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싼야 식당 시리즈에 이어...
이번엔 하이난에 있지만 글로벌한 입맛에 맞는 타 지역의 음식들을 살펴보려 한다.
대중적으로 인정 받은 교자만두집
이상하게 하이난에 많은 호남성 요리집들,
그리고 중국 동북의 학교앞 분식가게 최고 인기 메뉴 구운냉면?까지...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7.1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축가교자관
한국 단체 패키지 여행에서 꼭 들른다는 곳이다.
그만큼 거부감이 별로 없는 맛을 내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홀이 아주 넓다는 뜻^^
한국인들이 많이 가지만 시내 중심가에선 약간 떨어진 곳이다. 뭐 패키지 손님들은 모두 버스로 이곳에 오니까...
축씨 성을 가진 아저씨가 운영하는 만두집인데, 만두 말고도 다양한 요리들이 있다.
입구 카운터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길게 테이블들이 놓여있는데, 요리는 입구쪽 복도에서 하는 특이한 집이다.
아마 아무도 시키지 않을 것 같은... 옥수수를 푹 익힌 일종의 죽이다.
맛? 무맛이다^^. 우리 또래 정도의 중국인들이 소년기를 보내면서 한끼를 떼워주던 추억의 음식이라는데, 도무지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다. 향과 맛이 강한 다른 요리들에 물릴 때마다 한 숟가락씩 떠 넣으면 혀가 포맷이 된달까? 나쁘지는 않다.
같이 간 중국분들 만두는 아예 주문도 안해준다.^^ 그래도 교자로 유명한 집인데...
늘 한국사람들이 시키는 거 말고 독특한 것들 맛보여 준다는...
온통 돼지고기~~. 살코기부터 간, 돼지피까지 ㅜㅜ
살코기는 대부분 입맛에 맞지만, 내장 특히 간은 비린 편이다. 죽이나 꽃빵(빠오즈)면 한 끼 식사로는 충분하니 장조림 맛이 나는 조림을 하나 시켜서 곁들여 먹으면 될 듯.
아니다. 그냥 교자만으로 충분할 듯^^
랴오창샤
가끔은 본사에서 간부들이 방문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반드시 괜찮은 레스토랑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랴오챵샤. '옛날 장사'(호남성의 성도)가 간판 명이다 ㅋㅋㅋ
"호남인이 손님을 접대하는 법도"라는 자부심 가득한 네온이 걸린 2층 전체가 식당이다.
2층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벽장식 사진. 예전 장사의 어느 길을 창밖 풍경처럼 꾸며놓았다.
전체적으로 벽면은 청나라 말기 양식처럼 흑벽돌을 축조한 건물 모습으로 인테리어를 한...
손님이 많다. 기다리는 동안 살펴보니 홀 인테리어하며 식당 분위기에 손님들까지, 딱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호남 요리로 재창조한 패밀리레스토랑.
실제 과거 장사의 모습인지는 몰라도, 전반적으로 고급스럽다.
호남 요리의 특성은 매콥하고 좀 짜고, 향이 강하다는데... 이건 그냥 중국요리의 대체적인 특성 아닌가?^^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하이난 음식이 간이 약하고 담백하면서 찐 요리들이 많다 들었지만, 늘 가는 식당은 그냥 짜고 맵고...
매운걸 대표하는 사천요리를 빼고는 지역색을 구분해 내기가 어려웠다.
주로 붉은 색보다는 간장 베이스 색상이 많은 요리들이 나왔던 것 같다. 그렇다고 안 맵냐면 그건 또 아니지만...
늘 그렇지만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요리들을 주문했는데, 그 중에서 두부와 소고기를 조린 요리, 그리고 생선찜이 인상에 남을 정도로 맛있다.
생선찜은 다른 호남요리 전문점에서 맛 봤는데, 많은 향신료를 넣고 전골에 가깝게 만들어 내는 게 호남요리의 전형성인 듯... 어디나 그렇게 나온다.
호남 출신들에게 호남요리는 뭐가 있냐 물어보면 거의 이 생선찜을 얘기한다. 한 가운데를 갈라서 매운 붉은 고추와 노란 고추를 잘게 썰어서 마치 이불 덮듯 한쪽씩 덮어 놓은...^^
국물이 흥건한 건 일관성이 있다.
호텔식 호남요리 : 주소우땅쟈
영빈로와 봉황로의 교차로 근방이다. 사무실에서 가깝다.
호텔 내에 있는 식당이다 보니 자주 갈 수는 없었고, 딱 2번 갔다.
한번은 내가 하이난 첨 왔을 때 동생들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근데 정신이 없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두 번째 가서야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곳 같다는 느낌^^)
두번째는 차이나스토리 대표님이 위로차 방문하셨을 때 쏜 곳^^
주(부엌) 수(형수) 당가(도맡아 처리하다)
무슨 주성치나 홍금보가 나올 법한 영화 제목 같은데, 참 재밌는 말이다.
형수(혹은 여성)가 부엌 일을 도맡고 있다는...
그러고보니 홀에서 서빙하는 분들을 포함 전부 여성들만 있다.^^ 십여 명의 요리사들도 전부 여성들이라는...
형수가 해주는 밥이 참 맛있지^^. 약간 불편한 사이지만 지켜야 할 건 지키니, 긴장감이 있는 요리 되시겠다. 동양사회에서의 고정관념이긴 하지만 "주수당가"가 주는 뉘앙스는 확실하게 감 잡힐 수 밖에 없다.
거꾸로 시동생이 해주는 밥은 맛이 있을 수가 없다. 일찌감치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기를 포기한... ㅋㅋㅋ
부엌은 누님들이 도맡지만...
홀은 장군님이 지켜주고 있다는 거~ ㅋㅋㅋ
여기 음식 주문 방식은 독특하다. 마치 뷔페처럼 요리들이 쫙 펼쳐져 있는데, 맘에 드는 음식 뒤에 붙은 죽간을 먹을 개수만큼 집어서 카운터에서 결재를 하고 테이블에 있는 죽간 통에 놓아두면 된다.
멋도 모르고 뷔페인 줄 알고 접시 찾으면 서로 난감하다. 내가 그랬다 ㅋㅋㅋ
홀은 꽤 넓다. 내장재가 다 보이는 방식의 천장에선 테이블마다 홍등이 하나씩 내려와서 비춘다.
여기도 패밀리 레스토랑적 느낌적 느낌...^^
여기 식기들 소독쇼^^는 찜기에서 갓 꺼낸 대나무 통을 들고와서 데일 것 같은 그릇들을 꺼내서 올려놓는 방식. ㅋㅋ
주문한 요리를 올려놓고는 해당하는 죽간은 가져간다.
같이 나온 우유곽은 요구르트^^. 왠 요구르트인가 싶은데 식사 중간 중간 입맛도 돋궈주고, 새로운 요리가 왔을 때 입속의 잡내도 싹 지워준다.
이거 괜찮다 ㅋㅋㅋ
지난 포스팅에서 호남요리는 간장에 주로 조리한다고 했었는데, 역시나...
대신 칼칼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매콤한 고추기름 소스가 따로 나온다.
근데 하필 맨 먼저 나온 요리가 닭... 그나마 잘 다듬어지긴 했지만, 닭발도 포함되어 있다 헉!!
하지만 컬러플라워를 조리한 건 전혀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는... 호남은 간장이다.^^
그리고 국물이 흥건한 생선찜.
어디나 이게 빠지면 호남요리집이 아니라는 듯... ㅋㅋㅋ
사람마다 한 마리씩 돌아가는 숫자는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왔다고... 닭도 잘 못먹는 촌놈이라며 한마리 떡하니 접시에 담아준다. 랴오창샤 때와는 달리 바다 생선이다. 게르치 아니면 볼락 류 같은...
맛있다. 생선은 언제 어디서나 땡큐~~^^
랴오창샤하고 거진 비슷한 느낌과 맛이다.
중국에 오래살면 대충 지역마다 요리들이 주는 차이점을 익힐 수도 있겠다 싶은...
참 이색적인 음식도 있다.
갈색의 빵은 쌀이나 밀이 아닌 다른 재료로 만든 것 같은데, 마치 컵 모양처럼 보인다. 그 홈에 속을 채워서 먹는데, 소스는 춘장 맛이 나지만 고사리 같은 나물류를 잘게 썰어 놓은 것. 중국요리 같지 않게 담백하고 맛있다.
동북식 구운냉면 : 카오렁미엔
누구에게나 학교 앞 매점이나 길거리 음식을 즐기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더러 불량식품인 적도 있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우연히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 발견하는 그 시절 음식들은 그대로 노스텔직한 기분에 젖게 만들기도 한다.
쫄면, 떡볶이, 호떡, 왕만두, 빠빠오, 깐돌이, 아이스차...
어디 우리만 그럴까? 중국인들도 어린 시절 추억의 맛은 당연히 있을 터.
"카오렁미엔"을 먹으러 간 날은 동생들의 추억 속으로 강제 소환 당해야만 했다. ㅋㅋㅋ
우리 숙소 근방의 야채, 생선 도매시장.
밤이 되자 시장은 문을 닫고 대신 주차장을 둘러싼 가게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들른 곳.
카오렁미엔(烤冷面, 고냉면)집.
부부 두 분이 주방에서 분주한 2평 남짓의 좁은 가게안은 정말 우리들 어린 시절의 떡볶이집과 흡사하다. 꼬치류가 대부분이고, 감자나 튀김도 있다.
사장님은 한손으로 계란을 부치며, 한 손으로는 감자에 양념을 뿌리는... 달인이다.
초삐리들에게도 부담없을 듯한 가격들 ㅋㅋㅋ
주방 옆에 있는 냉장고다.
한쪽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갈색은 전부 오리의 특정 부위들 ㅜㅜ
목, 혀, 내장, 갈비... 심지어 오리 머리도 있다. 익히 오리머리 요리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실제할 줄이야...
먹기 좋게 두개골은 약간 빠개놓았다는... ㅜㅜ
불량식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엔 불량스럽다.
이게 바로 카오렁미엔이다.
기름을 얼마나 발랐는지, 고기처럼 보이지만 쫀득한 탄수화물 면이라는 거.
불에 구워서 차게 해서 내 온다. 그러니 구운냉면이라 불리는...
주문한 카오렁미엔이 익을 동안 옆집으로 간다.
이집은 생과일 챠오빙(炒冰)집.
우리가 보기에 중국음식은 전부 강한 불 위에서 요리하는 것 같은데도 한자를 세분화해서 사용한다. 챠 오(炒)는 볶음이다.
오늘 먹는 냉면은 구운 거고, 생과일 쥬스는 볶은 거 ㅋㅋㅋ
주문한 수박을 갈아서는 철판위에 그대로 투하, 동시에 벌써 살얼음이 낀다.
꾸덕꾸덕해지는 쥬스를 철주걱으로 정말 볶듯이 뒤집다보면 어느새,
샤베트가 되어 버린다.
헉!
철판위에서는 과일쥬스가 볶아져가고, 한손으로는 믹서 버튼을 누르면서 어깨로 배달 주문도 받고...
여기 주인장들 전부 달인이구나 ~~
순식간에 주문한 두 가지 과일 챠오빙을 담아서 들고 다시 돌아오자,
카오렁미엔도 완성.
치킨에 감자까지 완벽하게 동생들의 어린 시절로 들어와 버렸다.
그래 이럴때는 모르는 척 동참해 주는 거지...
물론 그때와 가장 큰 차이는 칭다오맥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거.
실은 학창 시절 제일 불량한 음식은 술이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카오렁미엔 맛이 좋다. 직화로 구워내는 게 몸에는 얼마나 좋을 진 모르지만, 배고픈 중고등학생들이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을 바로 그런 맛이다.
중국오면, 싸고 불량한^^ 이런 맛 한 번쯤 즐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