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에 두 달간 살았다고 하면,
왠만한 관광지 등은 다 둘러봤겠다. 이제 뭐 눈 감고도 다 알겠네...
이런 얘길 많이 듣는다.
하지만, 실상은... 숙소, 사무실만 거의 반복했던 생활이었다는 거~^^
그래도 되도록 주말이면 돌아다니려고 애를 섰지만, 오히려 그 전에 팸투어나 인스펙션으로 3박씩 왔을 때 훨씬 많이 돌아다녔다는... ㅠㅠ
대신 이번에 다닐때는 섭렵하듯 돌아다닌 게 아니라, 혼자서 혹은 동생들과 정말 편안하게 여유있게 진득하니 한 군데씩 다녔기에 어쩌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내맘대로 랭킹 베스트 10"을 정해 본다. (여기서도 앞에 언급한 곳들은 뺐다.)
주관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거라는 거 미리 언급해 두지만...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7.9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10위 _녹회두
싼야베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야경 포인트이다.
녹회두를 10위로 잡은 이유는 싼야 시내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잇점과 무겁지 않은 입장료^^
그리고 날씨와 상관없이 늘 야경은 존재한다는 상시성. 날이 좋으면 노을까지 양수겸장할 수 있기도 하고...
싼야 시내에서 대동해 방향으로 가다가 대동해 조금 못 미쳐서 오른쪽으로 꺾이면서 언덕길로 접어드는 길로 가면 녹회령이다.
고개를 완전히 넘으면 소동해 등 아파트촌과 리조트 들이 나오는데, 고개를 넘기 전에 녹회두 입구가 보인다.
녹회령이 그렇게 높진 않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언덕치고는 높은 편. 걸어서 올라도 괜찮지만, 더운 하이난에서 이 정도 거리라도 걷는 사람 별로 없다^^. 전동 셔틀이 수시로 운행하고 요금도 셔틀 포함, 불포함이 따로 있다.
이 정도의 높이다.
마치 피닉스호텔과 봉황도를 바라보기 위해서 마련된 듯한^^
저 호텔이 들어가려고 인공으로 바다를 매워서 세운 섬이 봉황도다. 실제 밤이 되면 다섯 개 건물의 피닉스호텔이 시시각각 다른 색과 문양으로 만들어 내는 야경이 제일 멋지긴 하다.
셔틀이 끝까지 가지는 않는다. 정상 인근에 내려주고 나머지는 산책길처럼 조성되어 걸어가야 한다. 정상에는 녹회두 전설에 등장하는 거대한 "녹회두" 조각상이 있고, 거기까지 난 계단이 야경을 감상하는 관람석 되시겠다.
노을이 지는 때부터가 감상 시간대니까 너무 늦지 않게 올라오는 게 좋다.
녹회두 전설은, 하이난의 원주민인 이족의 탄생 설화다. 젊고 강인한 사냥꾼이 어느날 큰 사슴 한마리를 쫒는데, 낭떠러지까지 쫒긴 사슴이 고개를 돌려서 쳐다봤단다. 그 눈망울이 예사롭지 않아서 들고 있던 활을 내렸더니, 사슴이 여인으로 변하여 백년해로했다는... 사슴은 실은 하늘의 선녀가 죄를 지어 땅에 내려보내진 거라는...
하늘에서 온 존재와 땅의 인간이 결합, 튼튼하고 강인한 큰 동물의 등장.
민족의 기원 설화가 왠지 엇비슷한 것 같은... ㅋㅋㅋ
여튼 사슴이 고개를 돌린 낭떠러지가 이 자리란다.
하필 날이 흐려서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싼야베이의 호가 만들어 내는 야경, 특히 피닉스호텔의 야경은 그만이다.
시내와 가까우니 야경 구경을 마치고 내려가서 대동해 근방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즐기기도 좋다.
9위 _싼야베이 비치
싼야베이 비치는 모든 대중들에게 열린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장소다.
총 40km가 좀 못 되는, 호주의 골든코스트보다 약간 짧아서 '세계에서 가장 긴 모래사장'이라는 수식어는 못 붙인 단다.^^
이런 상황이나,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끝에서 끝까지 미음완보하며 파도소리 즐기는 뭐 그런 곳은 아니다. 괜히 약속장소로 정했다가는 정말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나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될 개연성 진한 곳. 그냥 적당한 지점에서 나른한 오후 한 때를 보내면 족하겠다.
싼야시내는 길게 뻗은 모래사장을 따라 발달해 있다. 그래서 싼야 어디서나 접근이 쉽다.
약간 아쉬운 건, 해변 바깥이 도로라서 어디로 접근하더라도 무조건 찻길을 건너야한다.
중심이랄 게 딱히 없긴 하지만, 해변도로와 수직으로 뻗어있는 영빈로가 시작되는 곳이 정중앙은 아니라도 큰 광장과 싼야베이 센터탑이 있어서 중심지 격이라 볼 수 있겠다. 사실 해안을 따라 곳곳에 광장이 많지만...
물은 늘 따뜻하다. 여름에는 살짝 따근하고^^
백사장은 깨끗한 편, 늘 사람들이 많지만 밀도가 높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넓어서 저절로 분산이 되는 듯하다. 제법 멀리까지 가도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지 않고, 이렇게 넓은데도 파도가 세지 않아서 물놀이하기에 좋다. 대신 파도타기 등의 익스트림 스포츠는 난망...
제트스키 등의 동력 레포츠도 없다. 한마디로 장거리 수영하기에는 최적이다.
하지만 대동해에 비해서 수영하는 인구가 거의 없다.
부족한 샤워시설 때문인 것 같다. 대동해에는 중간중간 유료 탈의 및 샤워시설이 있는데, 이상하게 쌴야베이에는 없다. 해운대에서 수영할 때도 늘 그랬지만, 물통에 물을 담아와서 씻어도 된다.
문제는 라커가 없으니 옷이나 가방을 보관하기가 어렵다는 거~
일행이 있다면, 누구 하나는 짐을 지켜야 한다는... 백사장을 걷다보면 덩그러니 놓인 가방과 옷이 많이 보인다. 누가 들고가면 어쩌려고...^^
지키는 이가 없다면, 시도하지 않는 게 좋을 듯 한데 간 큰 대륙인들이 많다.
굳이 싼야베이만의 특징은 아니고, 광장이 있는 곳이면 여지없이 볼 수 있는 떼춤이지만, 규모로 봤을 때, 싼야베이의 광장이 최대가 아닐까 싶다. 대동해 광장도 넓지만, 여기가 집단 무의 총아격^^
해가 질 때쯤부터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단군무를 하는 모습, 흔하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현지인들이다.
저녁만 되면 나와서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데, 집단마다 전혀 다른 음악과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도 특색있다.
사진은 회족분들. 독특한 의상과 더 독특한 음악이 이색적이라서 춤추는 사람보다 구경꾼이 더 많다. 정작 본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지만서도.
8위 _린츈링 삼림공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야롱베이에 있는 열대천당 삼림공원은 한 번 쯤 들어왔지만, 싼야에도 삼림공원이 있다는 걸 모르는 이도 많으니...
하지만 녹회두보다 훨씬 높고 제법 넓다. 야경보다는 노을이 기가막힌 곳.
공항에서부터 싼야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가 봉황로인데, 봉황로를 따라 대동해 방향까지 쭉 가다가 좀 못가서 나무 모양처럼 생긴 호텔들이 보인다. 뷰티크라운이라는 호텔인데, 그 쯤에서 산쪽으로 입구가 있다. 차를 타고 가면 놓칠 수도 있다.
입장료 같은 거 없다.
입구를 들어서면 산맥처럼 싼야시내를 덮으면서 길게 뻗어있는 능선 트래킹 코스를 확인할 수 있다. 정문이 거의 중앙부위라서 한쪽을 선택해서 움직여야 한다. 정상은 오른쪽 편이다.
린춘링 삼림공원 전망대
자전거를 타고 대동해 수영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러봤다.
전망대까지 걸어서 올라간다. 물론 걸어올라가는 길은 약간 힘들다. 그래봐야 해발고도 200m 정도지만, 걷는 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가지 마시라~
정상에 있는 전망대는 5층으로 되어 있다. 여기도 입장료 같은 거 없다.
한층씩 오를 때 마다 전망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다.
왼쪽 끝부분에 쌀짝 대동해 귀퉁이가, 오른쪽으로는 싼야베이가 보인다. 가운데 멀리 있는 산이 녹회두.
맨 꼭대기에 서면 대동해쪽부터 싼야베이까지가 한 눈에 잡힌다.
특히 해질녘을 강추~ 최고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 또는 넘어가고 난 다음이 압권이다. 높은 곳에서 싼야 시내 전체가 어린쥐~ 색으로 바뀌는 마술같은 시간이 되면 올라오느라 들인 공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어두워지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려고 약간 일찍 하산했는데, 내려오는 내내 노을 감상이 가능했다. 단, 뷰티크라운 호텔이 뷰를 가리고 있어서 약간 얌체처럼 느껴지기도^^
이날 노을은 정말... 이럴 줄 알았으면 전망대에 좀더 있다 내려오는 건데, 아쉽다.
7위 _원숭이섬
아마도 하이난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원숭이섬이리라.
남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야생 원숭이들 질리도록 만날 수 있고^^,
원숭이 섬으로 바다 위를 날아가는 케이블 카가 비교불가한 재미를 주는 곳이다. 케이블카만 여러번 타고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아름다운 풍경 실컷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순위는 7위...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일단 멀다.
하이탕베이보다 더 위 청수만과의 사이에 있다.
사실 점수를 갈아먹는 가장 큰 요인은 원숭이섬 안에서 만나는 야생 원숭이들 말고, 공연에 동원되는 원숭이들 때문이다.
그들의 처지를 마주하는 게 좀 힘들었다. 공연은 서커스와 코믹 연기 공연 두 가지가 있는데, 그나마 코믹극은 조련사와의 유대감이 느껴져서 괜찮았지만, 서커스는 보고 있기 안타까운... 아마 말 못하는 짐승들이 사람도 하기 힘든 공연을 위해 실제 훈련 과정이 어땠을 지 상상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조련사들의 표정없는 얼굴도 그렇고...
하지만 원시림을 약간 다듬어 놓은 주변 경관은 참 좋다.
야생 원숭이들이 오랫동안 광관객들에게 먹이를 얻어먹고 살아서 영악할 대로 영악해진 면이 있지만, 그래도 어린 원숭이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나름 괜찮고...
더운 지방에 왔으니, 한 번쯤은 가 볼만 하다.
6위 _송성가무쇼
하이난에 휴양의 목적으로 왔든, 관광의 목적으로 왔든 아예 장기 출장을 왔든 누구나 한 번은 꼭 들러보는 곳이 로맨스파크일 게다.
로맨스파크에 가는 이유는 송성가무쇼 구경이 가장 크겠지만, 전체가 하나의 테마파크로 되어 있어서,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다.
송성가무쇼까지 가는 동안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각종 기념품들과 먹거리들 상점이 즐비하다.
중간에 동물원도 있는데, 차이나스토리로 구매하는 티켓에는 동물원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다. 키가 큰 이 녀석은 동물원으로의 호객 임무를 위해 거의 외부쪽에 노출되어 있다^^. 맛있는 거 많이 줘야 할 듯^^. 맡은 바 호객 임무에서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나는 애들이 이 동물원에 들어가자고 조르지 않는 애가 없으니... ㅋㅋㅋ
거대한 워터파크도 있다는...
파도풀 규모 상당하다. 다만, 송성가무쇼만 보러 들어오는 한국인들은 여기 와서 워터파크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고 하는 경우가 태반. 당연히 수영복 같은 거 준비하지 않고 온다^^.
그냥 밖에서 "재밌겠다~" 하다가 공연보러 들어가는 듯...
애초 공연보다는 워터파크를 위해서 들어온 젊은 중국 청춘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곳이다.
동물원까지 이어지는 워터파크는 다른 놀이시설들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송성가무쇼를 보고 온 분들도 로맨스파크에 이런 시설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는... ㅋㅋㅋ
송성가무쇼 입구쪽 광장에는 식당가도 있다. 전통적인 객잔 모양으로 지어진 식당은 실제 숙박도 가능한데, 글쎄 여기서 숙박했다는 사람과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여러가지 군것질 거리가 많아서 하루를 통으로 보내도 괜찮은 곳이다.
역시 메인은 송성가무쇼~
송성가무쇼만 공연하는 전용무대의 화려한 무대장치가 압권!
객석과 무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스케일이 빼어나다. 하이난 뿐만아니라 송성가무쇼의 본 고장 항주가 훨씬 뛰어나다는 평이 있긴 하다. 각 지역별로 그 지역의 이야기를 토대로 극이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비교적 이렇다 할 역사적인 배경이 없는 하이난이 스토리텔링에서는 약간 못 미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첨 본 나로써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는...
그래도 겨우 6위 정도를 차지하는 건, 이제 하이난하면 거의 공식처럼 누구나 들러보는 곳이기도 하고, 하이난의 지역색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라서...
이 외에도 순위권에 넣을까 말까 고민했던 삥랑빌리지 같은 곳은 결국 10위 안에서 뺐다.
하이난의 지역색하면 삥랑빌리지가 단연 1위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는 이족, 묘족의 전통문화가 상당히 박제화 된 느낌이 강했고, 군데군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사속도 좀 과해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멀다~
이렇게 왠만큼 들어본 곳들이 5위권에 들지 않은 건, 아직 우리가 하이난에서 보고 가는 것들이 참 한정적이기 때문이리라. 그건 패키지 여행사를 통해서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이 한정적인 정보만 가지고 일정대로만 다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