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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Aug 24. 2018

발리-대만 대가족 여행 05>야밤,타이베이 2.28공원

2018.1.4

여행 첫째날, 타이베이와서 중점기념관 보고 쓰린야시장 들러서 군것질하고 끝.
음... 솔직히 이 정도 일정으로 만족할 여행족은 아니다.
애들 돌보는 엄마들 (마눌님과 여동생) 일찌감치 숙소에 자리 깔고 누운 시각, 쓱 몸을 일으킨다.

쓰루가이드의 숙명이랄까? ㅋㅋㅋ
애초에 잘 아는 곳으로 동행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겠지만, 방향감각 상실은 좀 너무했다.
나란 인간이 원래 지구상의 좌표값(숫자는 아니라도)과 방위를 모르면 공황장애 비스무리해 지는 사람인데, 여긴 당최...

뭣보다, 배가 너무 고프다. 쓰린야시장에서 사 먹은 군것질은 거의 입도 대지 못했다.
그리고 비록 내일 낮동안은 데이투어 버스가 모든 걸 해결해 주겠지만, 저녁에 혹시나 시간이 남으면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든 또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니까...
야식 거리 마련 겸, 주변 점검 겸 옷가지를 대충 걸치고 게하를 나선다.





여행기간 : 2018.1.4~1.13
작성일 : 2018.8.6
동행 : 대가족 3대, 11명
여행컨셉 : 가족 여행






야심한 밤이라해도 역시 타이베이 최대 번화가답다. 야식을 파는 식당들은 아직 건재한 시간.

 



게스트하우스 뒤편 2.28평화공원 쪽으로 발길을 잡아본다.
1층이 이렇게 회랑구조의 인도로 조성된 건물이 많다. 대만 건축의 특징같다.

  


여기가 2.28평화공원이다. 앞에 국회의사당 닮은^^ 건물은 대만국립박물관이란다.
지도상으로는 가까웠지만 타이베이역에서 제법 걷는다.

 


늦은 밤이지만 문을 닫거나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공원 내부는 중앙의 큰 건물(기념관이지 않을까 하는) 뒤로 정원과 산책로가 갖춰진 구조다.
건물 오른쪽에는 연못도 하나 있다.

 


적막한 공원 연못. 헌데 뭔가 움직인다.

 


엥?

저거 혹시 키위새?
날개가 퇴화해서 날지 못한다는 뉴질랜드의 그 키위새 말이다.
잘 모른다. 근데 이 녀석 날아가지 않는다. 한참을 폰 사진으로 담으려고 다가가도, 그러거나 말거나...
아마 이 연못에서만 사는 녀석인가 보다.

 


연못은 자연스레 수로로 이어져서 뒷마당을 관통한다.

 


내가 들어왔던 곳이 정문 같긴 하지만, 뒤쪽에 공원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석판에 새겨져 있다.
물론 읽지는 못한다. ^^
정확한 명칭은 "2.28평화공원"
1945년 점령했던 일제가 패망으로 물러가고 돌려받은 타이완에 대륙에서 관리들이 대거 파견된다. 당연히 국민당 정부 사람들이다. 이때 이후 건너온 본토 사람들을 '외성인'이라 부르고 그 전부터 타이완에 살던 한족을 '본성인'이라 칭하는데, 2.28사건이 이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결정적인 분수령이 된 듯하다.
여튼 국민당의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극심했고, 외성인들끼리 부와 권력을 독점하던 현상에 대한 불만이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유혈 충돌로 번진 사태가 2.28이란다.
외성인 : 본성인, 국민당 권력 : 일제시기 권력, 중국파 : 독립파 등 성격상 하나로 요약할 수 없는, 당시사회적 괴리현상이 복합적으로 맞부딪힌 사건으로 묘사되는데, 광주, 제주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
발포 명령자가 장개석이다 아니다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발포 명령자에 대한 정의 구현도,
피해자에 대한 정확한 조사나 보상도 아직 답보상태인 상태.
한때는 언급조차 금기되었던 2.28이 그나마 최근에는 공원과 기념관까지 건립될 정도까지는 왔다는 것 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는 분위기다. 아무튼 대만 최대의 비극적인 날로 인식되고 있다 한다.

 


대만인들의 분위기가 일본사람들 하고 비슷하다는 점,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 없는 수용과 일상화 등 일제시기의 고초를 겪었지만 그래도 일본에 대한 향수로 오인될 만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만은 연구 대상이긴 하다.
아마도 해방군으로 반겼던 국민당 정부가 저지른 악행과 학살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은... 여튼 국민당이나 민진당이나 중국 정부나 시대의 흐름과 유 불리에 따라 2.28에 대해 상반된 제스처를 취해왔다 한다하니... 동포의 가슴에 총질 뭐 이런 것 다 내려놓더라도 여튼 수많은 사람을 말도 안되는 이유로 죽인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가해자 입장에서 "평화"라는 이름으로 물타기 한 것 같은 인상이 강하다, 자꾸 겹쳐지는 역사가 우리한테도 있으니 더욱 그런지도.
2.28은 의거나 항쟁으로 거론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폭동이라 평가하지도 않는 분위기... 그냥 안타까운 사건이란다. 허 참...
과연 이런 평가는 누구의 눈치를 보는, 누구의 구미에 맞추려는 것인지...
산책 삼아 구경하긴 좋은 장소지만, 공원에 얽힌 뒷얘기들은 그닥 유쾌하진 않다는...

아까 들어갔던 정문에서 한참 들어가면 오른편에 이런 작은 문이 있다.
문 밖에는 다시 시가지로 바로 연결된다.

 


2.28공원 바로 앞에도 게스트하우스가 무수히 많다. 거의 게스트하우스 골목이다.
우리가 지내는 역 바로 앞보다는 더 깔끔해 보인다는...
타이베이에 혹시 다시 온다면 미리 예약하지 않고 이렇게 둘러보다가 땡기는데 투숙해야지... 뭐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또 오게 될까 싶긴 하지만...

 


정처없이 걷는다. 대략적 방향은 시먼(西門) 역 쪽으로 잡고 간다.
가는 중간 이런 골목도 있다. 전체가 신발 가게들인지, 피혁제품들인지 여튼 관문 위에 빼딱구두^^ 한 쌍이 올라가 있다.

 


그렇게 좁은 이면 골목들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대로다.
시먼역이다.
심작가가 여기가 중심 번화가라고 해서 분위기만 보려고 온 거지, 시먼역이라고 딱히 뭔가를 목표로 하고 온 건 아니라...


건너편이 시먼역 중심 상가거리처럼 보이고 지금까지의 골목과는 달리, 이 시간에도 휘황찬란하다.
한 번 가볼까?^^



음... 그냥 남포동같다^^
상점, 식당, 커피숍, 주점...
잘 정비된 바닥과 골목 인테리어와 정신없는 불빛과 젊은 친구들...

그나저나 내일 저녁 식사는 도대체 어디로 모셔야 한단 말인가?
숙제 해결은 못하고 괜히 타이베이의 밤공기만 가득 쐬고 다시 숙소로 향하게 되누만. 쩝...


돌아오면서 숙소 근처에 아직 켜져 있던 몇몇 야식 식당들 중에서 한 군데 들러서 먹을 걸 좀 사야지 했는데, 한 시간 넘게 돌다 오니 이미 많은 곳들은 철시상태!
어떤 게 익숙한 맛일까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고, 그냥 만두(빠오즈인데 물 '수'자가 있으니 약간 더 촉촉하지 않을까 기대한 ^^) 몇 개만 사서 들고 들어간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한 타이베이역사 건물.

산책길에서 만난 제일 이쁜 건물이네~ ㅋㅋㅋ


이렇게 여행 첫째날 공식일정에 이은 비공식 일정까지 마무리... 오늘도 무사히... 내일은 또 어떻게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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