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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Aug 07. 2018

[하이난 생활기_15] 싼야의 화려한 밤, Bar 문화

사람 사는데 제일 중요한 건 의식주(衣食住).
여행갈 때 의식주 만큼이나 중요한 건 의식 ㅋㅋㅋ

사람이 어디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여흥도 즐기고 그래야 하는 법. 하물며 여행까지 와서 사서삼경 끼고 있을 것도 아니고...
싼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일행들과 술 한 잔 걸칠 수 있으면서, 일부 식사도 되는, 해가 지면 운영하는 괜찮은 곳들 골라본다. 
하이난에선 이런 곳들을 통칭해서 바(Bar)라고 부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약간의 늬앙스 차이가 있다. 음... 훨씬 건전하달까?^^
순서는 이용 가능 연령대별로... 그렇다고 19금은 없지만.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7.8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대동해의 유명 스포츠 Bar, 돌핀(Dolphin) 스포츠 바 & 레스토

맨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돌핀Bar.

 

위치는 대동해 파인애플 몰과 섬머몰 사이인데, 대동해광장에서 큰 길 건너편에 바로 보인다.
마침 외벽 공사중이라 입구는 좀 엉성하다.
재밌게도 최고 극성수기인 12월에 갔는데, 여기 사람들 그런 거 별로 고려하지 않고 외벽공사를 한단다.
외벽공사라고 해서 리모델링 수준도 있지만, 대부분은 페인트칠을 다시 한다거나 하는 정도인데, 어차피 관광도시라면, 좀 성수기를 피해서 하면 좋을텐데, 건물 주인이나 일하는 사람이나 더울 때 공사하는 게 싫단다.^^ 겨울도 따뜻해서 찾는 북방 사람들이 최대 인구를 세 배로 늘려버리는 시기에 굳이 공사를 하는 이유 되시겠다 ㅋㅋㅋ

 

대동해는 특히 러시안들이 많이 찾는다. 숙소도 그렇고, 길에 식당이나 왠만한 술집들도 간판이 아예 러시아어로 된 게 많다. 다른 나라 사람들 일잔 할 거, 추운데서 온 그들은 석 잔씩 잡술테니, 
장사하는 입장에선 손님은 왕, 러시안은 황제가 아닐까^^

 

스포츠 바를 표방하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내부에 포켓볼 당구대나 다트판 등이 이용하기 쉽게 배치되어 있다.
바텐더가 있는 곳을 포함, 테이블은 전부 높다. 그래서 테이블 높이에 맞춘 스툴이 좀 불편한 게 흠이다. 

 

이 집의 특제 요리는 햄버거.
햄버거 주제에 왠만한 파인애플몰 내의 식당 1인분 요리값에 해당하는 살짝 비싼 음식이지만, 충분히 한 끼 식사가 되고도 남는 양이 나오긴 한다.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치즈햄버거가 인기가 좋다고... 두 가지 메뉴를 주문했는데, 다 맛있었다.
여러 명이 오면 종류별로 시켜보면 좋을 듯...
Bar이지만, 식사하는 손님들이 많다. 러시안 꼬마까지 있는 가족들도 보이고, 내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돌핀 바로 옆집, 영(Young) 스포츠 바

돌핀 바 옆의 옆집 쯤 된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돌핀보다는 좀더 영(Young)한 친구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집도 테이블이 높다. ㅠㅠ

 

마치 같은 사장이 컨셉만 달리해서 운영하는 듯 돌핀과 내부 구조도 상당히 유사하다. 안쪽 공간과 당구대 대신 무대와 무대 배경이 되는 대형 스크린이 대신하고 있다.

 

이 집은 두 번을 가봤는데, 한 번은 실내에서, 한 번은 입구 야외 테이블에서...
둘 다 괜찮다. 빵빵한 에어컨이 좋으면 안에서, 선선한 대동해의 밤공기가 좋으면 밖에서 즐기면 된다.
다만 공연에 집중하고 싶으면 실내가 좋다.

 

시간이 되자, 밴드들이 악기를 매고 들어오는데, 모두 서양인.
무대 세팅이 다 되어갈 때쯤, 아까부터 우리 테이블 바로 옆에서 혼자 파스타를 먹던 아가씨가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마이크를 잡는다. 보컬이었군^^

 

음향문제인지 몰라도, 보컬이 그렇게 뛰어난 느낌은 아니었지만, 너스레가 좋았다. 
손님 중에 미국 버지니아에서 왔다는 남자가 있었는데, 능숙하게 교감하는 게 여유가 넘쳤다.
연주 실력은 초심자가 듣기에도 괜찮았다.

 

공연 중에 일어나서 춤 사위를 발산하던 이분들은 영어를 쓰던데 국적은 모르겠다.
공연이 끝나도 흥은 가라앉지 않고...

두번째 들렀을 때는 주말이었던 것 같다. 
주말이면 아예 바 전체가 나이트클럽으로 바뀌는 듯, 테이블 사이로 지나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모든 손님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는데, 아이돌 빰치는 춤꾼들도 한 두명 있었다. 영화에서 보는 그런 가정집 파티 같은 분위기? ㅋㅋㅋ
동생들이나 나나 몸치들... 그 이전에 어찌 총각들이 수줍음들이 많은 지, 애초에 바깥에 자리를 잡고서 눈으로만 즐길 뿐 실내로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는...^^
이 근방에서 주말마다 이 집에서 파티를 한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입추의 여지없이 모여들더니, 나중에는 바깥에 있는 우리 테이블까지 클럽의 스테이지로 변하고 말았다. 
젊은 청춘 남녀, 특히 서양의 young한 친구들이 발산하는 끼와 호르몬으로 흥건했던 기억이...^^ 




 

호도리(후타오리)

본격적인 바,
그런 바 이름치고는 참... 건전하다. 

 

산야강이 바다와 만나기 직전에 있는 천혜의 선착장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덕분에 호도리 바 앞은 요트와 파워보트들이 즐비한 계류장. 
바를 들르지 않더라도 일부러 야경을 즐기러 찾고 싶을 정도로 이색적이고 아름답다.

 

실은 우리가 호도리Bar에 들른 날은 광군절. 11월 11일. 우리나라는 빼빼로데이...^^

중국에서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날인데, 온라인 거대 쇼핑몰에서 대대적인 할인을 하는 날로 출발했다. 
숫자 1111... 솔로들을 위해 굉장한 할인을 해 줄테니 너무 슬퍼하거나 외로워하지 말라는 의미로 24시간 할인 행사를 하는 날을 잡았던 이벤트데이. 근데 지금은 중국에서 뿐만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날을 기다린다. 거의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전세계의 유저들이 몰려들어서 쇼핑을 하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여튼 호도리바는 이날 솔로들을 위한 이벤트를 빠방하게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에서 저녁에 손님을 끌려면 레스토랑이건 바건 무대가 있고, 공연팀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 오늘은 광군절 특집 프로그램으로 주구장창 공연이 이어진다.

 

광군절을 즐기려는 손님들이 미어터지면서 빈테이블도 없다. 
머시마들 4명에 협력업체에서 늘 도움을 주고 있는 아가씨(이름은 탕웨이, 하지만 유명한 배우와 성부터 이름까지 모두 다른 글자를 쓰고 성조도 달랐다는...^^) 한 명이었던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바벤더 앞 높은 스툴에 앉아야했다.

 

우리가 주문한 버드와이저...
자리가 생기면 테이블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으나, 끝까지 자리가 생기지는 않았다.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무대에서, 그리고 서빙을 돕던 직원들도 풍성을 던져댄다.
얼떨결에 잡은 풍선.
모두들 하나씩 잡고는 터트리는데, 안에 추첨권 번호가 있다.

 

전체 이벤트 진행도 겸했던 공연팀 남자 보컬이 추첨번호를 호명할 때마다 환성이...
우린 전부 꽝.... 이었나 싶었는데, 내가 들고 있던 번호가 호명이 된다.

 

번호를 들고 입구에 있는 추첨 코너로 달려가는 아가씨^^
정말 번개같이 움직이는데...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해석을 해 주는 동생 말을 듣고 급하게 뒤따라 가 본다.

 

추첨번호가 맞는지 확인을 하고 빨간 통에서 상품이 쭉 적혀있는 표를 하나 꺼내서 펼치더니, 좀 전까지 막 흥분했던 탕웨이의 동작이 다소 느려진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

  

그녀의 운은 거기까지^^
그녀가 뽑은 건... 그러니까 거의 꽝^^.
"단신광증" 진정한 솔로임을 증명하는 증명서^^
재밌는 건, 중국정부에서 공식 발급하는 신분증과 동일한 재질, 동일한 사이즈로 만들었다는 것. 
슬퍼하는 탕웨이는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졸라보지만... ㅋㅋㅋ

 

다시 바로 들어오니, 여기 분위기도 장난이 아니다. 
정말 솔로들만 왔나보다. 남자끼리 앉은 테이블과 여자들끼리만 온 테이블들 간에 호시탐탐 뭔가를 도모하는 듯한 눈빛들의 집중과 이동이 이렇게나 노골적일 줄이야...^^
공연하는 동안 뒷 배경으로 올라오는 위챗 문자들은 사랑을 갈구하는 젊은 청춘들의 호소들로 가득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이들의 간절한 "애인구함" 호소로 실내 공기마저 질척하게 만들었던 호도리바의 추억 ㅋㅋㅋ

어딜가나 청춘들에게 인생 최대의 고민은 연애구나~

 

그렇게 수 시간을 앉아, 온몸에 목욕을 한 듯 끈적한 호르몬으로 흥건해지고서야 나왔다. 
이미 광군절은 끝나고 자정을 넘긴 시각이지만, 싼야강을 끼고 걸으면서 이 밤을 아껴쓰고 있는^^ 수많은 젊은 청춘들이 가득하다. 안팎으로 호르몬이 떠도는 밤을 지나, 한참 떨어진 식당으로 들어간다.

 

중국에선 마지막 술 차수 다음 코스로 반드시 국수나 탕을 먹어야 한단다^^
24시간 운영한다는 이 유명한 야식 식당은,
 
 

자리에 앉아서 받은 카드로 주문을 하고 나갈 때 카드 내용만큼 결제를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이난의 쌀국수는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특히 술한잔하고 먹는 따끈한 쌀국수(펀탕)는 그만이다.
워낙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이것저것 시켜서 나눠먹는 맛도 좋다.
시금치 면인데, 괜찮다.




 

KTV

노래라 하면, 어디가도 우리 민족이 뒤지질 않지만, 이곳 사람들도 장난이 아니다.^^
"KTV"라 적힌 곳은 전부 "노래방"이다. 우리나라에만 없지, 전세계에 다 있다고... 
웃기게도 노래방 혹은 가라오케의 진원지는 일본이었지만, 결국 세계에 퍼진 KTV는 우리나라의 문화라는 거~ 확실한 지는 모르지만, KTV의 'K'가 가라오케가 아니라 'Korea'란다. 
이걸 자랑스럽다 해야할 지...^^

 

우리야 전자오락실 한 구석에도 있을 정도로 세대를 막론하는 대중적인 문화가 노래방이지만, 해외에서는 좀 높은 가격대의 여흥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너무 화려하다~

 

2층에 지하까지 총 세 개 층에 룸들이 가득.
룸 하나의 규모도 과하게 크다. 대륙이라 그렇겠지 뭐^^

 

우리와 좀 다른 건, 위챗으로 선곡과 예약까지 한다는 거.
앉아서 남들 노래할 때, 평소 즐겨 부르는 18번 노래를 찾으려고 선곡 책을 뒤지는 사람도 없다. 모든 게 폰 안에 다 있으니...
한국 노래도 꽤 있다. 이런 것도 있나 싶은 예전 노래들까지... ㅋㅋㅋ

술을 같이 하는, 말하자면 단란주점의 형태가 KTV인 것 같다. 노래를 못하는 나는 주구장창 맥주만 마셨던 기억이^^

 


 

싼야에서 제일 잘한다는 "국예당" 마시지샵

국예당 마사지샵

싼야에서 마사지 잘하는 집이 어딘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마지막으로 마사지샵 한군데만 소개하기로...
중국은 두번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마사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주로 중국의 마사지하면 발마사지를 말하는 거지만, 요즘은 발마사지를 중심으로 전신 마사지를 해 주는 게 대세~

  

이 마사지샵 2층의 KTV를 지나 3층에 있다. 
1층에서 마사지 접수를 하고 올라간다. 가는 길에 좌선 중인 성인 세 분을 만나는^^ 좀 웃긴다.

 

싼야에서 호텔 마사지부터 여러 번의 마사지를 받아봤지만, 이 집이 그 중에선 제일 나았다.
복도부터 룸까지 컨디션도 최고.

 

물론 여자 마사지사들도 있지만, 우린 남자 마사지사들한테서 받았다. 마사지를 남자한테 받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 분들 너무 잘 한다. 
계속해서 미소를 띠며 조용하게 마사지를 하는데 실력이 뛰어났다.

다른 마사지샵들 보다는 약간 더 비싸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하는 곳.
내가 가 본 마사지샵들 중에서 제일 좋았다는 거니, 감히 싼야 제일의 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몇 군데 중에선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 강하게 인상이 남은 곳이다. 아쉽게도 가격때문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는 소개하지 않는 곳이란다.^^ 그래서인지, 한국어를 쓰자, 신기해 하는 눈치


밤에도 할 게 참 많은 하이난...
사람 사는 데는, 유명한 관광지는 다 비슷하겠지만, 낮에는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이국적인 남도의 기운을 받고, 하루쯤 밤이면 약간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화려한 밤 기운에 젖어보는 것도 어떠랴~

일하러 가서, 자주는 못 움직였지만, 동생들의 생일 등 특별한 날에 한 번씩 허리띠 풀고 신나게 먹고, 즐겼던 것들도 모두 추억이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한 달 넘는 시간을 보내 본 느낌은,
거리와 사람이 익숙해진다는 게 이후 그 도시에 대한 내 태도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걸 깨닭았달까? 
그냥 한 번 갔다 온 곳이 아니라, 삼삼하게 그려지는 골목과 길, 이어지는 곡각지의 나무들, 사람들의 미소와 이를 다 드러내고 박장대소하던 순간들, 유심히 바라보던 꼬맹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들까지...
또 하나의 고향이 생긴 것 같다.

그냥 일탈만을 위해 즐기던 곳이 아니라, 그들이 사는 모든 문화를 그대로 흡수하려고 노력했었다. 
사람 사는 하이난으로 기억되길 바래본다. 
싼야의 밤, 그 밤의 기운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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