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뿐 아니라 우리 동네가 아니면 시내버스 이용이 쉽지 않다.
요즘은 앱이 잘 나와서 그나마 국내 대도시는 좀 낫지만, 내가 사는 곳(촌이다. 00면 00리)만 해도 노선 설명은 해 줘도 도착시간까지 정확하게는 서비스가 안된다.
하물며 앱을 다운 받더라도 모르는 한자들이 가득한 중국 버스앱... 내겐 무용지물.
그나마 싼야는 해안을 따라 도시가 길게 발달해 있고, 도로가 단순하게 구획되어 있어서 버스 노선이 복잡하지 않다... 고 짐작을 하고 시도 해 보기로 한다.
여행기간 : 2017.11.4~12.31 (2개월)
작성일 : 2018.7.12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해외 파견
동생중 한 명이랑 대동해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택시를 타고 가면 되겠지 생각하고 사무실을 나선다.
택시기사한테 보여주려고 대동해를 한자로 메모해서 들고 지나는 택시만 보이면 손을 들어보지만,
빈 택시도 드물고 있다해도 그냥 지나친다. 명백한 승차거부다.
그래도 어쩔 건가... 택시 앞을 가로막아?
바로 옆에 버스 정류소가 있다.
그래 이 참에 용기를 내 보는 걸로...
대동해라고 적힌 버스를 타면 되지 않겠는가?
봉황로는 대동해까지 쭉 뻗어있는 외길이지만, 끝에가서 녹회두를 넘어 소동해로 가는 버스만 아니면 될 것 같긴 하다.
대동해 방향 버스 번호를 속으로 외운다.
그 중 맨 먼저 온 53번 버스를 탔다.
싼야의 버스는 사이즈가 남다르다. 마이크로 버스보다는 큰데, 우리의 시내버스보다는 작다... 아니 짧다. 여튼 첨 보는 크기.
막상 오르긴 했지만, 버스 요금도 모른다.
기사한테 "뚜어샤오치엔"이라고 해야하는데, 이런 간단한 것도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문장은 "이꾸라데스까"ㅋㅋㅋ...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식은땀이...
다행히 버스는 에어컨 빵빵한지라, 겉으로 표가 많이 나진 않았다.
어느 순간 떠올라 질문을 했더니, 기사님 실내 백미러로 힐끔 보시더니...
갑자기 손가락으로 V 표시를... 나더러 사진 찍어달라는 건 아닐거고... 그 짧은 문장에서 내가 외국인임을 간파하신 거겠지? 그 보다는 현금으로 내는 분들 거의 없는 탓이 크리라. 버스도 전부 카드나 폰으로 결제하는 분위기다.
중국에서 시내버스를 "공공차(공공기차)"라고 부르는데, 참 가격부터 공공적이다.^^ 시내는 거의 1위안이고 대동해는 약간 외곽이라서 2위안이 아닐까 싶다.
2위안(우리돈으로 350원 정도)을 넣고 대충 버스 가운데 쯤 선다.
노선표에 다른 건 다 모르겠고 "하일백화(썸머몰)"와 "대동해광장"은 확실하게 보인다. 다행이다.
헌데 싼야버스 시설이 장난이 아니다.
출발할 때, 도착 직전 안내방송이 나온다. 내 중국어 수준으로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2형식 문장도 있다는...
"이번 정류소는 교찰(교통경찰) 지대(지구대), 교찰지대입니다."
여기까지만 알아들어도 어디냐...
그리고 탑승구 옆에 결제하는 패널이 붙어 있는데, 도착할 정류소명과 요금이 표시된다. 심지어 정류소까지 남은 거리도 표시를 해 준다.
와우~
외국인이라도 중국, 최소한 싼야에서는, 버스 타는 거 전혀 겁 먹을 필요가 없었던...
대동해광장까지 250m 남았다. 한자만 조금 익숙해지면 버스보다 싼 교통수단이 없다는 거~
겨우 대동해까지였지만, 촌놈 서울서 버스 타듯 두근반 세근반 뛰는 가슴 부여잡고 시도해 봤던 중국 시내버스 혼자 타보기는 대 성공!!
북경 올림픽 때 남북 단일 응원단 촬영팀으로 동행한 적이 있었는데,
메인스타디움 근방 도로에서 우리 전세버스를 놓치고 혼자서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도 인원점검시 내가 없는 걸 알아차리고 버스가 다시 돌아와 줬지만,
홀로...
언어도 전혀 통하지 않고...
그때 스맛폰이 있나 뭐가 있나...
지구상 내 위치의 좌표값조차 알 수 없을 때의 막막함이란...
그래봐야 고작15~20분 정도였지만, 이후 오래도록 "버스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는데,
그 트라우마도 이번 기회에 좀 극복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