 같이 주문한 맥주도 한 병씩만 먹고 남겨야 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주머니 사정은 별로지만 고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ㅋㅋㅋ
고기 맛은... 소고긴데 당근 죽이지 뭐~

 

시끄러운 음악이 멈추더니 외부에서 온 공연팀이 무대를 장식한다.
 
 

더러 팝송을, 더러 중국 최신가요를 부르는데, 흑인이 유창하게 중국어로 노래를 하는 모습도 신기하다.

 

이건 이집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핸드폰 충전기인데, 위챗 등으로 온라인 결제를 하고 완충된 배터리를 빼서 각자의 테이블로 가져가서 충전하는... 우리에겐 신개념이지만, 중국에선 이미 대중화된 듯 하다.



 
 

이국식당 : 본격 하이난식 보양 요리


싼야의 중심부 상업지구에 위치하고 있는데, 싼야시내를 관통하는 싼야강에서 해안쪽으로 다리를 건너서 골목안쪽에 있다. 다리를 건너면 거대한 쇼핑몰이 있어서 랜드마크가 되어 준다.
지난번에 소개한 소금카페 근방. 

 

근데 이름이 특이하다. 사장님이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건지^^

 

골목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거기서 다시 좁은 골목안으로 들어가야 있는 이국식당.
그래도 사람들이 많다. 
오래된 싼야의 맛집이라는데, 이렇게 찾지 힘든 곳에 있는 이유는?
개업 이래 이 자리를 쭉 지키고 있단다. 다만 첨엔 길가에 있었는데 싼야가 발전하면서 길도 좀 바뀌고 어쩌다가 구석진 곳으로 바뀌더라는...^^ 그래도 사장님은 대로변으로 옮길 생각은 없으시단다. 이미 단골도 많고 관광객들은 못 오더라도 현지 주민들만 알아주면 된다네~

 

중국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고 가야할 문제 중에 하나로 보인다. 작은 예긴 하지만, 모든 식당에서 개인용 식기들은 세트로 포장이 되어 테이블에 올려지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한 지 이렇게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뜨거운 물에 한 번 더 소독을 해서 놓아준다.
중국분들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객의 입장에선 구성원들 간의 신뢰가 많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로 보인다는...

 

동생들이 뭘 주문했는지도 모른다. 
이날 오전엔 열대천당에서 시원한 풍광을 즐기고, 오후엔 주강남점 온천에서 때빼고 광내며 돌아다녔더니, 출출하고 노곤하기 그지없어서 돌이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이집은 땀 많이 나는 더운 하이난 사람들의 보양식 집으로 유명하다니 기대된다.
우선 매운 고추와 마늘을 대충 부신 양념장(하이난식 개인 양념)을 간장 종지에 조금 담아 놓으란다.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
기름에 볶은 저 나물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건데, 굵고 단단한 줄기는 마치 꼬들빼기 밑둥 같은 느낌인데, 단면이 둥글지가 않고 무슨 별 모양이다. ^^
딱딱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즙이 좀 있는... 괜찮았다.

 

계란을 이런식으로 부쳐 준다. 그냥 계란후라이 맛~

 

돼지 갈비다. 마늘을 잔뜩 넣어서 비리지도 않고, 약간 장조림 맛이 나는...

 

자, 여기까지는 좋다. 메인 요리를 찍어 먹는 양념장까지는 말이다.

 

원창지


그 메인디쉬가 도착하고는 기겁을... ㅋㅋㅋ
난 조류를 좀 무서워하는 편. 평소 닭도 그렇게 즐기지 않고...
근데 왜 굳이 이렇게 닭머리까지 완전체로 테이블에 올려야만 하는 건지...
동생들은 너무 당연한 듯, 
"머리가 없으면 한마리가 아니잖아요?"
이런 소리나 하고...
이것도 신뢰의 문제인가? 여튼 잘 먹다가 메인이 등장한 이후로는 거의 입맛을 잃고 말았다. 주관적인 취향이니 이런 거에 아무런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은 도전해 보길...
하이난의 4대 요리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원창지'. 중국에서 요리명에 "지"가 들어가면 닭이라 보면 된다. 즉, 원창지방에서 나는 닭으로 만든 요리라는 뜻. 닭찜인데 건더기만 올라온다고 보면 될 듯.
광동 남쪽에선 최고로 치는 보양음식이라는데... 맛은 어땠는지도 소개하고 싶지만, 차마 젓가락이 가질 않아서...
 
 

혹시 나처럼 닭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굳이 이국식당에서 원창지를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 이국식당으로 들어가는 골목에는 마라탕, 한국식당 등 다양한 식당들이 모여있으니...



 
 

허이강

봉황로와 영빈로가 교차하는 지점 근방, 코니퍼 호텔(최근에 생긴 싼야베이 코니퍼 말고) 근처에 있는 양꼬치집이다.
허이강. 이름부터가 대륙스케일^^
강이 말통을 의미한다니... 술한말을 마신다?

 

중국에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양꼬치가 인기 최고 인듯.
외식하면 훠궈나 양꼬치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거의 가족단위의 현지인들이다.

 

술한말도 거뜬 할 것 같은 배포 큰 사장님... 무료 와이파이도 빠방하다. 아예 나무로 새겨서...^^

 

근데 이집 흔히 양꼬치 집에서 볼 수 있는 화로가 없다. 일반 식당과 같은 테이블만 있다.
그리고는 주문한 꼬치가 모두 구워져서 나온다. 
난 대찬성. 어떤 분들은 양꼬치를 직접 구워먹는 게 맛이라 할 지 모르지만, 귀차니즘이 살짝 작동하는 법. 여기서는 아예 요리가 다 되어서 나오고, 다 먹어갈 쯤 다음 메뉴가 채워져서 귀찮지도 않고 쭉 식지 않은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오로지 술 마시는데만 집중하라는? ㅋㅋㅋ
허이강이니까... 

 

청어구이와 가지구이

덕분에 다른 양꼬치 집에서 찾기 힘든 메뉴들도 있다.
청어구이나 가지구이, 떡도 구워준다.
근데 무슨 술들을 이렇게나 마시는지, 보통 테이블마다 옆에 맥주가 궤짝으로 놓여있다.^^
허이강이니까...

 

재밌는 꼬치도 있다. 탕으로 된 건데, 진짜 옛날 술독(이게 '강'이지 않을까?) 같은 단지에 버글버글 끓고 있는 상태로 테이블에 올려진다.

 

주로 소 내장과 수지... 거기에 당면을 둘둘 말아서 넣어 놓았다.
전체 메뉴의 제일 마지막에 나와서 배가 부른 상태로 맛을 봤지만, 오늘 맛 본 모든 것보다 최고의 맛!!
도대체 국물에 뭘 넣은 건지... 속이 시원한 느낌까지 그만이다.
주로 마지막 메뉴로 주문을 하는 것 같고, 허이강을 유명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 듯...

 

중국분들은 술을 많이 먹지만 안주나 음식도 많이 곁들인다. 정말 대식가들~
꼬치가 탕으로 나온 국물이 마지막 입가심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주식(탄수화물)이 없다나 뭐라나... 결국 동북식 동치미 냉면을 한 그릇씩 더 먹고 가게를 나선다.^^

 



 

쭈두빠오샨지 : 황제의 명으로 탄생한 궁중 보양식


어쩌다 보니 쭉 고기고기...^^

 

싼야는 아주 화려한 곳이다. 
리조트들이 모여있는 쌴야베이 라인은 말한 것도 없고 안쪽 블럭까지도 다양한 요리집, 카페, 바 들이 즐비해서 밤낮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헌데 여기도 사람사는 곳. 당연히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
싼야베이에서 영빈로가 시작되는 지점을 따라 내륙 방향으로 쭉 오는 동안 화려한 대로 말고 그 안쪽 골목은 현지인들의 주거촌이 있는 복잡한 골목이다. 
내가 하이난에 있는 동안, 대로 가의 집들은 개발붐을 타고 수 킬로미터에 걸쳐서 모두 헐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안쪽의 생활촌락을 대로에서도 볼 수 있긴 했다.
그 촌락 어귀 귀퉁이에 있는 야외 식당으로 갔다.
식당 이름은 사장님 성함이 아닐까 싶은데... "신삼화"^^

 

개인 양념 소스 제조는 이제 뭐...
매운 고추와 마늘, 들깨소스 등과 라임(필리핀에서 깔라만시라 부르는 바로 그거)을 살짝 곁들인다. 물론 싫어라 하는 고수(샹차이)는 본체 만체 해 주고^^

 

문제는 이 두 놈을 구분하는 건데...
하나는 간장, 하나는 식초다. 글자를 못 읽으니...
우리나라에선 글자를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식초는 맑고, 간장은 새까마니까 구분이 쉽다. 근데 중국에선 식초색이 간장색^^
까막눈에 가까운 사람들 숨넘어간다.
초가 너무 강해서 간장만 넣고 싶은데... 병에 마지막 글자에서 술 주에 들어가는 부수자 '酉(닭 유)'가 있으면 주로 식초를 의미하고, '油 (기름 유)'가 있으면 간장이다.
식초는 삭힌 거, 간장은 추출한 거! 한자의 유래로만 보자면 대략 이런 뜻이 숨어 있는 건데... 술하고 비슷한 게 식초라고 쉽게 외우자.
그래도 막상 병을 마주하면 또 헷갈린다는... ㅋㅋㅋ

 

개인 양념을 다 만들고 기다리자 큰 솥 째로 뭔가가 왔다.

 

누가봐도 보양, 보양... 이라 적혀있는 내용물을 신나게 한 번 끓이고 불을 끈다.

 

근데 이게 뭐지? 
쭈두빠오샨지(猪肚包山鸡)라는데 대충 해석하자면, 돼지 위장에 산닭을 넣은 요리? 
맞단다. 그 속에 삼을 비롯해서 갖가지 보양재료들을 같이 넣어서 고아낸단다.

청나라 건륭황제가 임신한 후궁이 허약해서 시름시름 앓아눕자, 태의를 시켜 살려내라고 명을 내렸다.
사실 그때는 명을 받은 태의(황제의 주치의, 왕의 주치의는 어의)가 사람을 살리면 보상이 오지만, 환자가 죽기라도 하면 자기 목숨도 내 놓아야 할 시기였으니... 태의들은 급히 어선(수라상궁)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했을 터.
그 회의의 결과로 탄생한 게 이 음식이란다. 지금까지 보양식의 대명사로 내려오는 걸 보면 그 후궁은 살아났고 황자도 생산을 무사히 했겠지^^

여튼 삼계탕의 업글 버전 쯤 되는 것 같다.
미리 한 번 요리한 걸 썰어서 다시 육수와 함께 내 준다.

 

지난 번 원창지 사태^^ 이후 보양식에 대한 조심성이 커진 나는, 소심하게 하나하나 모양을 살피면서 앞접시에 담는다. 
어쩔땐 닭고기가 어쩔땐 돼지 위장이 건져지는 참...^^
그러나 결국 또 한 번 못 볼 걸...
젓가락으로 휘 저었는데, 닭발이... 그것도 네일아트샵에 가도 될 정도로 발톱 관리 상태가 그대로 다 보이는...
조류 공포가 있는 사람들이 아마 부리보다 더 무서워하는 게 발가락일텐데...

다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는...

  

동생들이 합심해서 철없어 보이는 행님을 위해 발 두 짝 모두 수거에 성공을 하고^^
이미 고기들은 동이 나고 없는 국물에 이것저것 샤브샤브를 해서 먹는 2단계 부터는 다시 식사에 결합할 수 있었다.
지금 들어간 건 유부. 중국에선 두부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데, 눌러서 물기를 뺀 두부(건두부)를 기름에 튀긴 걸 다시 육수에 넣어서 우려 먹는다.

 

건두부도 종류가 다양하다.
거기에 목이버섯(중국요리 중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라 하는)을 다량 투입하고

 

마지막엔 주식(탄수화물) ㅋㅋㅋ.
이제 얼추 중국인들의 식사 메뉴얼을 눈치챘다는...


오늘은 무조건 고기고기만 모아봤다.
더러 식성에 안맞는 음식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떠나 오고 나니까 모든 것들이 그저 그립기만 한... 
그래도 외국 나가서 용기를 내어 현지 음식에 도전해보는 건, 무조건 추천^^
그게 다 추억이 된다. 이건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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